메인화면으로
미군, 한국전 양민학살 허용 서한 시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군, 한국전 양민학살 허용 서한 시인

"검토했지만 보고서에선 언급 않기로 결정"

미군 당국은 한국전쟁 중 방어선에 접근하는 피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했음을 보여주는 존 무초 당시 주한 미 대사의 미 국무부 앞 서한을 시인했다고 A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미군 당국은 1999-2001년 16개월간에 걸쳐 벌인 진상조사에서 조사관들이 무초대사의 서한을 검토했으나 최종 보고서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으로 AP는 전했다.
  
  무초 대사는 1950년 7월 노근리 학살사건 당일 작성해 딘 러스크 국무차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만약 피난민들이 미군 방어선의 북쪽에서 출현할 경우 경고사격을 하되 이를 무시하고 남하할 경우에는 총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AP는 지난해 5월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미군 당국이 한국전쟁 당시 미군 방어선에 접근하는 피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침을 세웠으며 미국 정부 고위층도 이를 알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미 국방부측은 이 같은 보도 직후 300쪽에 이르는 미군의 진상조사 보고서는 "입수 가능한 사실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술"이라며 무초 대사의 서한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이 서한의 존재를 시인한 것.
  
  1999년 노근리 학살사건 보도 이후 한국 내에서는 60여 건의 양민 학살 주장이 제기됐으며, 이 중 일부는 비밀해제된 문서와 각종 증언 등을 통해 사실로 입증됐다고 AP는 전했다.
  
  비밀해제된 미 해군 문서에 따르면 미 구축함 USS디헤이븐호는 1950년 9월 1일 미 육군의 요청 아래 포항항 인근 해변에 모여 있던 피난민들에게 사격을 가했으며, 여성과 어린이 등 100-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AP는 밝혔다.
  
  또 1950년 8월 10일 미군 25사단 관할 구역에 있던 고간리에서는 미군과 항공기가 마을 주민들에게 사격을 가해 83명이 사망했는데 25사단 지휘부는 이 사건 2주전 전투지역 내 민간인들에 대해서는 총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비밀해제된 문서에 나타났다.
  
  미군 전투기들은 1951년 1월 20일엔 충북 단양 영춘 동굴 입구, 전날인 19일엔 경북 예천 산성마을에 네이팜탄 공격을 가해 각각 300여 명과 34명의 주민들이 희생됐다. 1951년 1월에도 서울 남쪽 둔포마을에 대한 미군기 공습으로 피난민 300여 명이 숨졌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13일 AP통신이 밝힌 무초 대사의 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딘 차관보께,
  
  피란민 문제는 처우 문제와는 별개로 군사상 중요하고, 또 중대하기까지 한 측면을 이뤄 왔습니다.
  
  당연히 미군은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들 대책의 시행시 미국 내에도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신께 알려주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적은 피란민을 여러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해 왔습니다. 피란민을 강제 남하하게 해 도로를 막아버림으로써 군사 이동을 방해하거나, 이들을 간첩침투의 경로로 이용하는 것 등입니다.
  
  적군 병사를 피란민으로 위장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합니다. 우리의 방어선을 넘은 이들은 날이 어두워진 후 전진, 숨겨놓은 무기를 손에 넣어 후방에서 아군 부대를 공격합니다.
  
  이런 공격이 대승한 사례가 너무 잦습니다. 제24사단이 대전에서 패배한 것도 상당 부분 이러한 침투 때문입니다.
  
  당연히 아군은 이런 위협을 차단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제 저녁 8군사령부의 요청으로 회의가 소집됐습니다. 결정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미 방어선의 북부에서 전단을 배포해 피란민의 남하를 금지한다. 만약 이들이 남하한다면 총격당할 위험이 있다. 피난민이 미 방어선의 북쪽에서 출현한다면 이들은 경고사격을 받으며, 그래도 남하를 강행한다면 총격을 받게될 것이다.
  
  2. 명령 없이는 누구도 남하할 수 없도록 미군 전투지역 내 경찰이 전단배포와 구두경고를 한다. 이어 경찰 통제 하에 민간인의 모든 이동을 일몰시까지 끝낸다. 어두워진 뒤 이동하는 사람은 총격을 받을 위험에 놓인다.
  
  3. 특정 구역의 소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전술사령부는 이를 사령부의 경찰연락관에게 통지한다. 한국 경찰은 이를 주민에게 통지하고 경찰 통제 하에 정해진 이면도로를 통해 이들을 남하시키기 시작한다.
  
  경찰로부터 통지받지 않은 채 이동하는 행위는 불허된다. 경찰 통지없이 더 남쪽까지 내려간 사람은 해당 장소에 그대로 있어야 한다.
  
  4. 단체 피란민은 일몰시 이동을 중지해야 한다. 다음날 일출시까지 이동을 재개할 수 없다. 경찰은 검문소를 설치해 간첩을 검거한다. 간첩을 관리하고 피란민을 수용소 및 다른 장소로 보내는 작업은 사회부(部)가 준비한다.
  
  5. 경찰 통제없는 집단 이동은 일절 불허된다. 개인 이동은 여러 곳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아야 한다.
  
  6. 모든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밤 9시부터 통금에 들어가되 10시부터 공식적으로 실시한다. 허가받지 않고 밤 10시 이후 거리에 나와있는 사람은 구속돼 면밀한 조사를 받게 된다. 마지막 사항은 이미 집행 중에 있다.
  
  존 J.무초 배상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