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가 전산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세운 자회사인 코스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조용관, 이유근 씨가 11일 오전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자본시장 역사상 유례없는 호황"이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여의도 증권거래소. 그 앞에 세워진 7m높이의 철탑 위에서다.
채용할 때는 사용자, 교섭할 때는 제3자
이들 비정규직의 목숨을 건 요구는 코스콤이 자신들의 '사용자'라는 점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코스콤의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인 코스콤을 상대로 낸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협력업체와 교섭하라"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코스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코스콤 협력회사 소속이므로 코스콤은 이들의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것은 코스콤 측의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11일 단식을 시작한 비정규직들에 대한 채용 결정을 내린 것은 코스콤이었다. 또 이들은 코스콤 명함을 들고 다녔고, 코스콤 사무실에서, 코스콤 직원들과 함께 일했다. 사용자의 위치에서 일을 맡겼던 코스콤이 급여와 대우를 결정할 때만 제3자의 위치에 서 왔다는 게 코스콤에서 일해 온 비정규직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단식 농성장에 모인 90여 명의 노동자들은 "20년 근속 노동자의 월급이 150만 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차량유지비 30만 원이 포함된 금액이어서 실질임금은 120만 원인 셈이다. 4대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것 이외의 다른 복지혜택도 없었다.
이처럼 열악한 처우는 공기업의 안정성과 금융기관의 높은 급여 수준을 동시에 갖춘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코스콤 정규직이 받는 대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증시 활황 뒤에서 눈물 짓는 비정규직에도 관심을
이날 농성장 앞에서 만난 한 비정규직은 "코스콤 관리자의 면접을 거쳐 채용됐고, 퇴근 뒤에는 코스콤 직원들의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업무 관련 회의도 함께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코스콤은 우리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단체교섭에 응할 수 없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비정규직은 최근 활황세를 맞은 주식시장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치솟는 주가에만 관심을 가질 뿐, 주식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증권전산망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의 사정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것.
이어 그는 "우리도 신정아 사태의 피해자다"라고 덧붙였다. 언론이 신정아 씨 사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데만 골몰하느라, 비정규직 문제는 소홀히 취급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파업 30일째를 맞은 증권산업노조 코스콤비정규 지부는 이날 오후 열릴 코스콤 측과의 실무교섭(코스콤 측의 표현에 따르면 '면담') 결과에 따라 이후 투쟁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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