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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여운을 남기는 종소리를 내기 위해 싱싱한 목숨이 불길에 잠겨야 했다. 갓난아기를 함께 녹인 쇳물로 빚어냈다는 에밀레종의 전설이다.
낡은 전설은 천년의 먼지 속에 묻혔지만, 변한 것은 없다. 이 땅을 울리는 소리를 내려면 여전히 푸르른 목숨을 불길 속에 던져야 한다.
"한미FTA 중단하라"는 외침을 남기고 스스로를 불사른 택시기사 허세욱, "노동탄압 중단하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과 함께 불길에 몸을 던진 전기공 정해진….
검붉은 불꽃에 휩싸인 외침들은 여운조차 남기지 못하고, 재로 삭아 들었다. 결국 또 다른 노동자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서울우유 화물차 운전기사 고철환.
푸른 목숨들이 뚝뚝 끊어져간 2007년, 붉은 빛깔로 낙엽 지는 거리에서 불길에 그을은 목숨이 내는 소리를 환청으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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