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 이 가을, 온 몸이 불에 그을린 아들을 끝내 먼저 보내야 했던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31일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전봇대를 오르내리며 일하다 지난 27일 분신하고 사망한 건설노조 전기원분과 조합원 故 정해진 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였다. 정 씨는 한국전력공사 협력업체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벌이고 있던 노조의 전면 파업 131일 째였던 날 "인천 전기원의 파업은 정당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관련 기사 : 20년 전기공 故 정해진 씨가 분신하기까지…)
"우리의 억울하고 분통한 마음 누가 낱낱이 기록해주나"
이소선 여사는 이날 민주노총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죽지 말고 싸우자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죽을 수밖에 없도록 몰아붙이는 사회"라며 "유해성(영진전업 대표, 인천지역 배전협력업체 사용자 모임 대표)이 '너 죽어 봐라'고 했다니 정말 통탄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소선 여사는 이날 정치인과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이 죽어가는 것도 돌아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여사는 특히 언론을 향해 "우리의 억울하고 분통한 마음을 낱낱이 기록해 줄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분신 7시간 만에 사망한 정 씨의 죽음은 일부 인터넷 신문과 <경향신문>, <한겨레>만이 보도했을 뿐이었다.
이 여사는 "지금이라도 아깝게 죽어간 목숨을 제대로 좀 알려줬으면"이라고 말을 흐렸다.
기자회견이 열리던 시간 한강성심병원에서는 또 다른 노동자가 화상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날 새벽 분신한 화물연대 서울우유지회의 조합원 고철환 씨였다. 이 여사는 한강성심병원으로 오는 길에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이 꽉 막혔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노조 인정해 달라" 서울우유 운전기사 분신)
민주노총 "유해성 대표 구속수사하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올해 연말이 되면 달러가 인하 돼 2만 불 시대가 온다고 온통 떠들어대지만 생계유지조차 못하는 사람이 투성"이라며 "올해 들어 벌써 세 명이 분신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위원장은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겠다"며 "우리 조합원이 일손을 놓으면 국가 기반이 흔들린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주기 위해 바닥부터 다시 조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해진 씨의 유족들로부터 이후 대책과 장례 절차에 대한 전권을 위임 받은 민주노총은 오는 11월 2일 중앙집행위를 열어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의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특히 "노동부의 태도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들의 노골적인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엄중 처벌과 해결책을 요구했던 만큼 정해진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영진전업 유해성 대표를 반드시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것.
이에 앞서 지난 29일 이 위원장은 정 씨의 사망과 관련해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면담한 바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