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가서도 민주노총과 일하고 싶다"던 허세욱 씨를 기억하며
허 씨의 영결식은 이날 아침 7시, 허 씨가 임종한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치러졌다. 이어 운구 행렬은 허 씨가 유서에서 "저 멀리 가서도 묵묵히 꾸준히 민주노총과 같이 일하고 싶다"고 밝혔던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앞에서 노제를 치렀다. 이날 노제의 상주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정종권 위원장과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임성규 위원장이 맡았다.
이어 운구행렬은 생전에 허 씨가 일하던 서울 관악구 한남운수 차고지로 향했다.
오전 8시 40분, 한남운수에 도착한 조문객들은 생 전의 허 씨에 관한 증언을 들으며, 노제를 치렀다. 이 자리에서 허 씨의 직장 동료들은 허 씨에 대해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내색하지 않던 분"이라며 "살아 남은 이들이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분신 후 계속 구호를 외치지만 않았더라도…."
이어 행렬은 지난 1일 허 씨가 분신한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로 향했다. 하얏트 호텔 앞 도로, 허세욱 씨가 분신했던 자리에는 '열사정신계승, 한미FTA무효, 노무현 정권 퇴진'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 고 허세욱 열사 장례위원회 한상렬 공동대표는 "(분신 당시, 허세욱 씨가) 계속 구호를 외치지만 않았더라도 살 수 있었을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문객들은 "열사의 유언이다. 한미FTA 끝장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허 씨가 분신한 자리에서는 허 씨의 넋을 기리는 춤사위와 함께 흰 천을 태우는 행사가 진행됐다. 흰 천은 허 씨의 순수한 삶과 뜻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준비됐다.
이날 저녁 7시 광화문에서 '1만 명 이상 참가하는 추모제' 계획
운구행렬은 이어 용산 미군기지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합류한 운수노조 택시본부 조합원들을 비롯해 1500여 명으로 늘어난 조문객들은 미군부대 앞에서 다시 한번 노제를 치렀다. 이들은 자신을 화장해서 미군기지에 뿌려달라고 했던 허 씨의 유서에 따라 지난 16일 유해를 합사하는 과정에서 수습한 허 씨의 일부 유해를 미군기지 담벼락에 뿌리는 의식을 진행했다.
이어 남영역까지 행진한 운구행렬은 12시 30분경 행진을 마무리하고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마련한 추모제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했다.
오후 1시께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제에서는 각계 인사의 추모사와 분향이 이뤄졌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6만1947번'이라는 허 씨의 당원번호를 외치며 "이제 허 동지의 당원번호는 누구도 채울 수 없는 역사의 번호가 됐다"고 말했고,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동지의 49제가 있는 6월에 한미정상회담이라는 굴욕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십만의 동지가 일어서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송경동 시인이 조시를 낭독했고 가수 박 준 씨가 조가를 불었으며, 작은 꽃상여를 태우는 민족춤패 '출'의 진혼굿과 호상인사가 열렸으며, 1500여 명의 참가자 전원이 분향소에 분향을 하는 순서로 마무리 됐다.
추모제가 마무리 된 뒤 오후 3시 장례 행렬은 허 씨가 안장될 경기도 마석의 모란공원으로 향했다. 이들은 오후 7시 서울 광화문에 다시 모여 대규모 촛불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범국본 관계재는 "촛불 추모제에는 1만여 명이 운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범국본 측은 이날 노제와 추모제 등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런 행사는 보통 문화행사로 간주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 경찰청 관계자도 "장례 행사라면 굳이 집회 신고를 할 필요가 없으며 추모제를 막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