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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라도 들지 않으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한미FTA 뜯어보기 481]400여 명이 참석한 고 허세욱 씨 촛불 추모제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셨네요."

촛불이 일렁이는 눈망울에 물기가 어렸다. 15일 오전 사망한 고(故) 허세욱 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만난 이들의 표정이다.

"나를 위해 모금하지 말라"던 허 씨 영전에 고개를 떨구다

'한미FTA 무효 민중민주 노동열사 허세욱 동지 장례대책위원회'(장례위)가 '한미FTA 무효 허세욱 동지 촛불 추모제'라는 이름으로 마련한 이날 추모제에는 4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일요일이라는 점, 추모제 일정이 이날 오후에 잡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수가 참여한 셈이다.

집에서 쉬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허 씨 사망소식을 접하고, 민주노동당 홈페이지를 찾아간 끝에 이날 추모제 일정을 알게 됐다는 회사원 김 모 씨는 충혈된 눈으로 "부끄럽다"는 말만 거듭했다. 김 씨는 "돌아가신 허세욱 씨가 동료들에게 '나를 위해 모금하지 말라'는 유서를 남겼다는 소식을 방금 접했다"며 "촛불이라도 들지 않으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런 부끄러움은 김 씨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날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낭독한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분신 당시 허세욱 씨에게서 나온 것은 500원 짜리 동전 두 개, 100원 짜리 동전 세 개가 전부였다. 자신을 모두 내던진 삶을 살았던 허세욱 씨야말로 '우리시대의 전태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소 노동운동을 하며 '전태일 정신'을 운운해 온 게 부끄럽다"며 얼굴을 붉혔다.

"정부는 국민투표 요구 수용해야"

이날 추모제에서 발언한 이들은 누구나 허 씨의 소탈하고 겸손한 면모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결코 '운동 합네'하고 목에 힘 주지 않았던, 그러나 어느 활동가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했던 인물"로 허 씨를 기억했다.

또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기자들에게 "제2의 허세욱 씨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한미FTA 찬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노 의원은 "과거 전태일의 분신이 노동운동의 새 역사를 쓰게 했듯, 허세욱 씨의 분신도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새로운 역사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왜 대책위에 환자 상태 숨겼나?"

한편 이날 추모제를 진행한 장례위 측은 허 씨의 죽음과 관련해 한강성심병원 측이 보인 태도를 비판했다. 장례위 활동을 하는 민주노총 박석민 대외협력 실장은 병원 측이 허 씨의 상태를 외부에 계속 숨긴 것을 문제 삼았다.

박 실장은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병원 측은 허세욱 분신 대책위(현 장례위) 측에는 '여전히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병원 측이) 심지어 사망 사실까지 알리지 않았고, (허 씨의) 담당 의사는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날 추모제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 한미FTA저지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은 허 씨의 시신이 있는 경기도 안성 성요셉병원을 찾았다.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대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등은 허 씨 유가족을 만나 장례를 함께 치르도록 설득했으나 유가족은 이 요청을 끝내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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