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전기노동자 정해진 씨가 파업 투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온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질러 사망했다. 27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전기공사업체인 영진전업 앞에서 열린 집회 도중 벌어진 일이다. 정 씨는 과거 영진전업에서 일하다 해고됐으며, 최근에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분신 직후, 정 씨는 서울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이날 집회는 지난 6월 19일부터 132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건설노조 산하 인천 전기분과 조합원들이 인천시전기공사협회와 영진전업 측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건설노조 전기분과 조합원들은 영진전업을 비롯한 인천 시내 전기공사업체들이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고,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시간을 무시하고 있으며, 본인 동의 없는 부당전적, 급여 축소 신고를 통한 사회보험 사업주 부담 축소납부, 근로대장 허위 작성을 통한 탈세 등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영진전업 측은 일부 조합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5일 고소했다. 조합원들이 지난 9월 21일 회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며 출입문을 봉쇄해 업무에 불편을 끼쳤다는 것. 이에 앞서 회사 측은 조합원들에게 손배 가압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건설노조 측은 "인천 지역 일부 전기공사업체들이 저지르는 온갖 비리에 대해 조합원들이 이런 비리를 지적하고 나서자 회사 측이 무리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숨진 정해진 씨는 영진전업에서 해고된 후, 불안정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미국으로 건너가 일을 하기도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국에 돌아왔고 귀국 후에는 비정규직으로 일해 왔다.
정 씨의 동료 조합원들은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사람'으로 그를 기억했다. 동료들의 파업에 늦게 참여한 것이 미안해서 밤마다 천막을 지키는 일을 자원하기도 했다는 것.
그리고 28일 오전, 정 씨가 숨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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