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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운동의 불씨는 여전히 평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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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운동의 불씨는 여전히 평택에 있다"

[아! 평택(끝)]이제 평화를 원하는 당신이 나설 때다

지난 13일,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평화를 향한 엇갈리는 행보

중국 베이징에서는 다섯번째로 열린 6자 회담에서 북한의 핵 폐기와 함께 중유 100만 톤을 지원하기로 합의했고,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포럼 개최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던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로 가는 큰 걸음을 내디딘 중요한 성과였다. 이에 따라서 6자 회담 참가국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한편 같은 날 평택에서는 주민과 정부 간에 이주합의가 종결돼 3월말까지 주민들이 평택 대추리, 도두리 지역에서 이주한다는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언론들은 일제히 평택 미군기지 사업의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보도했다. 평택 미군기지 사업이라는 것이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한 미국의 전쟁침략 기지를 만드는 일인데도 이들은 이 사업의 성격과 본질 자체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참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다고 합의하고, 한편에서는 미국의 침략전쟁기지를 확장하는 사업의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모순적인 일이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은 이미 끝났다는 것이 언론의 보도뿐 아니라 대체적인 여론이다. 투쟁의 주체였던 주민들의 이주와 함께 그간의 투쟁은 이제 막을 내렸다는 분위기가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2005년 2월 결성된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도 이런 중요한 상황을 타개할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평택 투쟁, 이대로 막을 내릴 것인가
▲ 평택 투쟁의 상징이 됐던 노란깃발을 든 주민들. ⓒ진재연

지난 4년 간 진행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은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남겼다. 주민들은 정부의 강압에도 불구하고 4년을 버티며 투쟁해 왔다. 이런 주민들의 투쟁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 결합해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냈다. 미군기지 반대 투쟁사에서 마을 주민 전체가 적극적으로 주체로 나서기는 처음이었다. 비록 정부의 강압과 회유, 분열책에 의해서 주민 공동체가 깨져나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끝내는 지금 남아 있는 주민들조차 이주하기로 합의했지만 말이다. 주민들이 나선 이 투쟁으로 인해 투쟁의 현장성과 흡인력은 극대화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평택 미군기지가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한 주한미군재배치계획에 의한 기지확장이라는 점이 폭로됐다. 그리고 정부가 그토록 부인했던 기지이전 분담금도 실은 용산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고, 미 2사단 비용도 한국의 방위분담금으로 충당돼 결국 10조 원의 소요비용 중 대부분을 한국이 부담한다는 사실도 알려지고 있다. 마스터플랜(MP)조차 만들어지지 않았고, 평택 서탄지역에 확장되는 미군기지 64만 평이 유휴지로 설정되어 있음에도 기어코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들을 먼저 그 땅에서 쫓아내려 한 것도 알려졌다. 부당하기 짝이 없는 미군기지 확장사업을 국회도, 국민도 모두 속이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이유로 강행하는 정부의 반평화적인 태도가 확인됐다.

이에 더해서 평택 투쟁은 보편성을 획득하는 투쟁으로 발전하는 성과를 남겼다. 협소한 반미투쟁이 아니라(평택투쟁에서 미군철수를 공식적인 구호로 내세운 적이 없다), 한반도에 생존하는 모든 사람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 반전평화투쟁으로, 운동권의 일부 정파들의 투쟁이 아닌 평화를 애호하는 세력들이 함께 하는 보편적 투쟁으로 발전했다. 적극적인 비폭력불복종운동이 갖는 위력, 실정법을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인 평화권이라는 인권을 향한 투쟁이 갖는 위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민은 이주해도 평택 미군기지의 본질은 바뀌지 않아
▲ 대추리, 도두리 마을에 있던 문패 ⓒ프레시안

그렇지만 주민들이 이주를 합의한 상황은 이런 평택투쟁의 어려운 조건을 조성하는 것은 사실이다. 주민 이주와 함께 주민들과 대추리, 도두리라는 현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투쟁이 투쟁의 근거들을 상실하고 다시 투쟁의 거점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어려운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투쟁을 접어야 할 것인가? 어쩌면 지금까지 이 나라의 평화운동세력들은 주민들의 투쟁에 힘입어 손쉬운 방식으로 투쟁을 전개하지는 않았는가. 한미동맹이라는 거대한 구조에 대한 저항이 쉽지 않고 몇 년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투쟁임을 잘 알면서도 주민들의 이주합의를 핑계 삼으려는 것은 아닌가.

주민들이 대추리, 도두리를 떠나도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다고 하면서 전쟁침략 기지를 강요하는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의 본질이 여러 계기를 통해 확연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국의 이익에 편승해 조공을 바치듯이 평택 미군기지를 강압적으로 확장하고, 미사일방어(MD) 체제를 수용하고, 자주국방을 내세우면서 미국의 고가의 군사장비를 사들이면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반평화적인 정부의 국방정책의 본질도 고스란히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또 지난 24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을 2012년 4월에 이양받기로 하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기로 했다. 6자회담에서 합의한 일정대로 한반도에서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는 점과 맞물려서 주한미군의 성격과 위상, 역할에 대한 논란도 일어날 것이다.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소파협정도 이와 함께 재검토돼야 하며, 더욱 분명한 것은 2008년까지 완료하기로 한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이 2012년으로 연기됐다는 점이다.

반전평화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자
▲ 지난해 9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4차 평화대행진에서 피켓을 들고 단상에 오른 간디학교 학생들.ⓒ프레시안

이처럼 지금 상황은 평화운동세력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 국민을 기만하면서 무리하게 진행되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은 사업이 진행될수록 상황의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할 것이다.

우선 2월말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소파위원회를 통해서 확정되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에 대한 마스터플랜 자체가 그런 뇌관을 안고 있다. 초호화판 미군들의 숙소와 골프장들, 그리고 미군들의 삶의 질의 보장이라는 전제 하에 들어서게 되는 부대시설들은 그 하나하나가 분노를 자아내는 요소들로 가득할 것이다.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면서 만들어지는 그 미군기지가 미군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는 점들이 제대로 공개만 되어 보라.

비용분담 역시 계속 문제로 불거질 것이다. 미군 측의 요구에 의해서 이전하는 미 2사단의 이전 비용은 마땅히 미국 측이 부담해야 하는데도 한국 측의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결국은 미국이 예상했던 대로 미국은 자신들의 전쟁침략 기지를 만들면서 단 6%만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 문제를 사실대로만 이해한다면 이런 무모하고도 굴욕적인 미군기지에 대한 반대여론은 불가능하지 않다.

아울러 미국은 주한미군을 1만5000명까지 지속적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평택미군기지를 확장한다는 점은 분명 문제이며, 또 한반도 평화체제를 추구한다면서 만들어지는 전쟁기지라는 점이 알려진다면 이런 모순점들은 결국은 미군기지 이전협정의 재협상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국회는 이런 점들을 간과한 채 청문회를 열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선, 총선을 의식하도록 압박한다면 한미동맹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편들어 온 정치권의 입장도 바꾸어낼 수 있다고 본다. 곧 이어 닥칠 주민들이 이주한 마을에 대한 파괴와 성토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의 문제는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와 함께 중요한 문제로 제기될 소지가 있다. 여기에 한미 간의 계획된 선제공격 군사훈련의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어떻게 평화체제와 이런 전쟁기지, 전쟁훈련이 양립할 수 있는가.

평화운동의 새로운 주체들이 나설 때다
▲ ⓒ프레시안

결국 반전평화의 주체들이 벌이는 기획과 실천이 요청된다. 대중집회 중심의 투쟁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전국 곳곳에서 평택을 응원하는 '평택 지킴이'들은 생활 현장에서부터 작은 실천들을 일상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작은 성명서 이어 쓰기'와 같은 행동은 좋은 표본이다.

범대위가 계획하고 있는 '2007 한반도 평화선언'에도 명망가들만 참여하지 않고 평택 투쟁으로부터 평화운동의 필요성을 느낀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평택을 생각하는 이라면 사이버 시위도 생각할 수 있고, 블로그와 UCC를 이용할 수도 있다.

주변사람들에게 평택 미군기지의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 전쟁연습의 잘못을 지적하고, 그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면서 평화를 파괴하는 미국의 전략에 봉사하는 관료들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투쟁이 일상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반전평화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금은 기만적인 평화체제의 구축을 폭로하면서 평택 투쟁의 새로운 주체들을 만들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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