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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이전에 관한 눈속임…신뢰 잃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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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이전에 관한 눈속임…신뢰 잃은 정부

[기고] 방위비분담금의 기지이전비용 전용 논란

"미2사단을 평택으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의 50% 가량이 방위비분담금에서 집행될 것"이라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의 1월 18일 발언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발언은 주한미군 주둔 경비 지원금인 방위비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에 쓰겠다는 것으로 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주한미군 평택 이전비용 중 한국측의 공식 부담액인 약 5조5000억원 외에 대부분의 비용이 결국 한국인들의 혈세로 충당될 것임을 시사했다.

방위비분담금이 미군기지 이전에 쓰일 경우 한국의 민간 자본이 공짜로 지어주고 추후 임대료를 받는 'BTL 방식'의 비용까지 나중에 방위비분담금으로 낼 수 있어 결국 이전에 따른 미국의 부담 비율은 5~6%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이번에 처음 드러난 것은 아니다. 벨 사령관은 그간 미군 당국이 밝혀 온 분담비를 명시적으로 밝혔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결국 대부분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을 지속적으로 무시·왜곡해 왔고, 이제야 '방위비분담금은 미국돈'이라는 논리로 자신들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전 협상 당시부터 이 문제를 비판해 온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박정은 팀장은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한국의 부담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숨겨 온 외교·국방 당국과 국회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편집자>

▲ 김장수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왼쪽) ⓒ연합뉴스

주한미군기지 재배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한국 외교·국방 당국자들에 대한 신뢰를 접게 된다. 적어도 2003년부터 진행된 한미동맹 재조정 협상, 즉 미군기지 평택이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반환기지 환경정화 협상과정과 결과에 대해 외교·국방 당국이 그 동안 내놓은 주장들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왜곡과 은폐, 그리고 눈속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또 하나의 논란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주한미군 주둔경비지원금) 중 절반을 미2사단 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요구에 따라 주한미군 재배치가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미 측은 단지 기지이전비용의 6%만 부담할 뿐 나머지 대부분은 한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방위비 분담금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쓰인다는 것이나 이전비용 대부분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 1월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의 방위비 분담금 관련 발언은 미 국방부, 의회 자료 등에서 이미 확인된 내용들이다. 그래서 기지 이전비용 부담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온 시민단체들은 실제 미군기지 이전비용의 대부분을 한국 측이 떠안을 가능성을 거듭 경고해 왔고 미2사단 이전비용을 미국이 부담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반박해 왔다.

그럼 정부는 미측이 방위비분담금을 이전비용으로 쓸 것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국민들과 국회에 솔직하게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이미 2003년 미국의 의회 회계국(GAO) 보고서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의 이행은 애초 합의한 대로 주둔국의 방위비분담금의 50%가 건설비로 전용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며 방위비부담금의 50%를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하는 데 모종의 합의가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2006년 3월에는 미군기지 이전비용 중 한국 측 부담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미국 쪽이 용산기지 이전 및 2사단, LPP의 비용 50억~55억 달러에다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중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금액 16억8000만 달러(2004~2008년)를 포함시켜 계산한 것으로, 이는 미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었다.

실제 방위비분담금협정이 체결된 이래로 분담금 중 주한미군 군사건설비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져 왔다. 2007년 방위비 분담금 예산만 보더라도 인건비와 군사시설 건설비 비중이 80.2%를 차지하는 반면 연합방위증강사업비와 탄약저장관리 등에 드는 군수지원비는 19.8%에 불과하다. 방위비분담금협정이 그 자체로 심각한 하자(미군 자체부담을 명시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위배, 주한미군 역할 및 활동범위 변화, 병력 수 대폭 감축에도 불구하고 분담금 증액 등)을 안고 있다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것은 분담금이 연합방위태세 강화와 무관한 주한미군 기지건설에 압도적으로 투입되고 있는 경향을 보여준다(이런 의미에서 '방위비분담'이라는 용어는 매우 적절치 않다). 앞으로 방위비분담금의 많은 부분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전용될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국방부는 국민들 앞에서 그렇게 말해보라

미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줄곧 방위비분담금 전용 가능성을 부정했던 국방부는 이제 미측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이런 가능성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이러한 정부 입장의 이면에는 '방위비분담금은 미군 예산'이라는 상식 밖의 논리가 깔려 있다. 엄연히 한국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미국 측에서 지불하는 예산으로 잡고 한국 측 비용부담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을 제공하기 시작한 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측이 제기하는 방위비분담금 소요가 적정한지, 집행내역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도 못한 채 미측의 요구에 따라 그 금액만 계속 증액해주고 있다.

국방부가 지금까지 총 64억 달러(약 6조 원)의 방위비분담금을 제공해오면서도 이를 '미국돈'이라고 얘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방위비 분담금 집행내역에 대해서,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충당될 가능성에 대해서 질의하면 국방부는 '한 번 미측에 넘겨진 이상 미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니 분담금을 이전비용으로 집행하는 것도 미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국방부의 인식과 주장은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검증받아야 할 사안이다. 과연 국방부는 국민들 앞에서도 '여러분들이 내는 세금으로 조성되는 주한미군주둔경비지원금(방위비분담금)은 미국 돈입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자신이 있는가. 이러한 국방부 주장에 대해서 수긍할 국민이 몇이나 있겠는가.

정부가 한국 측의 기지 이전비용 부담분 중에 방위비 분담금을 제외한 또 하나의 이유는 아마도 한국 측의 과도한 비용부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반박의 여지가 충분하지만 정부 주장에 따라 용산기지 이전은 우리의 요구에 따른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미2사단의 평택이전비용은 미측에서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물론 부지매입은 당연히 한국 정부의 몫이다).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수없이 강조하고 되풀이해 왔다. 마치 미군기지 이전비용 중 절반 정도는 미측이 부담할 것처럼 말이다.

정부는 국회에도 이런 식으로 보고했고, 국회는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2004년 용산기지이전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안을 처리해버렸다. 그러다 지난 해 12월 국방부는 기지이전 문제를 제대로 따져 볼 의지가 없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또 다시 눈속임을 시도했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시설종합계획(MP) 협상결과'가 그것인데, 국방부는 총 10조 원 이상의 이전비용 중 한국 쪽 부담액을 5조5805억 원으로 명시하면서, 정부가 향후 미측에 제공하게 되는 방위비분담금 수 조 원은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미측은 오래 전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이전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었고, 정부 또한 이를 모를 리 없었을 텐데도 국방부는 이를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 측 비용부담액에 포함시키면 주한미군 기지이전비용의 대부분을 한국 국민들이 지게 된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해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한 이번 논란에서 주한미군 당국보다 한국 정부를 우선 강하게 비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같은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미군기지이전협상 전반에 걸쳐 정부는 국민들에게 많은 부분에서 정직하지 않았다. 협상과정과 결과에 우려와 문제제기를 정부는 일단 강하게 부인하고 사실을 애써 왜곡했지만 종국에는 이러한 우려가 대부분 현실화되었다. 미군기지재배치 협상 때도 그랬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반환기지 환경정화 협상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잘못된 협상결과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 대신 이들의 왜곡과 은폐는 '동맹의 논리'로 포장되었다.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동맹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혹은 불가피한 것으로 치부하면 그만이었다.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국회는 정부가 재촉한 기지이전협정안이나 방위비분담금 협정안을 '문제가 있어 보이나 한미동맹을 고려해' 그대로 추인해주기만 했지 협상과정의 오류를 점검하거나 잘못된 협상 결과를 수정할 단호한 의지를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국회는 기지이전협상의 난맥상이 거의 다 드러난 지금까지도 스스로 약속한 바 있는 청문회를 개최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단언컨대 한미동맹을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이번 방위비분담금 협정(2007~2008년)도 가능한 빨리 처리할 것이다. 그러니 사회적 논란이 될 한미간 시설종합계획(MP)이 조만간 발표되더라도 무기력한 국회에 그다지 기대할 바는 없어 보인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자기 '밥그릇 지키기'를 동맹을 위한 것인 양 둔갑시키고,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막말과 위협도 마다하지 않는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러한 정부와 국회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동맹이 모든 외교·국방·안보 문제의 판단기준이 되고, 미국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 동맹의 유지방식인 것으로 귀결된다면 동맹은 곧 자승자박이 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의 '군림' 보다 더 큰 문제

셀리그 해리슨의 <코리안 엔드게임>은 역대 주한미군 사령부가 이미 갖고 있는 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저항해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 육군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 한국이며, 한국에서 항상 특권을 부여 받고 있는 주한미군 사령부는 한국의 '동지'들과 함께 미국의 군사적 지원의 축소는 물론 병력규모 감축을 막으려 애써 왔다는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나 한미연합사 해체는 주한미군 사령관 입장에서 큰 권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껍데기뿐인 유엔사의 역할을 새삼 강조하고,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조속한 이행과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한편으로 보자면 권한 유지의 의지와 '밥그릇 지키기'의 방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경솔한 말 한마디조차 경고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동맹의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여지고 한국 측의 잘못으로 빚어진 동맹의 균열이라는 식으로 해석된다. 다음처럼.

"...일부 언론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주한 미군사령관이나 미국 국무성 관리들이 한국 정부를 대하는 태도를 볼 때 한미동맹이 예전 같지 않음은 확실하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 입장에서 이는 매우 불안한 조짐이다. (…) 미국 정부가 근래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냉소적인 모습 혹은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떤 면에서 자업자득이다." (유영옥 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 '한미공조 더 강화하자', 서울신문, 2007. 1. 31)

이런 식으로 사고하다보니 아무리 주한미군이 자국의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기지 재배치를 할 수 있게 되었어도, 아무리 방위비분담금은 증액해도, 아무리 무상으로 공여되는 토지와 각종 면세, 공공요금 할인, 항만 및 공항 무상이용 등을 포함한 간접지원 비용을 매년 지불하고 있어도, 아무리 방위비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일본조차 지원하지 않는 교회, 건강시설, 휴게소 등을 군사건설 사업명목으로 지원하고 있어도, 미군 사령관이 '한국 정부가 용산 기지 이전에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이 작업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싸우겠다' 혹은 '방위비 분담금이 증액되지 않으면 한국인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수밖에 없다'는 위협을 서슴없이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기지이전과 관련해 주한미군의 군림하는 듯한 태도는 그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더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지난 일련의 한미동맹 재조정 협상과 국회 비준동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을 호도한 정부다. 미군기지의 평택이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주한미군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고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부 주장과 달리 반환기지 환경정화에 왜 미군이 책임을 지지 않는지, 왜 기지이전 비용부담을 한국 측에서 떠안아야 하는지, 방위비 분담금을 자국의 비용부담에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국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숨기기에 급급한 정부나, 이를 검증하지 않는 국회가 존중받거나 신뢰받기는 어렵다.

뒤늦게 국방부가 '소요충족형' 방식을 도입해 방위비분담금 산출 방식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이것이 방위비분담금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도 지금껏 보여준 태도 때문이다. 정부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소요를 제기하는 측이 미국 쪽인 상황에서 방위비분담금의 문제점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할 근거가 없다.

앞으로 주한미군이 추가로 철수될 가능성은 높다.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올해 의회를 주도할 민주당이 다뤄야 할 핵심과제로 주한미군의 추가감축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008년 9월까지 현재의 3분의 1가량이 줄어드는 주한미군 병력은 기지이전 후 더 감축될 것이며 이것은 시간문제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다시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주한미군 추가 감축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고, 기지이전 비용문제와 기지건설 지연문제 등 많은 부분이 2004년 협정체결 당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2사단 이전비용마저 한국 측 비용부담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그동안 정부가 거짓 주장을 한 것이고, 기지이전협정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군기지 이전이 2008년 완료하기로 했다가 최대 5년 지연될 것이라고 정부가 밝혔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것들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청문회가 조속히 개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협정의 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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