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생들은 대체 평택과 어떤 관계이기에 이런 '용감한 행동'을 한 것일까? 혹시 아는 사람이 평택에 있는 것일까? 15명은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개념을 상실한' 사람들한테 평택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평택 문제는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우리의 문제"
지난 1학기 간디학교의 정규 수업 중 하나인 '평화수업'에 참가했던 이들은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평화를 위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행동에 나서기 위해 선택한 주제는 다름아닌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였다.
학생들이 평택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된 것은 평택에 직접 다녀온 같은 학년 친구들을 통해서였다. '평화수업'을 듣고 있는 장성규, 이동근 두 학생은 지난 4월 '개척자들'이라는 단체의 활동가들과 함께 열흘간 평택에 머물다 돌아왔다.
장성규 학생은 "평택에 갔다 오며 하게 된 생각은 무엇보다도 '자기 땅과 자기 집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없게 됐다'는 점이었다"며 "친구들은 특히 평택문제를 평화문제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간디학교 학생들은 직접 만든 유인물에 "평택 미군기지 이전은 우리의 생명과 평화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행위인데 정부는 민족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라고 한다"면서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의 권리를 빼앗기고 침해당하는 것은 평택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들의 문제"라고 적어 자신들이 평택 문제를 행동의 주제로 선택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평화'는 행동하는 동사인 걸 알았어요"
한 학기동안 '평화수업'을 맡아 진행해 온 교사 임영신 씨는 "수업의 초기에 전쟁이 무엇인지, 평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토론을 통해 결국 '전쟁'이라는 단어가 '총을 쏘다', '사람을 죽이다', '침략하다'와 같은 동사인 것처럼, 평화 역시 '더불어 살다', '화해하다'와 같은 동사임을 학생들이 공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평화는 행동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린 아이들이 이번 캠페인의 기획부터 진행까지 직접 맡아 했다"며 한 학기 수업을 이런 방식으로 마무리 지은 학생들을 대견스러워 했다.
캠페인을 함께 진행한 이산하 학생은 "어른들이 주최하는 집회에 관객처럼 참가하는 것보다 훨씬 즐거웠다"고 말하고서는 "그러나 거리에서 사람들이 많이 호응하지 않아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1학기 평화수업을 마친 간디학교 4학년 학생들은 2학기에는 필리핀으로 '평화여행'을 떠난다. 현재 정해진 목적지는 분쟁지역으로 알려진 필리핀의 민다나오 섬. 이들은 그곳에 있는 예술·청소년 단체 사람들과 만나 함께 평화와 관련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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