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회동을 계기로 호남에 대한 한나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의 회동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대주주들의 의기투합으로 해석되면서 그동안 호남에 쌓아 온 한나라당의 공든탑이 무너질까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도부, 조만간 호남 예산투어
한나라당 지도부는 예산과 정책으로 호남 민심을 잡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7일 국회대책회의에서 "조만간 일정을 잡아 호남을 방문하여 호남의 현안과 예산에 관한 내용을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예결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호남을 방문해 호남의 가장 중요한 지역산업 등의 호남 현안과 호남의 예산 문제를 듣고 이를 정기국회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강재섭 대표는 조만간 취임 후 일곱 번 째 호남방문을 계획 중이며, 김형오 원내대표도 조만간 광주를 방문해 자원봉사 활동을 할 계획이다.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은 "호남 정치인들과 호남 주민들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며 "정계개편 등 정치문제에 개의치 않고 지금처럼 '호남 다가서기' 노력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한나라당의 호남에 대한 진심이 어떤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 만큼 정책적인 노력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DJ, 민주화 어른으로 남아 있으라"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대권주자들은 여전히 김 전 대통령에 관한 직접적인 비판을 꺼리고 있으나, 당 지도부는 여당발(發) 정계개편의 중핵으로 떠오른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나경원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의 큰 어른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지역주의를 부활시켜 한국정치를 20년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자초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김 전 대통령의 정치 불개입을 압박했다.
한때 한나라당을 깨고 민주당과 함께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무성 의원은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회동은 한 마디로 지역주의의 구태, 편가르기 정치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여권이 재집권의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아예 없기 때문에 정계개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전날 강재섭 대표는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회동을 "정치 투기꾼들의 떳다방 정치"라고 비난했고, 이재오 최고위원도 "김 전 대통령은 스스로 권력을 잡으려고 수많은 정당을 깨고 다시 만들었는데 그런 정당이 지금 어떻게 됐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같은 반발은 호남으로 항하는 여권발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한 한나라당의 긴장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이 호남을 바탕으로 결합할 경우 한나라당의 대선 전망에 적지 않은 먹구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자릿수 득표율을 위해 그동안 벌여 온 호남 구애 작전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에) 뺨을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권 내 정계개편 논의에 워낙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호남을 포함하는 여권의 정계개편이 불발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 않겠느냐"고 여권의 분열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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