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경영계와 야합을 했다"는 민주노총의 비판에 대해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이야말로 협상장에서 도대체 뭐 했냐"며 정식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이용득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노-노 갈등을 조장하면서 정부와 경영계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용득 "민주노총, 대화나 협상의 주체가 될 자격이 없다"
이용득 위원장은 14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식 노동운동 이제 그만'이라는 글을 통해 "민주노총은 대화나 협상의 주체가 될 자격이 없다"며 민주노총의 협상장에서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이 글에서 "민주노총은 지금에 와서 복수노조 유예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지만 공식 협상과정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제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협상 과정에서는 문제 제기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이 합의가 나온 뒤에서야 '야합'으로 연일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야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 유예에 대해서도 이용득 위원장은 "한국노총이야말로 복수노조를 허용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고 최종 협상에서도 유일하게 복수노조 허용을 위한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또 "민주노총은 조직 안팎의 눈치만 살피다가 최종 순간에는 원론만 주장하고 대화를 거부하며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면서 공격수단으로만 삼는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일개 사업장의 노조 위원장도 협상에 끝까지 임하고 결과에 책임도 지건만 내셔널센터가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보인다면 누가 신뢰하겠는가"라고 협상에 나선 민주노총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나는 누구보다 민주노총 동지들과의 연대를 중시했고 욕을 먹어가며 그들과 어울렸던 사람"이라며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막가파식 주장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민주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노-노 갈등 부추기는 행동대장이냐"
이에 대해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자신들의 야합행위의 본질을 가리려는 주장"이라며 "이용득 위원장은 의도적으로 노-노 갈등을 확대시키며 정부와 경영계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문숙 대변인은 "민주노총이 '전부 아니면 전무식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동자 전체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이지 민주노총이 협상을 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우 대변인은 또 "복수노조를 유예시키면서 전체 노동자와 미래 세대의 노동자들에게까지도 죄를 지은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의 협상방식을 문제 삼고 나오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비겁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도 "원칙적이라고 해서 죄가 되냐"며 "노동자들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이용득 위원장의 주장은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합의해주지 않았다면 40개 로드맵 과제 중 34개가 합의를 이룰 수 있었겠냐"며 '민주노총이 원론만 주장했다'는 이 위원장의 비판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이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 공개적으로 노-노 갈등을 조장한다면 용납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의 협상 전략은 실패"…"5자가 민주노총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양대 노총의 이같은 공방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로드맵 협상에 임한 민주노총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동시에 한국노총과 경영계, 정부가 의도적으로 민주노총을 최종 협상에서 배제한 채 합의를 했다는 지적도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민주노총의 전략은 실패였다"며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지킬 것과 포기할 것을 구분해야 하는데 민주노총은 모든 것을 다 얻기 위한 현실적 대안도 없이 주장만 앞세웠다"고 비판했다. "필요할 때는 부분적인 양보를 통해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협상에 임하는 조직으로서 필요한 자세"라는 얘기다.
배규식 본부장은 로드맵 합의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민주노총의 계획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실질적인 위협력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그저 비토파워만 행사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런 식으로는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한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에 물리력을 갖고 싸우는 것으로 비춰질 수 없다"며 "자칫하면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하는 집단으로 그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민주노총의 협상력이 문제라고 하지만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안에 합의를 안 해줄 것으로 보이니 나머지 5자가 의도적으로 최종 협상에서 민주노총을 제외시킨 채 '노사정이 합의했다'고 발표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김유선 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표현이 정부 공식 문건에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김영삼 정권 이후부터 '노동계'라는 표현에는 민주노총도 포함된 것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놓고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노태우 정권 시절로의 회귀로까지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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