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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프 "AIG식 구제금융,10번도 모자랄 것"

[해외시각]"미국, 신뢰잃은 신흥시장 꼴 될 수도"

AIG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결정도 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킬 근본대책이 되지 못하다는 것이 하루 만에 드러났다. 전날 AIG 구제금융 결정 소식은 단타 매매자에게나 호재였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물론 18일 국내 증시도 전날 반짝 급등 폭을 고스란히 반납하는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정부가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특별한 방안을 채택했는데도 시장의 외면을 받을 경우 초래될 위험은 바로 정책결정자에 대한 불신이다.(☞관련 기사: AIG와 리먼브라더스는 다르다?)

시장의 반응이 금세 싸늘해지자 AIG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은 '정실자본주의'에 따른 선별구제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내세운 유일한 근거는 'AIG가 파산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이 리먼브라더스보다 더 크다'는 것이었다.

리먼브라더스만 불쌍해

하지만 이런 논리조차 베어스턴스 사례를 생각해보면 무색해진다. 지난 3월 리먼브라더스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베어스턴스에게는 '시장 파괴력'을 이유로 구제금융을 지원한 FRB는 리먼브라더스와 메릴린치에게는 '시장의 원리'를 내세워 구제금융 요청을 거절했다. 그런데 불과 이틀 뒤에 AIG에게는 구제금융을 결정한 것이다.
(☞관련 기사:증폭되는 베어스턴스 매각 결정 미스터리)
▲ 연방정부가 아닌 뉴욕주의 관리를 받는 AIG에 대해 FRB가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퍼부었으나, 금융시장의 반응은 하룻만에 싸늘해졌다.ⓒ로이터=뉴시스

'시장 파괴력'에 대한 미국 정부의 판단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불신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자의적 판단은 모럴 해저드 논란도 피할 수 없다. 한 투자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해고된 리먼브라더스 직원들은 AIG보다 더 투기적인 영업을 하지 못한 죄 때문에 구제금융을 받지 못했다'고 자조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때문에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의 금융위기는 금융업체들의 부정직과 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된 위선의 산물"이라고 질타했으며, 윌렘 뷰이터 런던정경대 교수는 "AIG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은 정실자본주의의 소산"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부자와 특수관계자에 '퍼주기'로 봉사하는 '사회주의적 조직'이 되었다고 개탄했다.

스티글리츠 교수와 함께 국제경제학계의 거목으로 손꼽히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17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미국은 1조 달러의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이라는 칼럼(원문보기)을 통해 구제금융은 근본적인 대책도 아니며, 지속가능한 해법도 아니라는 점을 경고했다. 진보진영의 학자들은 구제금융이 아니라 1980년대말 저축대부조합 사태 당시 등장했던 정리신탁공사(RTC) 설립과 강력한 규제법안을 통해 부실자산을 해소해 나가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아직은 미국이 그나마 안전해?

로고프 교수에 따르면, 민간 영역에서 보유한 미국의 정부채무는 2007년말 기준 4조4000억 달러에 달하고 AIG 구제금융까지 포함해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은 3000억 달러를 밑돈다. 미국의 GDP 규모로 볼 때 '관리가능한' 수준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금융시장이 그토록 위기라고 하는데도 미 재무부 채권 3개월짜리 수익률은 54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이 망할듯해도 아직까지는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단기 채권은 가장 안전한 투자처에 속한다는 믿음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AIG 구제금융 약발이 하루도 못가는데서 보듯, 이번 금융위기가 '시장 파괴력'이 큰 업체들의 파산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끝나지 않을 '생애 최악의 사태'라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의 이번 위기는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로고프 교수는 "지금까지 들어간 공적자금의 5~10배 이상이 들어가지 않고는 위기 확산을 막기 어렵다"면서 "즉, 구제금융을 투입한다면 1조~2조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DS 시장 붕괴가 서브프라임보다 더 무서워?

특히 그는 AIG의 '시장파괴력'을 얘기할 때 거론된 CDS(신용부도보험) 시장이 규제도 받지 않은 채 2008년 들어서 6조 2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된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CDS시장이 무너질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더 큰 혼란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고프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사태해결 능력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면서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금융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정치 및 규제의 대응이 이런 낙관적 시각을 고취하도록 지속되길 기대하자"면서 "그렇지 않다면 금리가 치솟고 달러 가치가 추락하면서 미국은 신흥시장이 그토록 익숙한 궁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미국의 재정적자가 파탄지경에 이르면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존 체임버스 국가신용등급위원회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영국의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의 AIG 구제금융 조치 이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압력이 쌓이고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의 현재 국가신용등급은 최고 등급인 'AAA'다. 하지만 체임버스 의장은 "천부적으로 받은'AAA' 등급은 어디에도 없으며 미국 역시 다른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를 쟁취해야 한다"면서 "FRB가 AIG에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함에 따라 미국의 재정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그는 미국 정부의 AIG 구제조치에 대해 "전례 없이 단행된 이벤트"라며 "이는 몇십년 후에 연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AIG가 구제금융으로 일단 살아남았지만, 2년에 걸친 '질서정연한 파산'으로 갈 것이라는 FRB 고위관계자의 언질이 나오고 있으며, 세계 5대 투자은행 중 아직 버티고 있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도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달러, 너마저...."

금융위기 속에서 오히려 강달러 현상을 보여준 달러 가치도 '인디안서머'(가을철 잠시 더운 기간)가 끝나가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 기사:, "최근 强달러 현상은 '인디언서머'")

달러 단기 시장의 유동성을 가늠하는 3개월짜리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는 9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미국 국채 수익률과 리보의 차이를 의미하는 TED 스프레드도 지난 1987년10월20일 '블랙먼데이' 이후 최고치에 올라섰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 지수는 17일(현지시간) 1.1% 하락한 78.18을 기록했고 미 달러화는 유로당 1.4345달러로 거래돼 전날보다 1.5% 하락했다.

또한 국제금융센터는 18일 미국 재무부의 자료를 인용, 7월 한달간 미국 시장에서 약 748억달러가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화된 지난해 8월 1625억달러가 유출된 이후로는 최대폭이다.

자본 순유입으로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메워왔던 미국에서 이제 자본수지마저 적자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대두되는 실정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위축되면서 미 경상적자 보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는 달러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달러화 가치하락이 예상되면서 금 가격은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헸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무려 70달러(9%)나 급등한 850.50달러로 마감됐다. 금값의 달러화표시 상승폭은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1980년 이래 최대치다. 금 선물은 미국에서 1974년부터 거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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