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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회복,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진단]부시, 8년 동안 재정 1조 달러 거덜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신융위기가 100년에 한 번 나올 정도의 금융위기라는 경고가 점점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관련 기사: 미국발 주택담보부실, 100년래 최대 금융위기 부르나 )

특히 경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로 꼽히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잇따라 비관적인 칼럼을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FT>는 지난 3일 "미국의 경제 회복은 이제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칼럼니스트 클리브 크룩의 글을 게재하더니 4일에는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기고를 실었다.

그린스펀은 이 글에서 "이번 위기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부도를 낼 것이라는 두려움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와는 다르다"면서 "한 세기에 한 두 번 나올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몇몇 대형 금융기관들이 부도를 내거나 부도 위기에 처하고 있지만, 사태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화되면서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대출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건전했던 채권마저 부실화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가 한 세기에 한 두 번 나올 정도의 사건이라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막대한 재정적자를 초래해 위기에 대응할 수단을 고갈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로이터=뉴시스

주택가격 하락 장기화로 우량 모기지까지 부실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중 알트A(중간등급) 모기지 연체율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배나 증가한 12%를 기록했다. 미국 모기지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라임론(우량대출)의 연체율도 2.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와 경기둔화가 장기화될수록 프라임이나 알트A 모기지의 연체율이 급등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상 프라임이나 알트A론은 5∼7년 정도 원금 상환을 유예한 뒤 원리금을 갚아 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금 상환 유예기간이 2∼3년인 서브프라임에 비해 부실 여부가 늦게 반영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최근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끔찍한 상황"이라며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앞으로 3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서브프라임 부실이 씨티그룹애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일찌감치 경고해 주목받은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휘트니(미국계 펀드회사 오펜하이머)도 "신용경색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미국의 주택가격이 앞으로 33%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기관들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꺼리고 있어 추가적인 주택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많은 금융기관들이 부도에 몰리고 있으며, 결국 정부의 구제조치를 신청할 처지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주택 가격이 안정될 때야 부도 위기가 끝날 것이지만, 지난 2006년에 구매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단독 세대 주택들이 시장에서 소화돼 정리되어야 주택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브 크룩은 "현재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라면서 "간단히 말해서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책 수단으로 채택이 가능한 방안은 거의 없어졌다"면서 "FRB는 적절한 정도가 넘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이미 금리를 급격히 인하했으며(5일 FRB는 2%인 현행 연방기금 금리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큼에도 불구하고 동결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는 20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집권 8년 동안 무책임한 재정 정책 일관"

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여력도 바닥나고 있다. 이미 내년도 재정적자는 500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그나마 800억 달러에 달하는 전쟁 추가비용은 뺀 것이다. 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서고 싶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정적자가 미국 GDP의 5%에 달할 정도로 불어나면 시장이 충격을 받아 외국 자본 유입이 차질을 빚게 되고, 달러 가치는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 위험은 더 커지고, FRB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압박에 더욱 시달리게 된다.

크룩은 "재정정책이 이처럼 무력하게 된 책임은 무엇보다 부시 행정부에게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들어설 때만 해도 미국의 재정은 GDP의 2.4% 규모의 흑자였으며, 기존 정권의 정책을 유지했다면 재정흑자는 2008년 경에는 GDP의 4.5%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었다"고 지적했다.

올해 실제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3%에 달한다는 것은 GDP의 7% 즉 1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 악화를 초래했다는 의미다. 크룩은 "이런 상황 악화 대부분은 감세 등 부시 행정부의 정책 탓"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 집권 8년 동안 이처럼 놀라운 무책임한 재정 정책은 현재의 경기 둔화에 대응할 적절한 수단을 거의 상실케 했다"면서 "이제 미국 경제는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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