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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주택담보부실, 100년래 최대 금융위기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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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주택담보부실, 100년래 최대 금융위기 부르나

[분석]미국·유럽· 일본 긴급유동성 지원, 전세계 주가 동반 폭락

미국 주택시장경기 침체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마침내 국제금융위기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 뉴욕증시는 물론 유럽 증시가 동반 폭락하고 아시아 증시 전반도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도 10일 개장하자마자 폭락세가 연출되고 있다.

금융위기 잠재뇌관, 드디어 폭발하나

미국의 비우량 고객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상대적으로 비싼 이율로 대출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주택시장 경기가 침체될 경우 연쇄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잠재적 뇌관으로 꼽혀 왔는데, 올 초부터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가 점증해 왔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로 뉴욕증시에서는 9일(현지시간) 3% 가까이 주가가 폭락했다.ⓒ로이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우려가 증시를 강타하게 된 것은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가 9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유동화증권에 투자한 3개 펀드의 환매와 가치산정을 일시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규모는 3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 NIBC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로 1억89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히는 등 기관투자가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 증시는 2% 안팎 급락하면서 뉴욕 증시도 3% 가까이 동반폭락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급락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유럽, 캐나다 중앙은행들이 긴급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BNP파리바의 환매 중단은 전세계의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연쇄 환매 중단으로 이어질 폭발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중은행에 4개월래 1일 최대규모인 240억 달러, 유럽중앙은행(ECB)도 단일 시장개입으로 최대규모에 해당하는 1308억달러를 공급하며 급한 불을 끄려고 나섰다. 캐나다은행도 14억5000만 캐나다 달러의 자금을 유동성 지원을 위해 공급했다. 10일 일본의 중앙은행도 1조엔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들이 이같이 긴급 자금지원에 나선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야기된 신용경색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제2의 BNB파리바가 속출할 가능성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연루되지 않은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관투자가 중에는 은행과 보험사, 연금 등은 물론 하버드, 예일 등 지성을 대표한다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근본적으로 미국에게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부실한 서브프라밈 모기지를 담보로 한 증권을 스탠더드앤푸어스(S&P)나 무디스가 우량등급을 매겨 전세계에 수출해 문제가 생기면 투자한 기관투자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모기지시장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주택 차압건수가 기록적 수준에 달하고 있고, 넘치는 매물과 구매 수요 감소가 다시 주택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악순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폭풍'으로 인해 미국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쳤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집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향후 수년간 200만~300만 가구가 집을 잃고 임대주택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되고 있다.

미국발 전세계 경제공황 시나리오

또한 주택을 담보로 소비를 즐기던 미국인들이 다시 신용카드에 의존하는 현상도 가열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미국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이마저 한계에 부닥치면 미국의 경제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되면 전세계적인 공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공포의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는 지난 100년간 일어난 최대 국제금융위기인 러시아 국채상환중단과 롱텀캐피털매니지펀드 위기, 나아가 1930년초 대공황을 연상시키는 금융위기의 폭발점으로 우려되고 있다.

리만 브라더스의 분석가 말비는 "이미 모기지대출 금융기관들이 최근 몇개월 동안 문을 닫고 사업을 축소하는 움직임은 100년전인 1907년 뉴욕은행들의 파산이 국제금융위기로 이어졌던 금융위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경제분석가들도 현재 금융시장이 금융공황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금융시장을 와해시킬 수 있는 씨앗이 뿌려졌다는 점만은 동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신용경색 사태가 중앙은행이 긴급 자금지원에 나설 상황으로까지 이어지자 FRB의 정책 실책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며칠 전 FRB의 금리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5.25% 동결하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금융시장이 급격한 변동을 보이고 가계와 기업의 신용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경기하강 위험이 다소 증가했다는 정도의 언급만 했을 뿐 이 정도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조금도 암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FRB나 유럽중앙은행이 수면 하에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금융시장 투자자들보다 더 어두운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 종가에 비해 56센트 내린 배럴당 71.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67센트(0.9%) 떨어진 배럴당 70.32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따른 증시 폭락으로 미국 경제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미국 금융시장은 최근 급락세에 따른 조정을 극복할 만큼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택시장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낮은 인플레이션과 건실한 고용시장, 강력한 국제경제 상황에 힘입어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최근 주택시장 상황이 위기냐 조정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지금 연착륙으로 가고 있다"면서 "그게 바로 현상황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욱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도 10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문제로 우리나라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허 국장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방만했던 유동성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고, 위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에 따른 외평채 가산금리 상승 등의 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가 다 마찬가지며, 지난 7월 20억 달러 정도의 해외 채권을 발행했고, 금리를 올릴 정도로 국내 유동성도 많기 때문에 자금조달에 어려움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허 국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비중은 미국 전체 모기지론 시장의 12%, 미국 전체 금융자산의 1% 미만인만큼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국제금융기관들의 의견"이라며 "그러나 어제 미국 증시가 흔들리는 것처럼 심리적 영향이 얼마나 확산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담보로 한 증권을 전세계에 수출한 상황에서 금융세계화에 따른 동시다발적인 연쇄효과가 우려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았던 대형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 투자했던 2개 헤지펀드를 청산하며 전세계 헤지펀드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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