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명의 KTX 여승무원들은 오랫만에 정복을 입고 "KTX 여승무원 대량 정리해고", "직접고용 보장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어깨띠를 맨 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가졌다. 여승무원들은 집회에서 "비정규직 양산하는 노무현 정권 규탄한다", "직접고용, 정규직화 쟁취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 이들은 비를 맞으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더니…"
서울역 광장을 출발한 여승무원들은 경찰청, 정부종합청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서울역 광장 집회에서 부산 승무지부의 정혜인 지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비정규직, 저소득층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라며 "그러나 우리 투쟁이 100일이 넘도록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혜인 지부장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뿐"이라며 "당당하고 씩씩하게 청와대 진격투쟁에 나서자"라는 말로 조합원을 독려했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의 송호준 조직국장도 "지금 내리는 이 비는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그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다면 우리들이 직접 그렇게 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외쳤다.
송호준 조직국장은 "지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지만 태풍이 불어온다 해도 우리는 멈출 수 없다"면서 "우리의 정당한 투쟁에 노무현 대통령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힘차게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청와대…그 문턱은 너무나도 높았다"
경찰청 건물을 지나는 동안 오전부터 내리던 빗방울은 더욱 굵어졌다.
오미선 교선국장은 "2년 전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가 개통됐을 때 공사는 우리에게 '정규직화시켜주겠다', '준공무원으로 대우해주겠다'라고 약속했었지만 지금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240여 명의 조합원에 대한 고소고발, 체포영장, 형사처벌뿐"이라고 강조했고 우산을 맞잡은 조합원들은 경찰청 건물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오미선 교선국장은 시민들에게 "공사의 온갖 달콤한 약속은 시간이 흐를수록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월급이 줄어들고 보건휴가조차 제비뽑기 선착순에 당첨되어야 쓸 수 있고 관리자에게 항의하면 재계약에서 탈락시키겠다는 협박을 들어야 했다"라며 여승무원들이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한명숙 국무총리와 정부당국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방송차량 위에서 조합원들을 이끄느라 정복 대신 야구모자를 쓰고 비옷을 입은 정지선 대변인은 "우리는 우리의 어려움을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국무총리실, 청와대, 각 당의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 등의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하지만 그 문의 문턱은 너무나도 높았다. 여성의 문제, 서민의 문제를 고민해왔다는 한명숙 씨도 총리로 임명되고 나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종로구 소속의 청소부 박모 씨는 "저렇게 어린 아가씨들이 이렇게 비까지 맞으면서 고생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지척인 효자동 새마을금고 앞까지 행진을 계속한 여승무원들은 "오늘로 투쟁이 끝난 게 아니다. 23일에는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과 연대집회를 열겠다"면서 "그 무엇보다 절박한 요구인 직접고용 및 정규직화를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여승무원의 희망> - 얼마 만에 정복을 입은 것인가? "투쟁 시작하고 정복은 처음 입었다. 복직과 정규직화에 대한 우리의 요구사항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늘 하루 정복을 입기로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정복을 입고 보니 왠지 마음이 떨리고 설렌다. 하루 빨리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 재계약을 해준다는 공사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는 함께 투쟁했지만 결국 (주)관광레저로 재계약한 승무원들이 붉은 색의 새로운 근무복을 입고 지나가는 모습을 농성장에서 봤다. 저렇게 재계약을 하더라도 또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같이 싸우지 못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너무나도 안타깝다." - 부모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시지 않나? "처음에는 부모님들도 딸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 아파 하셨다. 더 좋은 직장을 알아보라고도 하셨지만 이제는 우리의 싸움이 정당한 것임을 이해해주신다. 죄송스러우면서도 고마운 마음이다.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꼭 승리하겠다." -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다른 것은 필요 없고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처음의 약속 하나만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싸운다는 것이 정말 너무나도 힘들지만, 결국 좋은 결말이 올 것을 믿는다.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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