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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된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국회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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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누더기된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국회 통과

민족문제연구소, "친일파 보호법이냐" 강력 반발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을 재석 1백63명에 찬성 1백51명, 반대 2명, 기권 10명으로 법사위 수정안대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용균 의원 등의 반대로 법사위에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법안은 갖가지 독소조항이 포함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고, 민족문제연구소는 사실상 '친일파 보호법'이라며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제2반민특위 부활은 의미 있는 일로 평가**

친일반민족특별법은 '친일반민족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친일 행위에 대한 '역사적 단죄'를 할 수 있는 법안이다.

광복이후 친일행위 처벌을 위해 진행됐다 무산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활동에 이어 55년만에 친일 역사 청산작업을 통해 친일기록을 공식적으로 남기도록 한 것은 의미가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친일반민족 진상규명위원회는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호선한다. 특히 위원회는 3년동안 활동하면서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자료 수집 및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사료로도 편찬할 수 있다.

***민족문제 연구소, "독소조항 가득"**

그러나 법사위 수정안은 한나라당 김용균 의원 등이 국론분열이나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지속적으로 수정 축소돼, 사실상 진상규명을 저지하는 독소조항이 가득하다는 것이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각계의 공통적 의견이다.

그동안 "이처럼 넝마가 된 법안은 차라리 통과되지 않는 것만 못하다"며 통과에 반대해온 민족문제연구소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상정될 법사위 수정안은 친일파 보호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난한 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상임연구원은 친일진상규명법의 원안 통과를 촉구한 뒤,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있어 헌법재판소에 이를 의뢰할 것"이라고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법안 개악의 주된 내용으로 ▲조사 대상의 축소 ▲조사 대상자 권한 강화, 위원회 조사 권한 약화 ▲위원회 조직상의 문제점 ▲언론출판 자유를 제한하는 등 위헌 요소 등을 들었다.

조 총장은 "우선 창씨개명 주창 권유자, 신사(神社) 조영(造營)위원, 부(府)도(道)의 자문결의기관 의원, 읍면회 의원, 학교평의회 의원, 하급 경찰관, 헌병, 헌병보조원, 일제로부터 포상 또는 훈공을 받은 자, 조선사편수회 관여자, 토지조사사업 등 경제 수탈 종사자 항목을 모두 삭제하였고, 사법부는 서기, 집달리, 형무관리를 제외한 판ㆍ검사, 관공리는 고등문관 이상, 군은 중좌(中佐) 이상, 헌병은 분대장 이상, 경찰은 간부, 독립운동 탄압 단체와 제국주의 통치기구는 직원을 제외한 장(長)과 수뇌간부로 제한하여 극악한 친일분자라 할지라도 절대 다수가 면죄부를 받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조 총장은 "조사 대상자와 가족 등 이해관계인들의 이의신청 권한과 보호를 받을 권리ㆍ의견 진술권ㆍ증거자료 열람 청구권 등은 대거 신설하거나 강화시킨 반면, 위원회의 조사권은 각양의 단서를 달아 규제함으로써 적극적인 조사활동을 사전에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 총장은 위원회 조직과 관련해, "위원 추천권을 국회가 행사하게 해 놓아 그간 입법을 방해해온 다수당의 의중이 반영될 소지가 짙어졌다"고 지적했다.

조 총장은 "'일제 강점하에 특정한 지위에 재직한 사실만으로 신문ㆍ잡지ㆍ방송(인터넷 언론도 포함)에 공표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은 진상규명의 권한을 위원회가 독점적으로 수행케 하여 민간 학계의 연구조사나 언론의 추적 보도를 아예 불가능하게 하려는 저의가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기본적인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권고적 찬성", 민주ㆍ우리 "찬성"**

누더기로 전락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법사위 수정안조차도 한나라당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와 한나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권고적 찬성 당론으로 표결에 임했다.

한나라당 김광원 의원은 "북한 등에서 이 법안에 개입한 의혹이 있으니, 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북한은 배급을 실시하고, 호적제를 없애면서 친일파 정리에 들어가 북한 체제를 구축했고, 남한을 공격했다"며 "일련의 흐름이 북한의 흐름 쪽으로 가고 있고, 북한에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법안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오경훈 의원은 "역사를 바로세우고 진상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국민 화합이라는 필요에 부합하는 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도 법사위 수정안은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 대세를 이뤘다. 그간 법안을 축소ㆍ수정하는데 주력했던 김용균 의원도 "이 수정안이 마지노선"이라며 "법의 안정성을 위해 학계의 의견을 듣고 법사위에서 새로 만들었으니 통과시켜 달라"고 각 의원들의 법안 처리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상섭 의원도 "역사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 심사하는 법안"이라며 "한 시대를 새로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재희 의원은 "꼭 처리돼야 한다"며 오히려 "수정안 내용이 과하지 않았냐"고 지나친 법안 수정으로 취지가 진상규명이 가능한 지를 우려했다.

홍사덕 총무는 오후 의총에서 "오전에 논의된 바에 따르면 당론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법사위 수정안을 권고적 (찬성) 당론으로 임해 달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찬성 당론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법사위 수정안에 이견은 없었다. 김영환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찬성한다"며 "(법사위 수정안에) 특별한 이견은 없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당론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당초 열린우리당에서는 지나친 수정으로 법안의 취지가 무색해진 점을 이유로 이날 본회의에 법안을 강화한 수정안 제출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통과 가능성이 낮아 이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용규 의원은 "친일 역사청산 작업이 재개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6ㆍ25전쟁휴전 이전민간인희생사건 진상 규명법'은 부결**

그러나 국회는 이날 '6ㆍ25전쟁휴전 이전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6ㆍ25민간인희생진상규명법)'은 1백74명이 투표해, 찬성 72명, 반대 96명, 기권 7명으로 부결됐다.

지난 27일 본회의 때 상정됐던 6ㆍ25민간인희생진상규명법은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반대를 결정했고, 당시에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처리돼지 못했다.

당시 최병렬 대표는 의총에서 "실제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조사하게 되면 굉장히 복잡한 일이 일어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38선 북쪽에서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조사를 못하면서 시비거리가 일어서 곳곳에서 큰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수세력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고 떠날 것"이라고 당론 부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2일 본회의에서 법안 제안설명을 하면서 "법안의 취지는 해묵은 이념대결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6.25전쟁 전후에 걸친 수많은 양민학살의 진상을 규명하고, 억울한 사람의 신원을 해소시켜주고 규명하기 위한 법"이라고 한나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송 의원은 "김영삼 정부 시절에 거창양민학살사건과 김대중 정부 시절에 추미애 의원의 노력으로 제주 4ㆍ3사건은 해결됐다"며 "국회가 할 일은 안하고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는데, 친일진상규명특별법과 함께 이 법이 통과되면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음에도 끝내 법안은 부결돼, 한나라당의 역사바로세우기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음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공한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의 원안과 수정안의 조문 대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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