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등 야당이 반대해 큰 물의를 일으켰던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이번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서,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50년만의 '제2 반민특위' 부활 시도가 예기치 못한 정부 반대로 또한차례 벽에 부딪친 것이다.
***정부의 예기치 못한 '반민특별법' 반대**
김주현 행자부차관은 7일 오후 해당법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법사위 제2법안심사소위에 참석, "법안내용중 처벌대상과 관련, 후손들이 반발해 국민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김 차관은 이어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던 분들이 대부분 사망했거나 연로해 증인과 참고인의 일방적인 진술을 막을 장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이같은 정부의 반대입장을 밝힌 뒤 "정부가 주도적으로 (친일진상규명에) 나설 게 아니라 학계로 넘기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이날 문제 발언을 하기에 앞서 특별법 통과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김희선, 송영길 의원의 의견진술이 끝나자 "이견이 있다"고 제동을 걸며 반대입장을 밝혀, 정부의 반대입장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임을 감지케 했다.
***열린우리당 "이게 참여정부냐"**
예기치 못한 정부의 반대에 그동안 특별법 통과를 위해 애써온 김희선 송영길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크게 당황해하며 반발했다. 김희선 의원은 김 차관에게 “도대체 어느 정부냐. 어떻게 참여정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차관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고, 송영길 의원도 “국무조정실 과장이 준 문건을 대변하기 위해 가져왔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의 최용규 의원이 "정부의 공식견해냐"고 묻자, 김 차관은 "국무조정실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차관 발언은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각부처가 이견을 조정, 최종 정부입장을 산출하는 부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정부 공식입장임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해말 행자-외교-국방-보훈처 등 유관부처 실무자들이 만나 이같은 최종입장을 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김 차관 발언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날 소위때 보고한) 정부 문건에 명의도 없고 공식견해로 볼 수 없다"고 강력반발하자, "정부가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이 아니고 그냥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고 한걸음 발을 뺐다.
***여야, 원안보다 대폭 후퇴한 잠정합의**
이처럼 예기치 못한 정부 반대로 혼란을 겪은 와중에 당초 원안보다 크게 진상위원회 활동 범위와 시한이 축소된 잠정합의안이 도출됐다. 법안의 발의자인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이 당초 원안보다 축소한 수정안을 제출하며 타협에 나섰고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이 이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진상위원회의 활동시한은 당초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고 조선총독부 산하 친일 어용역사학술단체인 조선사편수회 간부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범위에서 제외됐다. 또 언론을 통해 창씨개명을 주도적으로 선전한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한 조항도 삭제됐다.
창씨개명을 주창한 사람만 조사하는 등 조사대상을 삭제 또는 대폭 축소하기로 합의하고, 국회 과거사진상조사특별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빠르면 8일중 소위를 다시 열어 전체회의로 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법사위 소위 및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논란이 예상됨에 따라 8일 폐회되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에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소위는 그러나 대통령직속으로 각각 위원회를 설치해 진상을 규명하는 '6.25전쟁 휴전이전 민간인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법' 및 '동학농민혁명가담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등은 통과시켜 전체회의에 넘겼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