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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협상단, 무역구제 요구사항 대폭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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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협상단, 무역구제 요구사항 대폭 축소

조속 협상타결 위한 양보인가? 사전각본 있었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 둘째 날인 5일 우리 측 협상단은 무역구제(trade remedy) 분과에서 기존의 요구사항 15개를 5개로 줄여 미국 측 협상단에 제시하고 다음날인 6일까지 이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측은 이날 협상이 개시된 무역구제 분과에서 지난 3~4차 협상에서 미국 측에 제시했던 15개 요구사항 가운데 △반덤핑 관세 부과 유보(suspension agreement, 반덤핑 판정을 받은 기업이 앞으로 반덤핑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를 미루는 것) △산업피해 판정 시 국가별 비(非)합산(덤핑에 의한 산업피해 평가시 한국산만 고려) △양국 간 무역구제협력위원회 설치 △반덤핑 조사 시 사전통보 및 협의 △반덤핑 판정 시 이용가능한 자료로만 판정 등 5개의 요구사항만을 들어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
  
  백두옥 무역구제 분과장은 이날 협상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미국 측은 (우리 측이 제시한 5개 요구사항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 측이 이 제안을 받지 않으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다"며 "미국 측이 이 제안을 거절하거나 일부만 받을 경우 김종훈 수석대표와 대응책을 상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회 '한미FTA특별위원회'에 보고한 '한미 FTA 5차 협상 대응방향'에서 "5차 협상에서는 특히 무역구제 분과의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협상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3월 이전 협상타결' 목표에 맞추다보니
  
  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가 미국시장에 대한 우리의 접근성을 높일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미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악명 높은 미국의 무역구제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은 지난 3차 시애틀협상 때 제로잉(zeroing, 수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낮은 경우만 덤핑마진에 산입하고 국내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높은 경우는 마이너스로 계산하지 않고 제로(0)로 간주해 덤핑관세율을 높이는 것) 금지 등 10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했고, 4차 제주협상 때 반덤핑 관세 부과 유보 등 5개의 요구사항을 추가로 제시했다.
  
  우리 측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그동안 미국 측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지난 1994년에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에 맺은 그 어떤 FTA에도 반덤핑과 관련된 조항을 삽입한 적이 없다.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에 미국 통상협정의 협상목표로 '반덤핑 집행력 약화 방지'가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역구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마감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옴에 따라 우리 측은 기존의 요구사항 15개 가운데 미국 측이 수용할 수 있는 것들만 선별해 제시하는 방향으로 협상전략을 조정했다.
  
  올해를 넘겨 내년에 가서야 우리 측이 무역구제 분과에서 뭔가를 요구하는 것은 '내년 3월이 되기 전에 협상을 타결하자'는 양국 협상단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셈이 나오는 것은 양국 협상단이 협정 '체결'의 시한으로 정해 놓은 내년 6월 말에서 180일 전에 열리는 마지막 협상이 바로 이번 5차 협상이기 때문이다. TPA에 따르면 미국 측 협상단은 협정이 체결되기 180일 전에 미 국내법의 제·개정을 가져올 수 있는 무역구제 관련 사안을 미 의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우리 측이 축소해 제시한 요구사항 목록에서는 △제로잉 금지 △소액징수 원칙(lesser duty rule, 덤핑률과 산업피해율을 비교하여 낮은 쪽을 적용) △공익적 이해관계 고려 등 무역구제와 관련된 핵심적인 사항들이 대부분 빠졌다.
  
  무역구제 협상은 '짜고 치는 고스톱'?
  
  이런 우리 정부 협상단의 협상전략에 대해 "협상단이 무역구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마감시한이 다가오자 초조해진 나머지 미국 측 협상단이 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미한 요구사항들만 골라서 제시하는 '양보'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측이 애초부터 미국 측이 들어줄 리 없는 무리한 요구사항들만 제시했다가 결국 후퇴하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 협상단이 5차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국이 5개 정도의 요구사항을 제시하면 미국 측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다가 그 중에서 미국 관련법을 제·개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의 요구사항 2~3개 정도를 수용함으로써 양국 협상단이 각각 자국 국내에서 생색을 낼 수 있도록 하자'고 사전에 합의했다는 '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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