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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구제'에서 '국내용 이벤트' 준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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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구제'에서 '국내용 이벤트' 준비하나?

[한미FTA 뜯어보기 162 : 한미FTA 5차협상 전망] '소탐대실의 거래' 우려

오는 4일부터 닷새 간 미국 몬태나 주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에서 한미 양국 협상단은 상품 양허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에 대한 협상을 '실질적 마무리' 수준으로 진전시키고, 다른 분야들에서는 빅딜을 위한 '막판 이견조율'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 협상단은 이번 몬태나 협상에서 특히 무역에 의한 피해의 구제 문제를 다루는 '무역구제(trade remedy)' 분과의 협상에 집중한다는 협상목표를 세웠다. 협상목표라고는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이번에는 싫어도 이 분과의 협상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양국 협상단이 내년 초를 협상타결 시한으로 정해 놓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한미 양국의 정치상황 등에 미루어 볼 때 이번 협상이 사실상 무역구제에 관한 논의가 가능한 마지막 협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측이 무역구제 분과의 협상, 특히 반덤핑과 관련된 협상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큰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FTA에 반덤핑과 관련된 조항을 삽입한 적이 없다. 또 미국 측 협상단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지도 않다.

다만 우리 측은 이번 몬태나 협상에서 미국 국내법의 제·개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의 양보를 받아 올 수는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 측이 이번 협상에서 무역구제 분과에서 '작은 것'을 얻어내려다가 다른 분과들에서 '큰 것'을 잃고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측은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 시장을 더 개방하라는 미국 측의 압박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로 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해당 쇠고기가 반송 조치되자 미국 측은 노골적으로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하라'는 압력을 행사해 왔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위한 '4대 선결조건' 중 하나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나아가 미국 측 협상단은 지난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것을 빌미 삼아 이번 협상에서 보호무역 성향이 짙은 요구들을 강도 높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 측이 협상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의회로부터 한미 FTA에 대한 승인을 받으려면 한국 측이 많이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김종훈 한미 FTA 우리 측 수석대표(왼쪽)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오른쪽). ⓒ 연합뉴스

무역구제 분과, 얼마나 받아낼 수 있을까?

정부는 29일 국회 '한미 FTA 특별위원회'에 보고한 '한미 FTA 5차 협상 대응방향'에서 "5차 협상의 목표는 연말까지 타결이 필요한 핵심 쟁점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해 전체 협상 진행의 모멘텀(추진력)을 조성하는 것"이며 "특히 무역구제 분과의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협상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무역구제에 집중하겠다고 한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무엇보다도 5차 협상은 양국 협상단이 협정체결 시한으로 정해놓은 내년 6월 말에서 180일 전에 열리는 마지막 협상이다. 미국 행정부에 주어진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르면 미국 측 협상단은 협정이 체결되기 180일 전에 미 국내법의 제·개정을 가져올 수 있는 무역구제 관련 사안을 미 의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김종훈 수석대표도 지난 4차 제주협상이 끝난 후 가진 브리핑에서 "다음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부분이 집중에 가까운 쪽으로, 진도가 많이 나가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바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가 미국시장에 대한 우리의 접근성을 높일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특히 미국과의 협상에서 악명 높은 미국의 무역구제 제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차례의 협상을 통해 무역구제협력위원회 설치, 제로잉(Zeroing, 수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낮은 경우만 덤핑마진에 산입하고 국내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높은 경우는 마이너스로 계산하지 않고 제로(0)로 간주해 덤핑관세율을 높이는 것) 금지, 반덤핑 관세 부과 유보 조치 등 15가지의 요구사항을 미국 측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지난 1994년에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에 맺은 그 어떤 FTA에서도 반덤핑과 관련된 조항을 삽입한 적이 없다.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TPA에 미국 통상협정의 협상목표로 '반덤핑 집행력 약화 방지'가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이 무역구제에 협상력을 집중하겠다고 '드러내 놓고'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이번 협상에서 우리 측이 무역구제협력위원회의 설치 등 미국 관련법의 제·개정이 필요하지 않는 수준의 미미한 양보를 미국 측으로부터 받아낼 가능성은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이런 작은 양보를 부풀려, 한미 FTA에 대한 국내의 반대여론을 무마하는 '국내 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부시 정부 이번엔 '민주당' 내세워 FTA 압박?

한편 5차 몬태나 협상을 앞두고, 최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양원에서 다수당이 됨으로써 한미 FTA의 체결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한미 양국에서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국회 한미 FTA 특별위원회에 '5차 협상 대응방향'을 보고하면서 "미국의 상하 양원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데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불허 방침을 결정함에 따라 5차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5차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28일 워싱턴에서 미 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기업인 회동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미 FTA가 내년 초에 타결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한미 양측 다 아직은 한미 FTA 협정문에 서명할 준비는 안 돼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를 취재해 온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한 언론인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 양국 협상단이 내년 3월 말에 한미 FTA 협상을 끝낸다 하더라도 미국 의회에서 이 협정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라면서 "한미 FTA를 밀어붙이는 측이든 저지하려는 측이든 미국 의회, 특히 민주당 의원이나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 등 미국 노조를 대상으로 한 로비활동에 큰 비중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협상단은 이번 협상에서 이런 미국 내의 정치적 상황을 무기로 내세워 우리 측을 압박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미국 정부는 내년 6월 말에 만료되는 무역촉진권한(TPA)을 연장받아 기존의 대외통상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의회의 보호주의적 압력을 한미 FTA에 최대한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 한미 FTA 5차 협상이 열리는 미국 몬태나 주 빅스카이(Big Sky)의 위치. ⓒ Big Sky Resort

미국 측은 특히 이번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장개방 수위를 높이라는 요구를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 분과에서 쇠고기에 대한 우리 측 관세 40%를 철폐하거나 낮추라는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다음달 19~20일 미국 워싱턴에서 별도로 열리는 위생검역(SPS) 분과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조건을 완화하라는 요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국 축산업계의 이익을 줄곧 대변해 '미스터 쇠고기(Mr Beef)'로 불리기도 하는 맥스 보커스 민주당 의원이 한미 FTA를 포함해 미 행정부의 대외통상 정책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상원 위원회인 재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돼 있는 상태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보커스 의원은 이번 5차 협상 장소로 '비프 벨트(beef belt)'에 속하는 몬태나 주를 추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5차 협상에서 뒤늦게 빠진 '섬유 분과'…왜?

한편 5차 몬태나 협상에서는 섬유 분과의 협상이 뒤늦게 제외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섬유 분과는 양측의 대표 수준을 격상해 12월 중 별도 협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외통부는 전날인 29일에는 이번에 정부조달 분과와 위생검역 분과의 협상만 별도로 열릴 것이라고 국회 한미FTA특위에 보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섬유 분과장인 황규연 산업자원부 섬유생활팀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협상의 진전을 위해 별도로 협상을 개최하기로 한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양측의 대표 수준을 격상한다는 것이 분과장의 교체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는 "분과장을 교체하지는 않고, 다만 양국에서 더 높은 급의 섬유 관계자들이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29일까지만 해도 몬태나 협상에서 섬유 분과의 협상이 열리는 것으로 돼 있다가 단 하루 만에 그런 결정이 뒤집어진 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우리 측 협상단이 이번 5차 협상에서 무역구제 협상에 올인하기 위해 우리 측이 유일하게 (협상) 우위에 있는 섬유 분과의 협상을 접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해영 교수는 "단순하게 (숫자상으로) 계산할 때 우리 측이 섬유 분과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연간 20억 달러, 무역구제 분과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연간 23.5억 달러로 비슷하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 측이 섬유 분과에서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상대적으로 확실한 반면 무역구제 분과에서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연간 2억 달러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19개 분과 및 작업반별 협상 일정>

△상품 분야=상품무역 분과 12월 5~6일, 농업 분과 4~7일, 자동차 작업반 12월 5~6일,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5~7일
△서비스·투자 분야=투자 분과 12월 4~7일, 서비스 분과 4~7일, 금융서비스 분과 4~6일, 통신·전자상거래 분과 4~6일
△기타 분야=원산지·통관 분과 12월 4~7일, 무역구제 분과 5~7일, 기술표준(TBT) 분과 7~8일, 경쟁 분과 7~8일, 지적재산권(IPR) 분과 4~7일, 노동 분과 6~8일, 환경 분과 4~6일, 총칙 분과 4~5일
△별도협상 분야=정부조달 분과 12월 4일(스위스 제네바), 위생검역(SPS) 분과 12월 19~20일(미국 워싱턴), 섬유 분과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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