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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 게이트'로 비상걸린 현대차 '경영권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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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재록 게이트'로 비상걸린 현대차 '경영권 승계'

정몽구 부자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경영에 차질 불가피

'김재록 게이트'가 현대차그룹과 이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핵심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 구속으로 확대되면서 이 사건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이자 글로비스의 대주주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이 사건에 얼마만큼 관여됐는지, 이 사건이 현대차그룹 전체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초부터 협력업체들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 과장급 이상 임원의 임금 동결, 국내 생산라인의 해외이전 등을 내세우며 '비상경영'을 외쳐 온 현대차가 이번에는 정말로 '비상사태'에 빠지게 된 셈이다.

현대차는 평소 300명에 이르는 막강한 법무인력을 자랑했으나, 지난 주말에 전혀 예상치 못한 검찰의 기습 수색을 받고 충격에 빠져 이번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에 출근하지 않은 채 회사 외부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검찰이 '김재록 게이트'와 관련해 현대차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27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급락했다. 현대차 총수 일가의 '돈줄' 역할을 해 온 글로비스의 주가는 가격하락 제한 폭인 15%나 급락했고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들의 주가도 각각 2.58%, 2.21%, 0.36% 하락했다. 그러나 27일 오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격이 떨어진 현대차 계열사들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28일 오전에는 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1차적으로는 '건축 인허가 로비' 의혹**

검찰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상속도 아니고 건축인허가 비리도 아닌, 김재록 씨 개인의 로비 의혹을 밝히는 것이다. (…) 이번 수사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며 현대차에 대한 압수수색과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의 체포를 언론에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검찰이 "김재록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현대차그룹의 사업과 관련해 수십억 원의 로비 자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고, 이 자금 중 일부는 글로비스의 비자금인 것으로 나타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힌 만큼 현대차에 타격이 가해지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검찰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의 서울 양재동 사옥의 매입과 증축에 로비가 개입됐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농협으로부터 양재동의 21층짜리 빌딩을 2300억 원에 매입해 본사 사옥으로 사용해 왔다. 현대차는 이 빌딩을 매입하면서 3층짜리 별관을 본관과 똑같은 높이인 21층으로 증축해 연구동으로 활용하려고 했으나 '업무시설 내에 연구시설을 건립할 수 없다'는 건설교통부의 규정 때문에 3년 넘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04년 서울시가 현대차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명박 시장 명의로 건교부에 관련 규정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건교부가 이를 수락해 규정을 변경했다. 현대차는 3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환경영향평가, 건축허가 등 증축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완료했고, 지난해 5월 마침내 증축을 개시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현대차와 서울시와 이명박 시장, 건교부 간에 로비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룹 확대에도 로비?…신규사업 자금 대출 위한 로비까지?**

이런 건축인허가 비리 외에 지난 1998년 현대차그룹이 기아차를 인수해 기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찰의 수사대상은 1998년 12월에 체결된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의 로비 여부"라며 다시 한번 "오늘 압수수색이 현대차그룹 전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법정관리나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아차 계열사들을 1998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당시 기아차 고문이던 김재록 씨를 매개로 로비가 있었다는 증거를 이미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바로 이때 정몽구 회장과도 친분을 쌓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최근 진행 중인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대출받기 위한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이 당진공장을 인수하면서 소요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로비가 있었을 개연성이 있고, 또 현재 현대차가 추진 중인 5조 원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과 12억 달러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사업 등에 소요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현대의 삼성에버랜드' 글로비스를 겨냥한 속내는?**

검찰이 '현대차그룹 전체를 겨냥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이 수사의 대상이 된 것은 결코 현대차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 김재록 씨 한 사람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 100여 명 수준의 인력을 동원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재계는 특히 지난 26일 '삼성의 구조본'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현대차그룹의 기획총괄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과 '현대의 삼성에버랜드'로 불려 온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이 체포된 것에 주목해 이번 '김재록 게이트'가 국내 2위의 재벌인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상속과 그룹 전반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비스, 엠코, 이노션 등 정몽구 회장 일가가 개인적으로 출자해 만든 비상장 기업들을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키운 후 상장시켜 얻은 막대한 자금으로 현대 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들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21개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정 회장 일가의 지배권을 유지해 왔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28.1%, 정의선 사장이 31.9%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는 2001년 정 부자가 개인 명의로 5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후 현대차·기아차의 국내외 운반 업무를 독점하며 급성장했다. 4년 전 글로비스에 50억 원을 투자했던 정 회장 부자는 파격적인 배당과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1조 원의 이익을 얻었고, 이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들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해 왔다.

또한 글로비스를 이렇게 급성장시켜 최대주주인 정의선 사장의 '재산 불리기'에 기여했던 이주은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자금 매니저'로 불리며 정 부자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왔다. 이 사장은 현대차 총수 일가의 경영권 계승 작업에도 깊숙히 관여돼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건설 계열사인 엠코와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도 '제2의 글로비스'로 불리며 글로비스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02년 출범한 엠코는 정몽구 회장이 10%, 정의선 사장이 25.1%, 글로비스가 25%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현대차그룹의 국내외 자동차 공장과 연구소 건설을 도맡아 왔다. 정 회장이 20%, 정의선 사장이 40%, 정 회장의 장녀 정성이 씨가 40%의 지분을 보유한 이노션도 그룹 계열사들의 광고를 독점하고 있다.

글로비스와 함께 압수수색을 당한 국내 최대의 자동차 전자부품 제조업체 현대오토넷도 올해 2월 정의선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본텍을 인수합병해 정 사장의 또다른 자금줄 노릇을 해 왔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재벌들 사이에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 사채(BW) 등을 인수한 후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삼성 이재용 식' 경영권 세습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했던 '현대 정의선 식' 세습방식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이 확인되고 있다는 말도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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