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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의 外銀매각 개입설,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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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의 外銀매각 개입설, 밝혀질까?

[이봉현의 경제스케치] 곤두선 금융권의 촉각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금융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김재록(46) 인베스투스글로벌 전 회장이 지난주 말 구속될 때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 한 말이다. 다음날 현대ㆍ기아차 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이 말해 주듯 이번 사건이 대출과 관련된 은행 관련자 몇 명만 조사받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에 재계와 금융계는 공감하고 있다. 한 증권회사 사장은 김 씨가 대검 중수부에 체포된 것이 알려진 23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큰 관심을 표시했다.

김재록 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아더앤더슨 부회장(1997~2002년)과 자신이 창업한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2002년~최근)을 지내면서 기업 및 금융권 구조조정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ㆍ관계 유력인사들과 교분을 쌓고 그것을 적절히 활용한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금융계 미다스의 손', 'M&A의 달인'이라고 불린 그의 배후를 캐면, 그 폭발력은 법조 브로커 윤상림 사건을 뛰어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외환은행 매각과의 관련성**

관심은 이번 수사가 최근 논란의 중심인 외환은행 매각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는 것이다. 금융계는,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김 씨를 처음 연행하고 그의 집과 회사를 압수 수색한 것이 지난 1월 중순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것이 크게 쟁점이 됐고 검찰도 수사의지를 밝힌 시점이었다.

검찰이 김 씨가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정황을 오랜 내사를 통해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번 수사의 칼끝은 외환은행 매각을 향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검찰의 수사는 정ㆍ관ㆍ금융계 유력 인사와 김 씨와의 관계를 밝히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이런 김 씨의 인맥 관계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 것이란 의혹은 제기됐지만 그동안 확인은 되지 않았다.

지난 2003년에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두 명의 전직 부총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국회에서 쟁점이 됐던 적이 있다. 먼저 김대중 정부와 현 정부에 걸쳐 재경부 장관을 지낸 이헌재 씨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당시 론스타의 법률자문회사인 김&장 고문으로 있었다. 김&장은 펀드인 론스타가 은행법상 대주주 자격 요건이 있는지 여부 등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관련 해법 등을 조언한 곳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경제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해 온 데에다, 자기가 아는 사람을 잘 챙기는 독특한 성향 때문에 금융계에는 '이헌재 사단'이란 인맥이 형성돼 있다. 구속된 김재록 씨가 이헌재 사단의 한 사람이란 점을 부인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는 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도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원장에게 은행장 후보를 추천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정도였다.

또 한 명은 진념 씨다. 그는 당시 컨설팅 및 회계그룹인 삼정KPMG의 고문이었다. 삼정은 론스타가 한국에 발을 디딘 초기부터 한국투자 안내 역할을 한 곳으로, 대표인 윤영각(53) 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총리를 지낸 박태준 씨의 첫째 사위다. 계열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외환은행과 론스타의 자산운용회사인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때 실사도 여기서 담당했다. 외환은행을 준 부실금융기관으로 판정해 펀드에 매각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된 '5장짜리 팩스'의 BIS 비율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야당에서 제기하자 지난 2월 삼정회계법인은 대표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부인했다. 삼정의 사무실은 론스타가 입주해 있는 강남 스타타워에 자리 잡고 있다.

***공직과 민간 사이의 '회전문' 현상, 그 내막은?**

진념 전 부총리와 김재록 씨의 관계는 드러난 것은 없다. 다만 김 씨가 사무소장으로 있던 아더앤더슨에 진 씨의 자녀가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김진표 재경부 차관이나 강봉균 전 장관의 자녀 등 유력인사의 자제 여럿이 이 회사에 근무한 탓에 아더앤더슨이 정부와 관련된 컨설팅 업무를 대거 수주하는 것과 관련해 도덕성 시비가 일기도 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로 넘긴 은행장인 이강원 씨는 두 부총리 모두와 인연이 있다. 그는 이헌재 부총리의 광주서중 후배이고, 진념 부총리가 기아차 회장일 때는 계열사인 기아포드할부금융 대표를 맡았던 인연이 있다. 그는 LG투신운용 사장을 역임했으나 은행 경험이 전무한데도 진념 부총리 임기 말인 2002년 4월에 전격적으로 외환은행장에 발탁됐을 때 금융계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헌재나 진념 전 부총리가 부하직원이었던 김진표 당시 부총리나 김석동 현 재경부 차관보(당시 금감원 감독정책1국장),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 실무진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국회에서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 "김&장은 전직 고위관료를 고문으로 영입해 외환은행 매각과 같이 국가기관이 승인을 하는 사건에 로비스트로 이용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고 말했다.

최근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국내 은행에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김재록 씨가 인수를 추진하는 은행에 접근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 위아래로 연관된 인맥이 포진해 있어 그가 움직일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 후보로 선정된 국민은행의 김기홍 수석 부행장은 전화통화에서 "전혀 아니다. 그와는 어떤 비즈니스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나금융도 김 씨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어, 이 부분도 검찰수사에서 밝혀질 지가 주목된다.

외환은행 매각은 편법매각 의혹과 국부유출 논란, 투기자본에 대한 과세 여부 등 여러 쟁점을 남기고 있다. 무엇보다 국부의 파수꾼인 경제관료들이 외국계 투기자본에 실력으로 밀리고,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흔적도 있다는 데 실망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법무, 회계 법인을 매개로 거물급 전직 관료와 그들의 인맥이 얼기설기 등장하는 것은 그냥 흘려 보내기 어렵다. 그들이나 그를 등에 업은 김재록 씨 같은 인사가 공직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면 검찰의 수사로 그 진상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날로 심해지는, 공직과 민간 사이의 '회전문' 현상 하나라도 바로 잡아야 4조 원이 넘는 수업료가 조금은 덜 아까울 것이다. (bonghyun.lee@reu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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