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이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에게 수십억 원의 로비 자금을 건네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는 최근 수년 간 금융계 '마당발'로 통했던 김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만 이틀만의 급진전이다.
27일 '김재록 게이트'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전날인 26일 현대차그룹의 물류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 등 2명을 긴급체포해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 사용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사장이 비자금의 일부를 횡령한 정황도 포착해 28일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26일 현대차그룹 본사와 글로비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현대차가 김대중 정부 시절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 내역을 담은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현대차그룹과 계열사에 소속된 임직원 10여 명의 출국을 금지하고 이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록 접촉한 현대차 일가와 정관계 고위관료들도 수사대상 될까**
검찰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김 씨의 로비 의혹"이라며 "(김 씨가)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에 쓴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관련 회사의 자금 담당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록 게이트'가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 김 씨와 인연을 맺었던 현대차 재벌 일가와 정·관계의 고위인사들이 검찰의 수사선 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김재록 씨 한 명 잡자고 검사 10명 등을 포함해 90명이라는 인원을 동원해 현대차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글로비스의 주식 중 총 60%를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소환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소환 가능성에 대해 "오늘 벼를 수확했는데 밥을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김 씨가 2002년 상반기까지 대표로 있던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에 김진표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 진념 당시 경제부총리, 강봉균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정건용 당시 산업은행 총재 등 고위관료들의 자제 여러 명이 근무한 인연도 있어 이들에게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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