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와의 법정공방에서 패한 미국계 헤지펀드 아이칸 등이 이번엔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이 KT&G의 자사주를 매입해 '백기사' 역할을 하려는 데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14일 아이칸 측은 'KT&G 가치실현위원회'라는 명의로 KT&G에 공문을 보내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에 KT&G의 자사주를 매각하는 것은 주주들에 대한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굳이 자사주를 매각해야 한다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경쟁입찰이나 공모를 통해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KT&G는 긴급이사회를 개최해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이 결성한 'KT&G 성장위원회'가 KT&G의 자사주를 매입하기에 앞서 KT&G에 요청한 실태조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KT&G가 보유한 의결권 없는 자사주 1556만 주(9.75%)가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에 넘어가면 KT&G의 우호지분은 50%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아이칸 측은 공문에서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에 자사주를 매각하려는 것은 주주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KT&G 가치실현위원회'의 제안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KT&G가 자사주를 매각해 현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사주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칸 측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발행주식수가 줄면 주당 순이익과 주당 미래 현금흐름이 개선돼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어 아이칸 측은 "KT&G 이사진은 주주가 주인이 아니라 (이사들이 주인인) 사적인 모임처럼 기업을 운영하는 현재의 경영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KT&G 이사 개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이칸 측은 "자사주를 매각하려거든 KT&G의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경쟁적 입찰이나 공모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라며 "'KT&G 가치실현위원회'도 KT&G의 자사주 매각에 다른 매수 희망자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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