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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칸, KT&G에 미국식 M&A 공격기법 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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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칸, KT&G에 미국식 M&A 공격기법 구사

'주식공개매수' 압박…'곰의 포옹'에도 나설까?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의 경영권에 대한 미국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공격이 미국식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수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23일 칼 아이칸과 워렌 리히텐슈타인은 곽영균 KT&G 사장에게 인수제안서를 보내 주식공개매수 방식으로 주당 6만 원에 KT&G의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아이칸 측이 KT&G에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를 기업공개(IPO)하고 YTN과 바이더웨이에 대한 출자지분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곽 사장 측이 거부하자 맞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아이칸 측은 인수제안서에서 "KT&G 주식을 취득한 후 의결권 보장을 약속받았으나 최근 KT&G가 취한 일련의 행동들은 이런 약속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주식공개매수를 위해 이미 20억 달러(2조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아이칸 측은 대전지방법원에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KT&G의 사외이사 선출을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이칸 측은 KT&G가 일반 사외이사와 감시위원인 사외이사를 별도로 선임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해왔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주주들 상대로 주식 매집' 거론**

아이칸 측이 KT&G에 보낸 인수 제안서에서 밝힌 '주식공개매수' 방침에 대한 시장의 해석은 분분하다. 아이칸 측이 주식공개매수에 대해 언급만 했을 뿐 법적으로 주식공개매수를 선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공개매수(TOB, Take Over Bid)는 미국 등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적대적 M&A 수법 중 하나다. 주식공개매수는 통상 M&A를 통해 경영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기업이 거래소 시장 밖에서 불특정 다수의 주주들을 대상으로 목표 기업의 주식을 일정 기간, 일정 가격으로 매수한다고 공표·실행하는 것을 뜻한다.

아이칸 측이 주식공개매수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른바 '곰의 포옹(bear's hug)'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곰의 포옹이란 M&A를 하고자 하는 기업이 사전경고 없이 목표 기업의 경영진에 매수 제의서를 보내 신속한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전략이다. 곰이 껴안은 상태와 같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매수 가격과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목표 기업의 경영진이 반대하기 힘들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아이칸은 KT&G에 대한 경영권 요구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에 생소한 미국식의 적대적 M&A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 아이칸은 M&A 대상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기 전에 파생상품의 거래를 통해 M&A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이른바 '페리 기법'을 아시아에서 써먹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주가 부양하라는 압박…실제 적대적 M&A 일어날 수도**

전문가들은 아이칸 측이 KT&G에 보낸 인수제안서에서 주식공개매수 의사를 내비친 것은 아이칸 측이 실제로 주식공개매수를 실시해 KT&G의 경영권을 빼앗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기보다는 KT&G에 요구한 주가부양책들을 관철하기 위한 압박 카드를 구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아이칸은 최근 세계 최대의 미디어 기업인 타임워너와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면서 주가 부양책과 사외이사 선임 등에 대한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또 아이칸 측이 제시한 주식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6만 원이 전날 종가인 5만1200원보다는 17.2% 높기는 하지만 공개매수 가격이 통상 현재 주가의 30% 이상에서 형성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아이칸 측의 주식공개매수 의지도 불분명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업계는 아이칸 측이 실제로 주식공개매수 등의 방식을 통해 KT&G를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이칸 측이 KT&G를 인수해 인삼공사의 기업공개(IPO), 바이더웨이 등 비핵심 자산의 매각 등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직접 경영에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KT&G는 아이칸 측의 인수제안서에 대해 "현재 대응 입장을 검토 중이며 정리되는 대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KT&G가 역공개매수, 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백기사(우호적인 제3의 매수자) 물색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총동원해 아이칸 측의 주식공개매수 공격에 보다 적극적으로 맞설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최대주주(5.85%)인 기업은행은 "KT&G의 경영에 만족하고 있는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KT&G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다음주에 투자위원회를 열어 KT&G 지분의 의결권 행사방향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아이칸 측이 KT&G에 보낸 인수제안서에 대해 "현재로서는 공개매수가 아니다"라며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경제부는 KT&G의 M&A 공방은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토종자본 보호한다고 공정거래법·금산법 무너뜨려선 안 돼"**

이처럼 KT&G와 아이칸의 대결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국내에서는 외국자본에 대한 적대적 M&A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3일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센터(CGS)는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외국자본의 적대적 M&A를 '약'으로 보는 시각과 '독'으로 보는 시각이 팽팽히 맞섰다.

토론회에 참가한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외국자본의 적대적 M&A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허약한 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본부장은 "지배구조를 개선할수록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단기적 차익을 노린 투기성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국내시장이 교란되고 국부가 유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준 전 소버린 자문변호사는 "KT&G 사태는 일반적인 자본시장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를 외국자본과 토종자본의 싸움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자본 방어 논리가 회사법적인 공격과 방어의 수준을 넘어 공정거래법, 금융법으로 번져 나가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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