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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기업사냥꾼들과 '사외이사 선임'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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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기업사냥꾼들과 '사외이사 선임' 싸움

곽영균 사장, 아이칸 측의 요구에 불응 입장 밝혀

아이칸 파트너스를 비롯한 미국계 사모펀드들에 먹히느냐?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게 경영권을 맡기느냐? 아니면 제3의 자력갱생을 모색하느냐?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들이 연합해 KT&G(전 한국담배인삼공사)에 대한 경영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된 이른바 '제2의 SK' 사태에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까지 가세했다. 그러자 KT&G가 자진공시를 통해 사태를 진화하고 나섰다.

KT&G는 9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기업설명회(IR)을 갖고 최근 칼 아이칸의 주가 부양책 요구,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설 등 KT&G를 둘러싼 논란과 소문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KT&G, 사실상 아이칸의 주가부양책 거부**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KT&G의 곽영균 사장은 아이칸 측의 주가부양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고, 사외이사 선임에 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곽 사장은 한국인삼공사를 매각해 주가를 부양하라는 아이칸 측의 요구에 대해 "한국인삼공사와 같은 수익원을 팔아 주주에게 나눠주면 그 다음에는 무엇으로 수익을 올려 주주에게 돌려주냐"며 "한국인삼공사를 기업공개(IPO)하는 것보다는 현재 상태에서 수익을 더 많이 올리는 것이 회사나 주주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또 1조 원대에 이르는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라는 아이칸 측의 요구에 대해서도 "(보유한 부동산의) 면적이 넓고 상업용·주거용 부지로의 용도변경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라며 "일단 부동산을 개발한 후 매각하는 것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아이칸 측의 요구사항을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곽 사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칸의 요구가 큰 위협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대주주인 아이칸이 주가부양 등의 요구를 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그런 요구가 기업 경영에 이롭지 않다고 판단하면 따를 수 없다면서, 그 근거로 "최대주주인 프랭클린뮤추얼을 포함해 외국인 주주들이 모두 KT&G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에 만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호 주주들과의 물밑작전 없다"**

한편 곽영균 사장은 최근 아이칸 측이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며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과 관련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데 있어 외국인과 내국인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다만 적절한 인물이 사외이사를 맡아야 할 것"이라며 중립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혹시라도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인 아이칸 측이 추천한 후보가 사외이사에 선임될 경우 회사 경영에 장애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곽 사장은 "가정은 소용이 없다"고 대답했다.

KT&G는 우호 주주인 기업은행(5.85%), 우리사주조합(5.75%)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지분 확대나 협력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곽 사장은 밝혔다. 그렇다면 아이칸 쪽과 KT&G의 우호주주 쪽 사이의 지분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다음달 중순에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개편을 놓고 양측 간 치열한 표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T&G는 득표 순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실제로 투표에 들어가면 아이칸 측이 제시한 3명의 후보들 중 적어도 1명은 사외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곽 사장은 최근 300만 주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것과 관련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아이칸 측의 요구와 상관없이 그동안 KT&G가 계속 추진해 온 주주 중시 정책의 일환이며, 이것이 연말 배당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논의한 적 없다"**

한편 KT&G는 'KT&G가 아이칸 측의 경영권 공격에 대응하고자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항간의 소문 또는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한마디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A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KT&G와 김병주 전 칼라일 그룹 아시아 회장이 지난해 설립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KT&G의 주식을 공개 매수한 뒤 상장을 폐지하는 방식의 '바이아웃'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전해지자 시장은 '지난해 한국 정부가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지나친 경영권 탈취 공격을 막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한국인의 사모펀드 설립에 관한 제한을 푼 후 처음으로 국내 사모펀드이 공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추측으로 술렁였다.

그러나 KT&G 측은 "MBK파트너스와 만나 주식 공개매수와 상장 폐지 등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KT&G와 MBK파트너스가 만난 일이 실제로 없었을지 몰라도 이런 소문이 떠돈 것 자체는 국내외 사모펀드들 사이에 바이아웃 방식의 KT&G 인수에 관한 논의가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 때문이라고?… 투명경영부터 해야"**

이날 KT&G의 주가는 심한 진폭을 보였다. 5만58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MBK파트너스의 개입설이 나오면서 장 초반 5만7300원까지 올라갔지만 KT&G가 기업설명회에서 MBK파트너스 개입설을 부인하자 5만2200원까지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전날 대비 3.04%(1600원) 상승한 5만4200원에 마감됐다.

KT&G가 처한 상황을 놓고 증권업계는 국민은행, KT, 포스코 등 민영화 후 지분구조가 취약해진 기업들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국내 기업이 순환출자 금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외국 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본과 토종 자본을 막론하고 투기자본의 공격에 정말로 대응하고자 한다면 투명한 경영을 실천하고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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