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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을 귀중하게 생각하기에 문제 제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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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을 귀중하게 생각하기에 문제 제기하는 것"

[기고] <네이처>, <사이언스> 비판 답해야 위기 극복

연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윤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과학 잡지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공식적으로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정부와 국내 언론은 '내정 간섭', '흠집 내기' 식으로 이에 반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왜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윤리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지 조목조목 짚는 글을 보내왔던 미국 피츠버그 의대 이형기 교수가 다시 한번 이번 사태에 대한 논평을 보내왔다.

이형기 교수는 "<네이처> 등이 특별히 황 교수를 언급한 것은 오히려 그 잡지가 황 교수의 연구 업적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말해주는 일"이라며 "<네이처>는 친절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했는데도 정부와 황 교수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한양대 병원, 황 교수팀 등이 가지고 있는 관련 자료를 조사해 2004년 연구가 문제가 없었음을 밝히면 되는 쉬운 길을 두고 왜 문제를 더 키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편집자>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왜 의혹을 제기하는가**

샤리프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수줍음 많은 컴퓨터 전문가다. 썩 원활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성이 곱고 같은 동양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것저것 통하는 게 있다. 피츠버그에 온 지 얼마 안 돼 필자가 주도했던 임상연구에 샤리프를 공동 연구자로 포함시켰다. 그의 컴퓨터 실력이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임상연구 계획서를 제출한 지 며칠 안 돼 피츠버그 의대 병원의 기관윤리위원회(IRB)에서 연락이 왔다. 직종과 교육 배경에 관계없이 인체나 인체에서 기원한 조직, 세포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상연구에 연구자로 참여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임상연구윤리' 과정을 샤리프가 마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피츠버그 의대를 포함해 미국에 웬만한 대학병원들에는 이러한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다. 따라서 임상연구 계획서에 이름이 오른 연구자들이 연구윤리 과정을 마치지 않았다면 곧 그 사실이 발견돼 주연구자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다.

부랴부랴 필자는 샤리프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샤리프는 거의 하루 종일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임상연구윤리 과정을 마친 뒤 시험에 통과했다. 이 결과는 곧 바로 기관윤리위원회에 제출됐고 최종적인 연구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샤리프가 이수해야 했던 임상연구윤리 과정의 첫 장 첫 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은 바로 이것이다. '연구에서 정직성 유지하기(Research Integrity).'

***과학계 '상호신뢰' 무너지면 사태 걷잡을 수 없어**

의학을 포함해 제반 자연과학 분야에서 실시되는 연구는 이른바 '명예 제도(Honor System)'라고 불리는 원칙을 밑에 깔고 있다. 명예 제도란 연구자 및 이들의 소속기관이 '정직'하고 사후에라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연구에 대한 계획, 실시(연구 대상의 선택을 포함), 평가 결과를 보고하되 이러한 전 과정에 충실했음을 상호신뢰한다는 정신이다. 쉽게 말해 사관학교 등에서 시험을 볼 때 정직과 상호신뢰에 근거해 감독관을 배치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명예 제도가 무시됐거나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는가? 이와 관련해 아마도 작년에 미국 모 대학에서 발생했던 한 사건을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다.

대학원생의 용기 있는 양심선언에 의해 촉발된 이 사건으로 대학 당국은 해당 연구에 관여하지 않았던 객관적인 제3자를 통해 모든 자료를 일일이 대조, 확인하는 과정을 1년 여 동안 거쳤다. 그 결과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자 대학 당국은 해당 교수가 과거에 게재했던 모든 논문을 철회해 주도록 일일이 관련 과학 잡지에 요청했다. 물론 해당 교수는 면직됐다.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황우석 죽이기'라고?**

연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 싼 논쟁이 뜨겁다. 심지어는 <네이처>나 <사이언스>도 여기에 가세했고, <네이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정부가 난자 제공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은 이러한 요구를 '흠집 내기'라고 표현했고 정부와 누리꾼(네티즌)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과연 그런가?

<네이처> 등의 요구는 황우석 교수의 업적과 이 분의 연구 영역이 갖는 가능성이 그만큼 엄청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황 교수의 위상에 걸 맞는 대우를 한 것이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잡지는 스스로의 명예와 명성을 지켜가기 위해서라도 얼마든지 상대방, 즉 논문의 저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자기네가 원하는 대로, 예를 들어 이미 게재된 논문을 보류할 수 있다. 만약 이 잡지들이 마음만 먹으면 황 교수에게 별도의 통보 없이도 게재된 논문을 취소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논문 게재를 요청할 때 함께 서명해서 보내야 하는 저작권 이전 승인서 및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에 대한 진술서 등에 이미 포함돼 있다. 요컨대 황 교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네이처> 등의 요구는 이례적으로 친절하며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자세한 방법까지 알려 준 것이다.

***제3의 기관이 한양대 병원, 황우석 연구팀 조사해야**

필자는 언론 기사를 통해 난자를 얻는 임상연구가 한양대 병원의 기관윤리위원회에서 심의된 것임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다시 말해 한양대 병원이 당시 심의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기관윤리위원회 관리 기준에서 정한 구성 요건 및 정족수를 채웠고 해당 연구에 직간접으로 관여된 의사(교수)는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 심의 내용과 지적 사항, 투표 결과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된 문서를 한양대 병원이 공개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이 연구에 관여한 연구자가 당연히 기록하도록 돼 있는 난자 제공 자원자들의 신상과 제공한 난자 개수 및 인식번호를 담은 문서 그리고 난자를 넘겨받은 황우석 교수팀에서 또 당연히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실험일지에 담긴 난자의 인식번호가 일치하며, 추가의 난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를 공개하면 된다. 단 이러한 모든 과정에 대한 조사는 연구에 관여하지 않았던 공신력 있는 제3자에 의해 실시돼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실시하는 실사가 이러한 식으로 이루어진다.

제기된 문제가 뭔지 어떻게 하면 답을 얻을 수 있는지 이렇게 분명하게 알려 줬는데도, 이를 '흠집 내기'나 '내정 간섭'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시 말해 <네이처>나 <사이언스>는 우리가 명예 제도를 원칙대로 운영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된다는 답변을 알려 줌으로써, 한 세기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황우석 교수같은 대과학자의 업적이 불필요한 의혹에 휘둘려 상호신뢰를 허물어뜨리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샤리프가 이수해야 했던 임상연구윤리 과정의 첫 장 첫 페이지로 돌아가면 되는 이 간단한 문제를 왜 이리 복잡하게 해결하려고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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