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와 1년 넘게 연구의 호흡을 맞춰 온 제럴드 새튼 미국 피츠버그대학 교수가 황 교수의 '세계 줄기세포 허브'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새튼 교수의 이런 '결별 선언'은 황우석 교수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취득 과정에 게재된 윤리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튼 교수 "황우석 교수와 결별…난자 취득 '윤리 문제' 때문"**
<워싱턴 포스트>는 12일 "황우석 교수와 그 동안 호흡을 맞춰 온 새튼 교수가 황 교수와 결별하기로 결심하고 황 교수가 추진 중인 세계 줄기세포 허브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새튼 교수는 이날 황 교수와 결별하기로 결정한 경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언론 접촉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튼 교수는 "황 교수가 나를 속였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황 교수에 대한) 나의 신뢰는 흔들렸고, 마음이 아프며, 이제 황 교수와 함께 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또 "황 교수가 실험실의 한 여자 연구원으로부터 난자를 제공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일 경우 통제 권한을 지닌 사람이 연구원으로부터 난자를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이 불법적으로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의 보도에 대해 황우석 교수는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튼 교수가 '세계 줄기세포 허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며 "새튼 교수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다시 한번 "난자 출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2004년 줄기세포 연구 발표 후부터 '난자 출처' 의구심 계속돼**
그 동안 황우석 교수는 난자 제공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동의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2004년 <사이언스>에 황우석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발표한 직후부터 국내외에서는 난자 출처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네이처>는 2004년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연구에 참여한 한 여성 연구원과의 인터뷰를 싣고 "이 연구원이 자신과 다른 여성 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했다"고 밝힌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원은 인터뷰 직후 <네이처> 기자에게 전화를 해 "영어가 서툴러 생긴 오해"라며 "난자를 기증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에는 황우석 교수와 줄기세포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해 온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이 '난자 불법 거래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줄기세포 연구에 불법 거래된 난자가 사용됐을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새튼 교수의 '결별 선언'은 이런 정황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그가 가지고 있다는 '황 교수와 관련된 확실한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자기사 시작>
<프레시안>은 2004년 당시 황우석 교수의 난자 출처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네이처> 제429호에 실린 해당 기사를 전문 번역해 게재했었다. 관련 내용을 다시 한번 소개한다.
***한국의 줄기세포 스타연구자들이 윤리적인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의 연구팀이 복제된 인간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했다고 발표했을 때, 이는 '치료용 복제'로 나아가는 중요한 일보전진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실험에 사용된 핵심 재료인 인간 난자의 출처에 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면서 이 연구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의 인권활동가들과 생명윤리학자들은 서울대의 황우석 교수와 문신용 교수 연구팀에 대해 [난자를 제공한] 여성 자원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윤리지침이 준수되었는지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네이처>의 조사는 난자 공여자에 연구팀의 젊은 여성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놓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골치아픈 문제를 밝혀냈다.
현재 들끓고 있는 논쟁은 그간 황우석 교수와 문신용 교수에게 힘이 되어 온 한국 국민들의 지지와 정치적 후원을 손상시킬 수 있다. 또한 이번 치료복제 연구에 윤리적 부정행위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국제적 파장이 야기될 수도 있다. 그런 주장이 도덕적 이유에서 복제기술에 반대해 온 활동가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치료복제를 위해서는 인간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환자의 세포에서 얻어진 핵을 집어넣어 배아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복제배아가 며칠 동안 배양액에서 성장하고 나면 이로부터 배아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세포는 인간의 모든 조직세포로 발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세포로부터 유도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얻은 조직세포를 손상되거나 병든 조직에 이식해도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복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단 하나의 배아줄기세포주(株)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의 연구팀은 16명의 자원자로부터 얻은 242개의 난자를 사용했다(W. S. Hwang et. al., Science 303, 1667-1674, 2004). 여성 자원자들은 과배란 유도를 위해 호르몬 주사를 맞았고 그 결과 월경주기당 12~20개의 난자를 내놓았다.
다른 연구자들은 그렇게 많은 여성들이 하나의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이러한 과정을 기꺼이 거쳤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호르몬을 통한 과배란 유도는 일반적인 신체 이상이나 정서적 스트레스에서부터 혈관 응고, 뇌졸중에 이르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사이언스>에 실렸던 논문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이자 이스트 랜싱에 있는 미시간주립대학의 복제 연구자인 호세 시벨리는 "그것은 고통스러운 시술이며 위험도 따릅니다"며 "미국에서라면 그런 일[십수 명의 여성이 연구를 위해 난자 공여자로 나서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못했을 겁니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는 여성들이 전도유망한 의학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바램에서 난자를 제공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들이 우리 연구에 공감을 표시했습니다"라고 황우석 교수는 말했다. 논문과 함께 온라인에 발표된 보충자료에 따르면 자원자들은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았으며, 난자가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는 고지된 동의(informed-consent) 양식에 맞춰 동의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여기서 난자 공여자들은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의 박사과정 학생 중 한 사람인 구자민씨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연구실의 다른 여성 한 명이 난자 공여자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 자신은 난자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영어실력이 부족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애초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난자공여가 이루어진 병원의 이름을 언급했고 이미 두 명의 자녀가 있기 때문에 기꺼이 자신의 난자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베니아대학 생명윤리센터 소장인 아트 캐플란은 이와 같은 프로젝트에서 연구팀의 학생이나 연배가 낮은 고용인이 난자 공여자에 포함되었다면 "분명 강압이 연루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나쁜 과학적 실천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논문과 함께 온라인에 띄워진 보충자료에서는 "난자공여자나 그녀의 가족, 친지, 친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이 연구로부터 혜택을 볼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자민씨는 논문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이므로 논문 발표를 통해 학계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황우석 교수는 구자민씨가 난자공여자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네이처>가 난자공여자를 모집하고 동의를 얻은 절차에 대해 추가적인 문서자료를 요청하자 이를 거절했다. 윤리심사를 승인한 한양대학교 병원의 기관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로부터 추가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도 마찬가지로 거절당했다. 기관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의 박문일 교수는 예정된 전화인터뷰를 취소했다.
한국 내에서는 공여된 난자를 얻는 절차에서 투명성이 결여되었다는 우려가 점차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과학사학자인 이필렬 교수는 여러 쟁점들에 대해 교수들이 입장을 밝히는 전국적 매체인 <교수신문> 2월 23일자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난자를 그렇게 쉽게 제공했다는 사실이 의심스럽다"고 썼다.
이필렬 교수는 또한 순천대학교의 식물분자생물학 교수였다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과학기술보좌관이 된 박기영 교수가 논문 공저자로 포함된 데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기영 교수는 형질전환 가축 연구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태도에 관해 황우석 교수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여러 해 동안 황 교수의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치료복제논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여한 바는 없다고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국의 주요 시민단체 중 하나인 참여연대는 황우석 교수의 복제연구논문을 둘러싼 윤리적 쟁점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참여연대에서 과학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한재각씨는 "우리는 연구팀이 현재 요구되고 있는 문서상의 증거들을 내놓게 하도록 정부에 압박을 가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생명윤리학회 역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조사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상자기사 끝>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