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난자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004년 이 문제를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한 영국의 저명한 과학잡지 <네이처>가 입을 열었다.
<네이처>는 '난자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연구원의 난자를 채취한 병원이 난자 불법 매매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미즈메디 병원'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잡지는 또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은 황 교수 연구에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섀튼 교수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섀튼 교수 '결별 선언'…"대단히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는 것 의미해"**
<네이처>는 16일 인터넷판에 최근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윤리 문제 의혹을 점검하는 '줄기세포 형제 결별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특히 이 기사에는 지난 2004년 5월 '난자 기증'을 둘러싼 의혹을 최초로 취재·보도한 데이비드 시라노스키 기자가 직접 작성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이 잡지는 이날 기사를 통해 "전 세계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황 교수와 섀턴 교수의 결별에 대해서 크게 당황하며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네이처>는 황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저자였던 호세 시벨리 교수 등의 인터뷰를 인용해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황우석 교수로부터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일은 (줄기세포 연구의 진전에)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서구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이번 일을 아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네이처>는 섀튼 교수가 황우석 교수와의 '결별 선언'을 하기 직전에 그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한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황 교수와의 협력 관계는 섀튼 교수에게도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며 "섀튼 교수가 그렇게 다급한 대응을 한 것은 (황 교수 연구에 있어서)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난자 기증 의혹' 연구원으로부터 난자 채취한 곳은 미즈메디 병원**
한편 <네이처>는 2004년 당시 난자 기증 의혹이 제기된 연구원이 당초 자신의 난자가 채취된 곳으로 지목한 곳이 바로 '황우석 사단' 노성일 이사장의 미즈메디 병원이었다고 공개했다.
이 잡지는 "2004년 5월에 황우석 교수 실험실의 두 젊은 연구원이 제공한 난자가 사용됐기 때문에 황우석 교수의 실험 절차에 윤리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을 했었다"며 "그 중 한 사람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서울에 있는 미즈메디 병원에서 연구를 위해 난자를 기증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그녀는 나중에 이런 진술을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이 잡지는 "1995년 이래로 황우석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해 온 미즈메디 병원의 노성일 이사장은 불법적으로 거래된 난자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노 이사장은 '그런 난자들이 황우석 교수의 실험에 이용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미즈메디 병원과 노 이사장을 둘러싼 난자 불법 매매 관련 의혹을 전했다.
***<네이처> : "줄기세포 형제 결별하다"**
<프레시안>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세계 과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네이처>의 기사를 전문 번역해 싣는다. 이번 <네이처> 보도는 그 동안 황우석 교수팀이나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된 것과는 달리 줄기세포 연구계를 비롯한 세계 과학계가 이번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동안 국내 언론들은 황우석 교수 연구를 비롯한 과학 연구와 관련해 입맛에 맞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외신을 인용해 보도해 국민들의 균형 있게 사안을 바라보는 것을 막아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다음은 <네이처> 기사 전문.
전 세계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이 분야에서 높은 유명세를 누리던 협력 관계가 갑작스럽게 막을 내림에 따라 당황하며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
지난 주말 피츠버그 대학의 제럴드 섀튼이 돌연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기증을 둘러싼 부정행위에 대해 황우석을 비난했다. 섀튼은 한국에 있는 황우석과 그의 연구팀과의 모든 연계를 끊었다. 이 분야에 있는 연구자들 중 '세계 줄기세포 허브'를 통해 황우석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던 많은 이들은 이제 자신들의 계획이 보류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20개월에 걸친 황우석과 섀튼의 협력 관계는 두 개의 획기적인 논문을 만들어냈다. 환자 맞춤형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처음 만들어낸 것(W. S. Hwang et al. Science 308, 1777-1783; 2005)과 최초의 복제 개를 만들어낸 것(B. C. Lee et al. Nature 436, 641; 2005)이 그것이다. 그러나 섀튼의 공격은 황우석에게 명성을 안겨주었던 이전 연구, 즉 그가 복제 인간 배아로부터 최초로 줄기세포주를 확립했던 그 연구(W. S. Hwang et al. Science 303, 1669-1674; 2004)에 관한 것이다.
11월 12일에 펜실베이니아 주의 피츠버그 대학에 의해 발표된 성명에서 섀튼은 이렇게 밝혔다. "어제 [난자] 기증과 관련해 허위진술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정보가 내게 포착되었다. 이에 따라 나는 (…) 황 교수와의 협력관계를 중단한다."
황우석은 아직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 화요일에 그는 <네이처>에 보낸 이메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작년 5월에 <네이처>에 실린 한 기사는 실험 과정에서 황우석 실험실의 두 젊은 연구원이 제공한 난자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황우석의 실험 절차에 윤리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황우석 실험실의 대학원생인 그들 중 한 사람은 <네이처>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서울에 있는 미즈메디 병원에서 실험실 연구를 위해 난자를 기증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중에 이러한 진술을 철회했다.
난자 기증은 여러 차례의 호르몬 주사를 요하는 고통스럽고 신체에 큰 부담을 주는 절차다. 젊은 연구자에 의한 난자 기증은 상급 연구자가 이런 (고통스러운) 절차를 거치도록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지난 주 한국의 신문들은 1995년 이래로 황우석과 공동연구를 해 온 미즈메디 병원의 불임전문의 노성일이 불임 부부들을 치료하는 데 불법적으로 거래된 난자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노성일은 <네이처>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으나 현재까지 그러한 난자들이 황우석의 실험에 이용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황우석 자신은 불법적으로 거래된 난자나 대학원생으로부터 얻은 난자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부인해 왔다. 그리고 섀튼은 강한 어조로 황우석을 변호해 왔다. 2005년 5월에 섀튼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황우석의 연구를 감독하는 내부 검토 위원회가 "난자를 기증한 대학원생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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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의 연구에 윤리적 부정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에 관한 섀튼의 갑작스런 발표, 그리고 그가 관련된 세부사항을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은 줄기세포 연구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스트 랜싱에 있는 미시건 주립대학의 호세 시벨리는 2004년 논문의 공저자다. 그는 황 교수의 불법 행위에 대한 섀튼의 명확한 공개와 황우석으로부터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줄기세포 분야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그는 "이것은 (연구의 진전에)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며 "우리 모두는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줄기세포 연구소의 발생생물학자인 케빈 이건은 이러한 주장이 그 발단에 대한 아무런 공개 설명 없이 나왔기 때문에 그것의 비중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는 기다리면서 지켜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
이러한 상황은 섀튼이 (황우석에 대한) 비난을 하게 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요청을 낳고 있다.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케이스 워스턴 리저브 대학의 생명윤리학자 현인수는 "지금 단계에서는 새튼 박사와 다른 사람들이 증거를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제기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 줄기세포 허브'의 미래에 의문이 제기되는 데 충분한 듯 보인다. 지난달 발족한 이 네트워크는 요청에 의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줄기세포주를 세계 어느 나라에서 온 과학자라도 연구할 수 있게끔 하는 줄기세포 은행이자 연구시설 역할을 하도록 의도된 것이었다. 애초에 참여를 계획했던 미국과 영국, 그 외 다른 나라의 많은 과학자들은 현재 자신들의 입장을 재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건은 자신의 계획이 현재 보류중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제기된 주장은 심각한 것이고, 우리가 그들과의 협력 관계를 계속 고려하려면 완전하게 해결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언론은 황우석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황우석은 최근까지 우상처럼 취급되어 왔다. <중앙일보>의 사설은 "복제에 아무 문제가 없었음을 밝힐" 것을 황우석에게 주문했다.
한국 과학자들은 독립적인 조사를 요청하고 있지만, 그런 조사가 실제 이루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257쪽을 보라). 한편 연구자들은 무엇이 섀튼에게 갑작스런 심경 변화를 일으켰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최근까지 황우석과 섀튼은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유명했다. 한국 연구팀이 윤리를 얼마나 고려하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올 여름을 함께 보냈던 현인수는 "그들이 너무나 친근해 보였다"고 말했다. "게리(제럴드의 애칭)는 황 박사를 줄곧 형제라고 불렀고 황 박사가 공개 만찬에서 게리에게 건넨 축배의 말은 너무나 감정이 흘러 넘치는 것이어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이건은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학술회의 때만 해도 두 사람이 여느 때처럼 사이가 좋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들은 앞으로 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가려는 의도로 넘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 라 호야의 번햄 연구소에 있는 신경과학자 이반 스나이더는 섀튼이 성명을 발표하기 직전에 그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섀튼을 매우 심란하게 했던 것이 무엇이었건 간에 그는 그 행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고 당시 섀튼의 상태를 전했다. 그는 "(황우석과의 협력 관계는) 새튼의 연구 프로그램에서도 중요한 일부였음을 알아야 한다"며 "그가 그토록 다급하게 대응한 것을 보면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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