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네이처>에 이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논문을 2년 연속 게재했던 미국의 <사이언스>도 최근 불거진 황 교수의 윤리 문제를 자세히 보도하고 나섰다. 특히 <사이언스>는 문제가 확인될 경우 황 교수의 논문을 취소할 수도 있음을 시사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사이언스> '윤리 문제' 사실이면 황우석 논문 취소?**
<사이언스>는 18일 발행된 최신호에 '줄기세포 협력자들이 윤리 문제에 대한 비난으로 갈라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잡지는 "지난 10일 섀튼은 <사이언스> 편집진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이언스>에 실린) 2편의 논문에 쓰인 난자를 기증한 사람들의 경우 아무도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았다'고 확언했으나 이틀 후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며 "이런 소동은 황우석의 협력자인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에 대한 형사 수사에서 불거져 나온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노성일은 황우석 연구팀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사용한 난자 중 상당수를 수집하는 일을 도와줬던 당사자"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잡지는 책임 편집자 도널드 케네디의 말을 인용해 "<사이언스>는 이번 (황우석에 대한) 비난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만약 이번 비난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내의 생명과학자들은 "물론 단서가 달려 있긴 하지만 <사이언스>가 말하는 '적절한 조치'란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황우석 교수의 논문을 취소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될 경우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세계 줄기세포 연구에 큰 타격…섀튼 등에도 '유리'할 것 없어**
<사이언스>는 또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약간의 징후라도 포착된다면 이는 세계 줄기세포 연구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황우석 교수와 협력 관계를 추진해 오던 독일의 한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만약 비난이 사실인 것으로 판명될 경우 이는 줄기세포 연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약간의 징후라도 포착된다면 이는 황우석과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관리들을 설득해오던 과학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독일 과학자의 지적은 섀튼 교수가 서둘러 황우석 교수와의 협력 관계를 끊은 배경을 짐작케 한다. 윤리 문제 때문에 그 동안 자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했던 미국, 독일 등 줄기세포 연구자들 처지에서는 '황우석 스캔들'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지원은 더욱 축소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배경을 염두에 두면 황우석 교수팀이나 국내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독자 노선'을 걷기 위한 구실을 만들려고 섀튼 교수가 윤리 문제를 제기했다"는 식의 비판은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자국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황 교수와의 협력을 추진해 왔고, 이런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전히 황 교수의 '성공'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과학계의 전언이다.
***당사자들 <사이언스>에는 관련 의혹 부인…황우석 2~3일 안 발표**
한편 <사이언스>는 2004년 논문에 참여한 이들이 모두 윤리 문제를 둘러싼 의혹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2004년 논문에 쓰인 난자 기증이 이루어졌던 한양대 병원의 기관윤리위원회(IRB) 위원장 박문일은 '2004년 연구에 쓰인 242개의 난자를 기증한 16명 중 연구원은 아무도 없었다'며 다시 한번 더 결백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또 "황우석은 섀튼의 비난에 대한 논평은 거부했지만 가능한 빨리 결론을 알려주겠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황우석 교수는 2~3일 안에 '난자 출처'를 둘러싼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사이언스>와 인터뷰한 독일 과학자 한스 쇨러 박사는 "만약 황우석이 섀튼과 같은 협력자에게 정직하지 못했다면 대중을 상대로 해서는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했는지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가 이런 의구심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자기사 시작>
다음은 <사이언스>에 실린 기사 전문. 번역은 성공회대 김명진 강사(과학기술학)가 도움을 줬다.
***줄기세포 협력자들이 윤리 문제에 대한 비난으로 갈라서다**
윤리적 잘못에 대한 비난이 인간 복제와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협력관계에서 나와 다른 과학자들이 (협력관계를) 보류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피츠버그 의대의 줄기세포 연구자인 제럴드 섀튼은 11월 12일 성명을 내 황우석과 더 이상 공동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우석은 복제 배아에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최초로 추출해 냈다고 발표한 서울대 팀을 이끌고 있다(Science, 12 March 2004, p. 1669). 섀튼은 2004년 초부터 황우석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2005년 5월 19일에 <사이언스>에 발표된 두 번째 논문―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게놈을 담고 있는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최초로 추출해 냈다고 보고한―에 주요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그는 새로 만들어진 세계 줄기세포 허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고, 두 연구자는 10월에 이 사실을 공표한 바 있다(Science, 21 October 2005, p. 419). 섀튼의 성명은 황우석의 또 다른 협력자가 난자 기증자에 대한 불법적인 금전적 보상 지급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은 직후에 발표되었다.
섀튼은 황우석이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사용된 난자의 출처에 대해 자신을 오도했다고 공격했다. (이 연구팀은 DNA가 제거된 난자에 피부나 다른 세포의 핵을 집어넣는 실험을 해 왔다.) 섀튼은 2004년 논문의 공저자는 아니며, 비난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난자의 출처에 관해서는 이전에도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첫 번째 <사이언스>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그들이 뽑아낸 유일한 세포주가 16명의 여성들이 기증한 242개의 난자로 실험해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논문이 발표된 지 얼마 안 돼 <네이처>는 실험실의 두 젊은 연구원이 연구용으로 난자를 기증했다는 주장에 대해 보도했다. 그러한 기증은 비록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지만 윤리적으로 주의를 요한다. 왜냐하면 실험실 성원들이 상급자로부터 압력을 받는다고 느끼거나 자신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가령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거나 해서)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황우석과 연구에 관여한 다른 사람들은 실험실 성원 중에서 난자를 기증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난자 기증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도 않았다며 이러한 비난을 부인해 왔다.
섀튼은 11월 12일의 성명에서 자신이 황우석의 해명을 믿어 왔으나 이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어제 그러한 난자 기증과 관련해 허위진술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정보가 내게 포착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소동은 황우석의 협력자인 서울 미즈메디 병원의 불임전문의 노성일에 대한 형사 수사에서 불거져 나온 듯하다. 그는 황우석 연구팀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사용한 난자 중 상당수를 수집하는 일을 도와주었던 인물이다. 11월 8일에 한국의 언론은 노성일이 수정 후 불임 여성들에게 착상된 난자들에 대해 불법적으로 금전적 보상을 지불했는지 여부를 놓고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1월에 발효된 한국의 새로운 생명윤리법은 난자 기증에 대해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금지하고 있다. 11월 10일에 섀튼은 <사이언스> 편집진에게 메일을 보내 (<사이언스>에 실린) 두 편의 논문에 쓰인 난자를 기증한 사람들의 경우 아무도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았다고 확언했다. 그리고 이틀 후, 그는 "신뢰의 위반" 때문에 협력관계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이언스>의 책임 편집자인 도널드 케네디는 성명을 내고 이 저널이 "이번 비난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언스> 편집진이 황우석 연구팀이 제출한 두 편의 논문을 싣기 전에 "특별히 주의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히면서, 만약 이번 비난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우석은 이메일에서 섀튼의 비난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고, 다만 자신이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으며 가능한 빨리 결론을 알려 주겠다고만 말했다. 2004년 논문에 쓰인 난자 기증이 이루어졌던 한양대 병원의 기관윤리위원회(IRB) 위원장인 박문일은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예전에 <사이언스>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해 주었다. 그는 16명의 난자 기증자 중 황우석 연구팀 성원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Science, 14 May 2004, p. 945). 당시는 생명윤리법이 발효되기 전이었고, 따라서 금전적 보상은 비록 윤리적으로 의문시되긴 하지만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었다.
섀튼은 성명에서 올해 5월에 발표된 논문의 표에 실수가 있었음을 발견했지만, 그 실수가 논문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독일 뮌스터에 있는 막스플랑크 분자의학연구소의 한스 쇨러는 황우석의 실험실을 방문한 적이 있고 가능한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를 해 왔다. 쇨러는 황우석과의 교류 과정에서 그의 정직성을 의심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만약 비난이 사실인 것으로 판명될 경우 (…) 이는 이 분야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약간의 징후라도 포착된다면 이는 과학자들이 황우석과의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독일 관리들에게 설득시키려고 그간 노력해 온 것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논란 가운데 하나는, 만약 황우석이 협력자 중 한 사람에 대해 정직하지 못했다면 대중을 상대로 해서는 얼마나 부정직했겠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생명윤리학자인 현인수는 섀튼의 비난이 자신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말했다. 현인수는 올 여름에 서울의 연구팀이 현재 쓰고 있는 윤리적 기준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팀과 수 개월을 함께 보냈다. 그는 2004년 논문의 난자 수집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연구팀이 현재 지키고 있는 지침이 많은 미국 연구기관의 그것을 상회한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세계줄기세포허브 프로젝트를 둘러싼 생명윤리상의 쟁점들에 관해 황우석에게 자문을 해주었다. 그는 한국에 있는 자신의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당황하고 있으며, 섀튼의 우려에 담긴 세부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상자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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