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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땅값 차익을 차단하라"

[기획]'부동산정책 어찌 할까(1) 공급확대론의 허구성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이후 '제2의 10.29 대책'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부동산 가격 안정의 계기가 되기는커녕 성급한 공급확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더 불안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이다.

대책 발표 후 열흘도 지나지 않아 주요시민단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프레시안>은 그동안 정부가 양산해 온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한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거듭 실패로 끝나는 원인을 짚어보면서,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개발만이 살 길'이라는 모토 아래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혜와 부패 구조까지 다루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부동산 문제를 보는 폭넓은 시야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많은 관심과 조언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택공급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인가**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은 주택가격 안정의 근원적인 해법이 '세제 강화'가 아니라 '주택 공급'에 있다는 정책결정자들의 입장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우에 해당한다.

서울 강남권 200만 평의 국.공유지를 5만 가구가 수용되는 고밀도 신도시 아파트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 그리고 이미 추진되고 있는 수도권 신도시 4~5곳에 1000만 평의 택지를 추가공급해 14만 호를 더 짓겠다는 계획은 '8ㆍ31 대책'의 하이라이트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8ㆍ31 대책' 발표를 앞두고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이미 공급은 충분하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정부와 국민의 인식 차이가 너무나 큰 것이다.

***'무주택 실수요자'와는 거리가 먼 정책들**

판교 신도시 분양 중단과 주택공영개발로의 전환을 주장해 이를 관철시킨 경실련의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주택공급 확대로 정작 누가 이득을 보는지 살펴보라"면서 "제대로 된 주택공급제도인데도 주택이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라면 믿어주겠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한마디로 현재의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소위 개발5적과 투기꾼들의 먹이가 되도록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 때문에 전면 철회할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현재의 주택공급제도는 실수요자가 취득할 수 있는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웬만한 아파트는 현재 실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무주택 세대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민간 건설업체들이 분양할 때마다 주변 아파트 시세의 120%의 가격으로 공급함으로써 주변 부동산 가격을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의 '선(先)분양제' 하에서는 설혹 일부 미분양이 나오더라도 완공 때까지는 3년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낮추는 일이 없다.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경기 침체'라는 그들의 '비명'도 실은 '엄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분양가 자율화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후분양제를 전제로 원가연동제를 풀어준 것"이라면서 "소비자 보호 입장에서 볼 때 분양가 자율화 속에서 선분양 제도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특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양가 자율화와 선분양제도의 논란도 사실은 핵심이 아니라는 것. "공급확대론의 배후는 바로 땅값 차익을 노리는 건설업체들과 이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는 관료들"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체들은 사실상 기획부동산업자"**

이 때문에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주택사업자가 아니라 사실상 기획부동산업자"라고 성토했다. '기획부동산'이란 국세청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핵심세력으로 주목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땅 장사꾼들이라는 점에서 건설업체들은 이같은 비유에 불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이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헐값에 수용된 농지 또는 임야를 택지로 전환해 싼값에 민간건설업체들에게 매각하면 건설업체들은 주택을 짓지도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한다.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땅을 분할 매각하는 셈이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실제 분양받은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땅이므로, 그 소비자들이 주택조합을 구성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주택을 짓도록 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건설업체들이 선분양 제도 하에서 분양가를 마음대로 매기고 아직 짓지도 않은 주택가격까지 미리 매겨 땅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에게 아파트를 '그림의 떡'으로 만든 배후는?"**

게다가 분양가는 웬일인지 계속 오르기만 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의 김남근 변호사는 "건축비에는 이미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는 이유는 땅값에서 차익을 얻기 위해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부풀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김 본부장은 "땅값 차익을 거둘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한다.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강제수용된 공공택지를 민간업체들에게 분양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특혜이기 때문에 민간업체는 공공택지의 경우 시공사로만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공영개발된 주택을 굳이 분양할 필요도 없다. 공연히 당첨자들에게 시세차익을 안겨주기보다는 이 주택을 담보로 개발비용을 충당하고, 나아가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실수요자가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공급확대를 외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무주택 세대주만 청약자격을 주었던 2000년 이전의 제도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2000년부터 청약자격을 세대주에서 20세 이상 성인 570만 명으로 확대했는데 이 가운데 실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무주택 세대주는 180만 명"이라면서 이들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국민주택 이하 규모는 이들에게만 청약자격을 주고, 25.7평 이상의 경우는 평수를 늘려가는 수요를 인정해 기존 주택을 1년 내에 팔도록 하는 조건으로 무주택 세대주뿐 아니라 주택보유자에게도 청약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 발표 후 찔끔찔끔 추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민단체들로부터 공급확대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대대적인 보완 요구를 받고 있다. 현 정부 '최후의 야심작'이라는 '8.31 대책'이 제2탄에 해당하는 획기적인 전면 보완책 없이는 시작도 못해보고 좌초될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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