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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는 계속하자…정권을 바꾸자"

[기고] "盧정권 만든 30~40대가 8.31대책 최대 피해자"

정부의 개발 정책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던 초록정치연대 우석훈 정책실장(경제학 박사)이 '8.31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긴급 분석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우석훈 정책실장은 "이 대책의 최대 수혜자는 자기 자금을 갖고 부동산 투기를 하는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인) 전형적인 투기꾼들"이며 "최대 피해자는 집 한 칸 마련해보겠다고 안간힘을 써 온 (노무현 정권을 만든) 30~40대와 도시 영세 자영업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투기꾼들은 '투기를 계속하자. 정권만 바꾸면 된다'는 이 게임의 해법을 알고 있다"며 "결국 피해자는 서민과 (각종 개발사업이 야기한 공해 때문에) 아픈 아이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서울의 생태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집자>

몇 개월 전 노무현 정부 내에서 서울시의 건설 대책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나름대로 전망해 본 적이 있다. 나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현재 예정된 1000개 이상의 재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뭔가 엄청난 걸 또 하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한 바가 있지만, 이걸 부동산 대책이라는 이름에 걸어서 무지막지하게 시도할 줄은 차마 몰랐다.

서울시의 아파트를 둘러싼 긴장의 역사는 노태우 정권 때로 거슬러 올라가고 이미 10년 이상의 전사를 가지고 있는 얘기이다. 1970년대 초반 대지 50평에 건평 20평짜리 국민주택으로 시작한 도시 주거 정책의 역사는 여의도와 강남시대를 거쳐 균형 국면으로 들어갔다가 노태우 정권의 100만 호 정책에서 전면적으로 아파트 방식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

서울시의 정책이 전면 개발에서 '내발적 균형'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는 '정비'라는 선진국식 방향을 잡은 시기는 역설적이지만 고건 전 서울시장이 서울을 지휘하던 시절이었다. 무조건 올라가던 서울시의 건물들이 또 다른 힘을 만나서 '적정 고도'라는 개념과 만나고 순식간에 해체될지도 모르던 그린벨트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것도 고건 시장의 시기다.

***8.13 부동산 대책, 신귀족의 '역습'**

이런 서울시가 다시 개발 국면으로 들어간 것은 이명박 서울시장 때의 일이다. 하지만 워낙 '정비'에 대한 압력이 높았기 때문에 뉴타운이라는 편법을 사용하고 게다가 부분적이지만 개발지만큼의 대체녹지를 만들겠다는 시늉은 하고 있다. 서울 숲 조성과 같은 움직임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뉴타운은 원래 거주 지역이 아닌 곳에 새롭게 사람을 이주시켜 부도심을 만드는 사업인데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사람들이 살던 건물을 시가 강제 수용해서 보상금을 주고 다시 높은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그러므로 정확한 법정 용어로는 '공용 재개발'인데, 어쨌든 민선시장에게 정책은 정치이므로 뉴타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뉴타운도 초기에 전면 재개발이 여러 가지 저항에 부딪혀 어쨌든 지금은 형식적인 속도 조절을 통해 나름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지만 최악은 피하는 차선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하면 정확할 것이다.

이런 어설픈 균형에 기회만 찾던 서울시 전면 개발론자들이 새롭게 출구를 찾은 것이 바로 8.31 부동산 대책이다. 시간을 다시 노태우 시절로 돌려서 고찰하면, 민중으로부터 집권 명분을 찾지 못하던 노태우 정권이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100만 호 건설을 제안하는데 이때에는 전면 개발이 민주주의라는 옷을 입고 있었다. 요즘 전면 개발론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들이 자신도 민주화 운동세력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한 때는 아파트 많이 짓는 것이 민주주의였던 시절이 우리나라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슬픈 것은 이 때에 건설된 집을 여러 채 갖게 된 사람들이 1990년대에 새로 부동산 부자로 편입되면서 뿌리 깊은 투기세력으로 변질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 전면 개발론자들은 1990년 대 후반 외환 위기를 계기로 그야말로 '이대로 경제' 속에서 신귀족으로 편입되었고 이들이 고건 전 서울시장의 '정비 체계'를 깨기 위해서 다시 제시한 것이 동북아 중심국가 개념이다. 얘기는 넓지만 실제 정책화된 일은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 서울은 1000만 도시를 넘어서 2000만 도시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고, 그러므로 서울의 전면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제는 민주주의와 반대로 행정수도에 위헌소송을 걸거나 심지어 대통령 탄핵의 한 축을 형성했던 것도 바로 이 세력이다.

***"8.31 대책은 서울의 갖가지 균형을 일거에 깨자는 얘기"**

아주 역설적인 것은 판교라는 작은 개발지구에서 벌어진 분양가 급등의 일을 해결하겠다는 명목으로 10년 동안 나름대로 정착된 '도시 생태적' 균형과 사회적으로 위태하던 균형을 이번에 깨버린 것이다.

크게 보면, 송파구의 군부대 자리에 소위 송파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은 남한산성 바로 밑에 크게 형성되어 있는 그린벨트를 전면 개방한다는 말이고, 뉴타운의 고도 제한을 풀겠다는 얘기는 북한산 바로 밑에서 진행되는 은평 뉴타운에 30층이 훨씬 넘는 건물을 짓겠다는 말이다. 소형 아파트 의무규제 등을 없애겠다는 말은 앞으로 새로운 단지를 정부가 제공할 때 임대주택이나 소형평수 등 가난한 사람들이 같이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정책을 철폐하겠다는 말이다.

더 크게 보면, 이번 대책은 행정수도 이전 반대파들의 손을 전면적으로 들어준 셈이다. 지금까지 서울시 정책 중 장기적 효과가 가장 큰 것은 그린벨트 해제 사건이다. 처음으로 그린벨트를 제대로 풀고 들어간 것이 은평 뉴타운인데 이 때 건교부가 도출한 합의는 특별한 이유로 그린벨트를 해체할 경우 건설 호 수의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 법안은 앞으로 서울시의 확대가 어떤 방향으로 생길 것인가에 대해 방향을 잡아주고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이 법안이 2년 만인 이번에 해체된 셈이다. 부동산 공급을 위해서는 아무런 성역과 반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8.31 대책으로 한나라당 지지층과의 연정은 이미 시작됐다"**

보유세 강화와 주택공급이 같이 얽혀 있어 효과를 고려할 때 과연 어떤 것이 클 것인지 직접 비교하기가 쉽지 않지만, 만약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훨씬 계산이 편하다. 간단히 얘기하면 대통령 선거를 전제로 고려한다면 현 정부 임기 중에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다만 새로운 정부개발지가 생겨났으니까 여기에 투기하면 좋다는 말로 요약된다.

물론 종부세와 보유세 강화가 당장 작동할 정책이라면 아무리 세율이 낮더라도 부동산 엑소더스가 있을 법도 하지만 그 중간에 불행히도 대통령 선거가 끼어 있다. 이 대선에서 정권을 바꾸고자 하는 세력은 이 투기세력에게 불편한 보유세의 철폐를 내걸 것이고 아마도 송파 신도시를 비롯한 건설 사업만이 유일하게 정책효과로 남게 될 것이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경제적인 계층 분석의 시각으로만 보자면 금번 8.31 대책은 부자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지지한 사람들의 손을 전면적으로 들어준 셈인데, 간단하게 얘기하면 강남이든 강북이든 50평 이상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거나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 서민이나 도시빈민과 함께 살지 않아도 좋은 곳들을 대거 조성해주는 정책이다. 부수적으로 또 새로이 이 지역에 이사 간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게 된다.

물론 보유세가 약간의 걸림돌이지만, 그 정도를 감수하고 오히려 부자들끼리 동네에서 소위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많고, 게다가 언제든지 '부자 하기 좋은 나라'에서 정책은 바꿀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한나라당과의 연정은 모르겠지만, 실제로 한나라당 지지층과의 연정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30~40대 지지자의 등에 칼 꽂은 盧-열린우리당"**

보통의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피해를 받는 사람은 도시빈민들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으로 강북에는 집을 살 수 있지만 아직 사지 않은 사람들, 혹은 조금 좋은 조건으로 분양을 받으면 집을 사겠다고 분양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계층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보통 35평 정도면 실평수 25평 미만이기 때문에 국민주택의 여러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바로 이런 국민주택 수준의 주택 구매 여력에 약간 미달하거나 혹은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집단이다.

이번 정책으로 정부의 제약된 예산과 우리나라의 제약된 건설 원자재와 인력 등이 50평 아파트 군으로 집중되다보니 서민들보다는 그래도 윗 단계에 있는, 보통은 중산층으로 광범위하게 분류되는 계층이 1차 피해자가 된 것이다. 이들이 30~40대로 바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계층들이다.

그 다음의 큰 피해자들은 특정 지역의 자영업자 혹은 영세민들이다. 일단은 지금 개발되는 곳이 이들에게는 일종의 집단 거주지인 셈이다. 이 거주지에서 내몰리는 것이 1차 피해라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새로 조성되는 지역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대형 주상 복합 아파트 위주이므로 이는 영세 자영업자 혹은 재래식 시장 등과 같은 서울의 전통적인 '구경제'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 별로 싸진 않아도 서비스가 좋다는 대형 할인매장 위주로 상권이 재구성되는 약간은 이상한 비버리힐스 유형의 거주지가 대폭 늘어난다는 것이 금번 정책의 핵심이다.

이런 정책대로라면 50평 아파트를 살 만한 경제적 능력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서울에서 떠나라는 얘기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직도 많은 도시빈민들은 서울에 살아야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이들은 부동산 대책과는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게다가 프라임 1%를 낮춰준다는 대출 정책이 전부인 중산층에 대한 단 하나의 정책을 통해서 50평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서울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8.31 부동산 대책은 '서울 지옥'으로 만들 것"**

장기적으로 금번 부동산 대책이 일으킬 문제점은 단기적인 계층효과를 뛰어넘어 물 정책, 에너지 정책, 그리고 녹지 정책과 도시생태 정책에 전반적인 문제점을 촉발시킨다.

특히 에너지의 경우는 더 드라마틱하다. 물은 1인당 연 사용량이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진행되지만 에너지의 경우는 평당 사용량과 유사한 패턴을 갖는다. 현재 계획된 평수를 고려하면 200만~250만 호 공급은 실제로는 아파트 400만 호 신규 공급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되고,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원자력 발전 증가와 연계시켜 생각하면 사실 좀 끔찍하다.

더욱 큰 문제는 도시 생태적인 측면에서 발생한다. 서울 숲 하나가 대체녹지로 공급되는 상황 속에서 계속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서울 시민 특히 아동들의 보건문제가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러한 생태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보건 문제는 매우 서서히 눈에 띄기 때문에 이런 큰 대책들에서는 언제나 우선 순위가 맨 뒤에 있거나 아예 없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투자하자…정권을 바꾸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이 잘 움직여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무엇보다 서민들도 함께 잘 살 수 있거나, 하다 못해 투기로 집중되어 거의 마비 상태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국민경제가 살아난다면 생태적 비용과 경제적 효과를 놓고 어느 편이 나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만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아주 초단기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부동산 시장이 적응하고 새로운 해결을 찾기 위해 모색하는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나가면 투기 경제는 아주 역동적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이다.

그런데 벌써 시장은 해법을 찾은 모양이다. 정치권이 뭐라고 얘기하든, 경제전문가가 뭐라고 얘기하든 8.31 발표가 나자마자 대형 공영개발에 콘소시엄을 형성해 수주하게 될 대형 건설사의 주식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하여간 건설사의 입장으로는 주식 가격이 급등할 만큼 좋은 호재라는 것을 여의도의 증권 분석가들과 개미 투자자들은 이미 계산을 끝낸 모양이다.

정책만으로 보면 부자 중에서도 정상적으로 부를 축적해서 정상적인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배제한 채 신규 개발지를 찾아 헤매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자기자금을 보유한 투기꾼들에게는 이러한 경제 게임의 해법은 명확하다. 게임으로 정형화하면 다음과 같을 결론을 얻게 된다.

1. 일단 투자한다.
2. 정권을 바꾼다.

이 게임의 패배자들도 이미 정해져 있다. 바로 목소리가 낮은 자들이 이 게임의 피해자인 셈이다.

1. 서울의 공유지(군부대 혹은 가난한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
2. 아이들 혹은 다음 세대
3. 서울지역의 자연생태와 광역단위에서 서울의 생태순환과 물질순환을 지원하는 경제적 복속지

다음 단계의 관전 포인트는 지금부터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잠재 후보들이 보유세에 관해서 어떠한 정책적 입장을 가질 것인가와 과연 노무현 대통령을 허울 상으로도 후계할 어느 후보가 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이어받고도 대선의 내부 경선을 통과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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