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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를 위한 세가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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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를 위한 세가지 제언

<천주욱의 CEO 단상> 동북아 허브는 '안되면 말고'가 아니다

나는 노무현(편의상 MH라고 하자)후보를 찍지 않았다. 그러나 MH는 대통령에 선출되어 앞으로 5년간 주식회사 Korea의 경영을 책임진 CEO가 되었다.

MH는 지금 이사진(각료)과 본사 사장실 참모진(청와대 비서실)을 짜고, 회사 경영방침과 전략을 수립하며 전임 사장으로부터 업무인계를 받을 준비에 바쁜 것 같다.

MH가 코리아의 CEO로 선출된 것이 잘 된 것인지 아닌지, 코리아의 주가(국가신인도)를 끌어 올릴지 어떨지, 성공한 CEO가 될지 실패한 CEO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령 내가 반대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이를 받아들여 성공하기를 바라며, 또한 좋은 의견이 있으면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닐까?

그런 차원에서 이 글을 적는다.

***1. 노당선자가 미국 방문시 제임스 카메론을 만났으면**

우리나라의 IT와 디지털 및 에니메이션 기술 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DJ정부 초창기에 벤처산업을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벤처도 모르는 정부 당국자들이 돈만 지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알고 X인지 된장인지 가리지 않고 마구 돈을 풀었다. 그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 버렸다.

얼마 전 신문에 영화 타이타닉을 만든 미국의 세계적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이 우리나라에 에니메이션센터를 세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카메론감독은 <타이타닉>에서도 그랬지만 그가 만든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도 3D 효과(Effect)의 에니메이션을 가장 잘 활용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만일 카메론감독이 구상하는 에니메이션센터가 우리나라에 설립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뛰어난 젊은 세대들이 세계적인 감각을 갖는 에니메이션 작업에 관계하게 되어 에니메이션 기술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디지털기술과 IT기술 및 컨텐츠들이 개발되어 세계적인 에니메이션업체들이 몰려드는 등 우리 나라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에니메이션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노무현 당선자가 미국을 방문할 때 에니메이션회사들이 모여 있는 센프란시스코와 LA에도 들러 카메론감독은 물론이고 스타워즈를 만든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도 만나서 한국 대통령의 에니메이션산업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면 어떨까?

정말이지 이런 산업 하나라도 똑바로 유치하여 한국을 세계최고의 에니메이션산업국가로 만드는 것이 훨씬 나은 게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카메론감독이 해외에 에니메이션센터를 세울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일본 등이 우리 대선기간 동안 엄청난 특혜를 제시하여 벌써 가계약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상하이와 싱가포르는 이런 경우,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아예 어떤 국영연구소 하나를 통째로 비워 저렴한 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할 정도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고촉통수상이 전문가 몇 사람과 함께 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카메론감독을 직접 만나 싱가포르 정부가 무엇을 해주면 싱가포르에 에니메이션센터를 세울 수 있겠느냐 면서 실질적인 유치활동과 관련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젊은 감독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조금 지나면 컨텐츠의 한계, 영화 제작기술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우리 영화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지금 어떤 영화에도 3차원 에니메이션이 필수적으로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영화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한국영화의 제2 중흥기를 대비하는 국가적인 차원에서라도 에니메이션산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대통령선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젊은 세대들이 혼을 넣을 수 있는 장기적이고 창의적인 21세기형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카메론감독의 에니메이션센터를 유치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을 방문할 때 카메론감독, 스필버그감독, 루카스감독을 한 번 만나보면 어떨까? 설령 이번에 그런 에니메이션센터를 유치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그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게되지 않을까?

***2. 영어와 중국어 라디오 및 TV방송국 설치**

중국은 몇년내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은 몇년내 그 경쟁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급속히 동북아 허브(Hub: 중심)국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경영의 선택전략이 아니라 필수전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동북아 허브국가가 되려면 세계 각국의 많은 기업과 물류와 돈과 사람이 우리 한반도로 몰려 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유무형의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

그 중에서도 외국어방송이 있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일본, 러시아, 홍콩, 대만 및 동남아 각국과 각 도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으며, 내일은 어떤 일이 있다는 정보를 항상 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여름 몇 십년만에 엄청난 폭우가 내려 둑이 터지고 물난리가 났을 때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들은 그런 중요한 뉴스를 시시각각으로 들을 수 없었다.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그들의 목숨이 걸린 뉴스나
심지어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이 떠내려갈 때까지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나라에 어떻게 외국기업이 공장을 세우고, 동북아 거점사무실을 둘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하는 말인데 TV 같으면 KBS2와 위성방송인 Sky TV를 이런 외국어 전용방송으로 바꾸면 좋지 않을까?

***3. 동북아 허브가 되려면 전략이 있어야 한다**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를 주장하는 정부 관계자나 학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모두가 큰 항구와 공항을 건설하자,
외국공장과 은행들을 유치하자, 외국인투자에 관련한 규제를 철폐하자는 등 중구난방식의 온갖 아이디어를 나열하는 데만 급급한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하면 동북아 비즈니스허브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하자, 무엇을 만들자 하는 총론은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전략은 없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동남아 비즈니스의 허브다. 싱가포르의 이 비즈니스 허브 기능은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며, 자연적으로 그렇게 된 것도 아니다. 물류, 항공, 공단, 금융, 무역, 석유거래, 관광, 컨벤션, 정보, 쇼핑, 교육, 의료, 위성방송, 골프장 등 인근국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데 필수적인 여러 분야가 허브가 된 결과,비즈니스의 허브가 된 것이다.

나는 90년대 삼성물산 싱가포르 지사장으로 있으면서 싱가포르 그들이 어떻게 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허브국가가 되었는지 하는데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해 본 일이 있다. 그 때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싱가포르인들은 동남아의 허브가 된다는 국가적인 비젼과 이 비젼을 달성하기 위한 분명한 전략을 수립하여 국가 전체적으로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가의 모든 경영자원을 총동원했다."

여기서 말하는 분명한 전략이란 다음의 8가지 정도로 요약가능하다.

1. 선제압도 전략
2. 고객최우선 전략
3. 세계최고 전략
4. 세계최고경영성과 전략
5. 입체복합적종합 전략
6. 해외진출 전략
7. 최고인재투입 전략
8. 전략지속 전략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싱가포르 공항을 위의 8가지 전략 측면에서 설명해보면 이렇다.

동남아 최대의 공항을 인근 어느 나라보다 먼저 건설하되(선제압도전략),

모든 시설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며(세계최고전략),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과 항공회사는 물론이고 환송 환영객에게도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고객최우선전략),

인근국 공항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도 공항 자체가 하나의 독립경영 단위로서 세계 최고의 이익을 내는 공항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세계최고경영성과전략)

그리고 이런 세계 최고의 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공항 자체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바, 정부 내 모든 부처가 입체적이고 복합적으로 지원할 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종합적인 차원에서 공항을 건설하고 도로,통신, 물류산업, 행정, 법률 등 유무형의 관련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다.(입체복합적종합전략)

또한 어느 정도 공항이 허브공항으로 되면 그 때부터는 해외진출을 추진하여 세계 각국의 국제공항들을 위탁 받아 운영하는 사업을 전개(실제로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중국, 인도 등에서 10개의 공항을 운영하고 있음)하여,투자 수익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곳의 국제공항을 싱가포르 공항과 같은 운영체계로 운영하므로서 궁극적으로 싱가포르공항을 동남아의 허브공항이 되게 하는 것이다.(해외진출전략)

그리고 이런 세계적인 공항을 건설하고 경영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은 물론이고 기업계를 망라하여 최고의 인재들을 총동원한다는 것이다.(최고인재투입전략)

마지막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위의 일곱 가지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가 최고 지도자인 수상이 바뀌거나 장관이 교체되어도 이런 비젼과 전략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전략지속 전략)

이런 분명한 전략을 갖고 공항을 경영한 결과,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세계 최고의 공항, 전 세계공항 중에서 이익이 가장 많이 나는 공항(2001년 이익 2천억원, 사내유보 2조6백50억원),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공항, 비행기 승무원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공항,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공항, 30년 후를 대비한 투자를 벌써 진행하고 있는 공항으로 알려지고 있을 뿐 아니라, 20세기에 가장 성공한 공항으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동남아항공산업의 허브가 된 것이며, 나아가서 세계적인 비즈니스의 허브가 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공항만 이런 것이 아니다.

세계 최고 최대의 컨테이너항구이자 년간 5천억원 이상의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싱가포르항구(PSA)도 그러하며, 전 세계의 모든 첨단기업들이 모여 있는 공단도 위와 같은 전략으로 경영되고 있을뿐 아니라, 인구 4백만의 그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에 있는 지하철 또한 세계 최고이며 년간 7백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데, 이 지하철 역시 위의 8가지 전략으로 경영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인 은행들도 이런 전략으로 유치되었으며, 심지어 도시 재개발마저도 이런 전략으로 추진되는 등 싱가포르 국가경영의 코어전략은 위의 8가지 전략이다. 또한 고촉통수상은 매월 항구의 물동량, 공항의 승객 숫자와 화물 취급량, 관광객 숫자, 외국기업 사무실 숫자, 외국인 거주자 숫자, 컨벤션 유치 계획 등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허브가 되는 데 있어 국내여건상 싱가포르와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이 하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수출입국”이라는 기치 아래 국가를 경영해왔다는 것이다. 수출이란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난 30년간 우리는 수출품을 열심히 만들어 외국에 내다 팔기만 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이에 따라 우리의 모든 사고나 제도나 기업경영이나 국가경영은 물론이고 심지어 국민정서 등 모든 것이 우리 나라 안에서 우리나라 사람과 우리 기업과 우리나라만 생각하는 폐쇄된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브가 된다는 것은 외국인과 외국기업과 외국물건과 외국문화가 우리나라 안으로 들어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던 모든 제도와 사고와 국민정서와 국가 분위기가 “들어오는 시대”에 맞게 일대 개혁이 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민족주의적인 나라로 가는 듯한 작금의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동북아 비즈니스허브라는 국가경영목표와는 다소 상치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북아 허브는 "안 되면 말고" 할 사항이 아니다. 어쩌면 21세기 한국의 사활이 걸린 국가적 이슈다. 그래서 재벌을 개혁하고, 정치판을 새로 짜고 하는 이슈들보다는 훨씬 더 중요한 상위의 국가적 이슈다. 그래서 독재라는 이야기를 듣는 한이 있어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최고의 인재를 포함한 국가가 가용할 수 있는 최고의 경영자원을 총투입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천 대표는 74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 삼성석유화학, 삼성생명, 삼성비서실 및 국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해 보았다. 특히 삼성물산에 재직 중이던 1980년대 후반에는 국내 최초로 사내 벤쳐사업에도 관계해 보았으며, 97년부터는 씨제이코퍼레이션에서 인터넷사업도 펼쳐 보았던, 온라인-오프라인 양쪽 경험을 했던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2000년 8월 제일제당그룹내 종합상사인 (주)씨제이코퍼레이션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뒤 스탠다드테크를 창업, 활동중이다. 천 대표의 보다 많은 글은 www.myinote.com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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