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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기막힌 경기장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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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기막힌 경기장 활용법

<'월드컵이후' CEO제언 2> 중국다운 '장사꾼 마인드'

1997년 12월의 일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제8회 중국 전국체육대회가 열렸다. 이 체육대회는 12억 인구의 전 중국을 대표하는 체육대회인지라 참가인원이나 체육시설 등 그 규모에서 올림픽에 버금가는 대회였다.

그런데 나는 이 체육대회의 메인 스타디움으로 사용된 상하이스타디움을 어떻게 건설했는지를 알고는 온 몸에 닭살이 돋는 전율을 느꼈었다.

자, 그럼 내가 왜 닭살이 돋는 전율을 느꼈는지 여기에 그 이유를 적어 본다.

상하이시는 93년에 동아시아게임을 개최하여 2억4천만위안(미화 3천만달러 : 이하 모든 금액은 미화로 표시)의 이익이 발생했다. 이때 시정부는 4년후에 개최될 전국체육대회에 필요한 모든 체육시설 건설을 위하여 상하이스타디움주식회사(SSC : Shanghai Stadium Co. Ltd)를 설립했다.

그리고는 상하이 부시장 공쉐핑에게 경영을 맡겼다.

그는 중국 최대도시 상하이를 대표하는 경영마인드 있는 공무원이었다. 그는 부시장으로서의 공직업무와 SSC라는 기업경영을 맡아 전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스포츠경영의 일대 기적을 만들어 냈다.

SSC사장을 겸직하게 된 공 부시장은 먼저 이 프로젝트의 분명한 비젼과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취임하자 전 중국을 향하여 이렇게 포효(?)했다.

"스포츠시설도 이제는 하나의 산업시설이다. 산업시설인 한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는 4년후 개최될 전국체육대회에 필요한 메인스타디움과 37개의 체육시설을 마련하면서 중앙정부나 시정부로부터도 한푼의 보조나 기부금도 받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고, 우리 상하이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전국체육대회를 개최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부과금을 거두는 일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 처럼 새로 지은 스타디움이 그 후에는 잘 사용되지도 않고 보수유지에도 엄청난 돈이 드는 골칫덩어리가 되는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전국체육대회를 중국에서 가장 좋은 첨단시설에서 가장 멋지게 치르도록 함은 물론이고, 우리는 그 이후도 고려하여 수익사업시설으로서 체육시설을 준비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에 새로 건설하거나 보수할 모든 체육시설은 처음부터 여러 목적으로 활용되도록 하여 이익을 내서 자립경영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특히 상하이 스타디움으로 명명될 메인스타디움은 더욱 그럴 것이다."

공 부시장은 정말 기부금과 보조금 및 정부나 상하이시 재정지원을 한푼도 받지 않았다. 그는 기부금과 부과금을 절대로 받지 않을 것임을 알리는 광고를 신문에 냈을 정도였다.

나는 98년초 이 상하이스타디움에 가 보았다.
정말 대단한 시설이었으며, 스포츠경영의 세계적인 표본일 뿐 아니라 상하이 시민의 자랑거리였으며, 자부심이 될 만했다.

자, 상하이 메인스타디움이 어떻게 건설되었으며, 어떻게 경영되고 있는지 알아 보자.

상하이스타디움은 구시가지의 재개발지역 5만7천여평의 부지에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축면적 5만2천여평의 대형경기장으로서 1억5천5백만달러가 투자되었다.

그런데 이 상하이스타디움에는 돈을 벌지 않고 버리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둥근 원형의 스타디움 관람석 밑에 비어 있는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호텔, 전시장 및 쇼핑센터를 유치하여 현재 영업 중일 뿐 아니라, 지하 1만8천여평을 민간기업인 China Link Capital사에 분양하여 인공해변, 서핑장, 수영장 그리고 돌고래 묘기장을 건설했다.

본부석 맞은 편에 있는 스코어보드는 호텔 벽에 설치되어 있는 느낌이다. 다시 말하면 호텔의 외벽 중 일부에 스코어보드가 있으며, 나머지는 전부 호텔 건물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호텔 투숙객이나 로비 라운지에 있는 사
람들은 경기장을 항상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외에도 상하이스타디움에는 여러 가지 중국인 특유의 장사 수완이 발휘되었다. 그러나 이 상하이스타디움에서 가장 놀랄 만한 것은 1층과 2층 스탠드 중간의 빈 공간을 활용하여 운동장 전체에 삥 둘러 1백4개의 특별관람실을 만들어 일반에 분양하여 엄청난 수익을 냈다는 것이다.

언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 특별관람실들은 하나가 15평 정도로서 국제전화, 샤워장, 중앙냉난방시설, 등 갖가지 공동시설이 완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특별실 바닥 밖 운동장을 면하고 있는 곳에는 광고현수막을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어느 야구장이나 미식축구장보다 더 자본주의 냄새가 나는 이 전용 특별관람실들은 대부분 민간기업, 국영기업, 외자기업들이 접대용으로 구입하거나, 운동경기를 즐기는 돈 많은 개인들이 구입하여 호화로운 실내장식과 가구들로 최상류 관람실을 만들어 놓았다.

상하이 스타디움의 이 전용특별실에서 중국 전통 차를 마시면서 프로축구나 마이클 잭슨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상하이 상류층의 새로운 도락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15평짜리 이 전용특별실 분양가는 60만달러였다. 처음부터 워낙 인기가 좋아 당초 예상 수익금을 훨씬 초과할 것 같아 1백4개 중 50개만 먼저 분양했는데, 이 때 들어 온 돈만 해도 3천만달러나 되었다고 한다.

12억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 가장 큰 상하이 메인 스타디움, 거기에서 갖는 각종 경기나 행사가 전 중국에 TV중계된다면 특별관람실 밖에 부착된 광고현수막은 엄청난 광고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특히 브랜드를 알릴 필요가 있는 외국기업들의 분양신청이 쇄도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54개의 특별관람실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국제입찰을 통해서 분양할 예정인데 그 분양 수입은 4-5천만달러를 쉽게 초과하리라는 이야기였다.

이 상하이 스타디움을 건설하면서 초기에는 많은 자금이 은행 차입금으로 충당되었다. SSC가 처음 은행을 접촉했을 때 모든 은행들이 체육시설이 과연 상업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데 의구심이 많아 대출을 꺼렸
다. 그러나 크게 성공한 지금은 오히려 은행측에서 좋은 수익사업으로 인정하여 더 많은 대출을 해주겠다고 SSC를 조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마침 내가 상하이에 간 날 신문에 이 스타디움에 관한 기사가 있었는데, 이에 의하면 많은 운동경기와 세계적인 팝가수들의 공연, 등 여러 목적으로 대관신청이 폭주하여 일년 후 대관신청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영마인드에 의하여 건설된 상하이 스타디움은 이제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체육시설로 꼽히고 있다. 당초 동아시아게임 후 3천만달러로 출발한 상하이 스타디움 등 SSC의 자산규모는 이제 2억4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이 상하이 스타디움 뿐 아니다.
나머지 36개의 모든 체육시설에도 헬스클럽, 수영장, 호텔, 사무실,쇼핑센터, 사우나, 등 사업시설을 유치하거나 분양하는 철저한 경영마인드에 의하여 신축 또는 증개축 했다.

그래서 이제 상하이는 시민 1인당 체육시설 보유수준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그리고 이 SSC사장을 겸직하던 공 부시장은 그 후 경영능력과 리더십이 인정되어 당으로 옮겨가 고속출세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우리가 여기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현 중국의 모든 지도부가 경영마인드와 리더십을 겸비한 이런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하이시는 장쩌민, 주룽지 등 중국의 핵심관료들을 배출했으며, 이런 사람들이 경영했던 상하이시는 지금 모든 면에서 서울보다 몇 년 앞선 아시아 최고 최대의 도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마 10년내 상하이는 모든 면에서 뉴욕보다 더 앞선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중국과 세계적인 경제력을 갖고 있는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하나의 예로서 우리 월드컵 주경기장을 한 번 보자.
우리는 돈도 없는 나라에서 월드컵 주경기장을 상하이와 같은 경영마인드 없이 그저 건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월드컵 주경기장을 검토하면서 처음부터 자금조달 문제 때문에 허송세월을 많이 했다. 정부 차원에서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장기종합전략이 없었다 보니,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축구협회는 축구협회대로 말도 많았다. 주도권 싸움도 만만찮았다.

이왕에 건설하고 있는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하자, 잠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을 개조하자는 등 대안도 많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학경기장으로 변경을 검토하면서도 모두가 한결같이 정부 예산만 이야기하고 있었지 상하이와 같은 이익개념이 들어간 경영마인드 있는 소리는 하나도 없었으며, 그런 경영마인드 있는 발상 자체가 전무했다. 상암동 그 허허벌판에 연간 몇 달이나 사용할지 모르는 엄청난 크기의 축구장을 지어 놓고 축구경기 외는 무얼 할 것인지, 과연 수익성이 있는 것인지, 월드컵 이후 발생할 그 엄청난 보수유지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곳까지 찾아 갈 관람객의 편의는 생각해 보았는지, 남북통일 후까지를 고려하여 경인운하와 한강변 개발계획과 이 메인 스타디움과의 배치와 조화와 연관개발은 생각해 보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니 운동장 사용료가 엄청날 그 경기장을 적자투성이인 프로축구팀이 사용할 수 있을까? 국가재정도 좀 생각하고, 경영마인드도 훈련할 겸 상암동에 월드컵 메인스타디움을 건설하면서 우리도 상하이스타디움과 같은 특별관람실을 만들어 분양하면 어떨까?

아마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IMF시대를 맞아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려는 수 많은 외국기업이나 한국을 전초기지로 하여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진출을 꾀하는 외국기업들의 수요가 만만찮지 않을까?

그리고 특별관람실 밖에 자사 광고판을 영구적으로 부착할 수 있다는 조건은 분양가를 엄청나게 올릴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왜 우리에겐 상하이 스타디움과 같은 멋진 전략과 절묘한 경영마인드가 없을까?

상암동의 월드컵 주경기장 말고 각 지방에 건설한 다른 월드컵 경기장들은 어떨까?

왜 우리에겐 상하이 공 부시장 같은 철저한 경영마인드를 갖춘 공무원이 없을까?

왜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인프라나 체육시설을 건설하면서 정부가 돈을 내야 하는 것일까?
중국인들이나 외국기업 인사들이 운동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붉은 카펫트가 깔린 상하이스타디움 특별관람실, 호화로운 중국 전통의 장미목 소파에 앉아 중국차를 마시면서 각종 게임과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를 상상만 해도 부럽기만 하다.

***천 대표의 글을 본 조성화씨의 '공감합니다' 답신**

저도 월드컵 열기보단 저 거대한 운동장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걱정스러웠습니다. 흉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프로축구가 아직 인기있는 종목이 아니고 체육복표사업도 우리 스스로가 망가뜨려놓았으니 그렇다고 축구장에서 콘서트나 매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콘서트도 G.O.D나 해야 오지요, 참 이상한 문화국가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상하이시의 전략을 자세히 읽어보니 감탄이 절로 나오면서도 '그렇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디어는 아니다. 조금씩 제 몫만 양보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건설업자와 공무원들간의 연계가 확실하게 끊어지지 않는 한은 이러한 아이디어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개의 고리가 서로 먹고 먹여주는 관계를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는 이상, 이 속성을 초월하는 아이디어는 결코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동강살리기 운동'의 최소의 멤버 중(5명으로 1997년 6월 시작)한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말할 수 있다면, 동강댐의 실용성 문제는 오직 건설업자의 이해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초기 공사비가 5천억
원이었는데 건설업자의 입장에서는 나라를 팔아먹더라도 획득해야할 공사가 아니었을까요?

자본주의에서 자본주의만 존재하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에서 바로 '인간을 위한'을 빼버리는 자본주의가 청산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이익,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십시오 동강 댐 안 만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동강살리기 운동 때문에 동강이 너무 알려져서 이젠 많이 파괴되었지만 말입니다.

만약 축구장 건설이 건설업자와는 전혀 관련을 짓지 않는 전제하에서 시작되었다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목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가득이나 문화시설이나 체육시설 여가시설이 부족한 지방도시에서는 그 필요성을 충족시키고도 남았을 텐데 말입니다. 참 아쉽습니다.

한달동안 세계에 잘 보이고 10년동안 맘 고생할 경기장.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아이디어를 모아야하지 않을까요?

외국선주들이 한국선원들 월급을 동남아선원들보다 배 이상을 주고도 필요로하는 이유는 그 임기웅변적인 아이디어와 실천력에 있다고 합니다. 배에 중요한 부품이 깨졌는데 그 부품이 없다, 그러면 한국선원들에게 부탁하
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 부품을 만들어 온다는 겁니다.

그런 정신으로 다시 시작해야지요.

***필자 소개**

천주욱 대표는 74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 삼성석유화학, 삼성생명, 삼성비서실 및 국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해 보았고 특히 삼성물산에 재직 중이던 1980년대 후반에는 국내 최초로 사내 벤쳐사업에도 관계해 보았으며, 97년부터는 씨제이코퍼레이션에서 인터넷사업도 펼쳐 보았던, 온라인-오프라인 양쪽 경험을 했던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그러던 중 2000년 8월 제일제당그룹내 종합상사인 (주)씨제이코퍼레이션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뒤 스탠다드텍을 창업, 왕성히 활동중이다. 천 대표의 보다 많은 글은 www.myinote.com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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