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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옛날의 말레이시아가 아니었다"

<CEO 르포> '먹고 살' 신산업 찾기 위한 열정 대단

지난주 업무차 말레이시아를 다녀온 천주욱 스탠다드텍 대표가 22일 '옛날의 그 말레이시아가 아니었다"는 제목의 르포를 써 보내왔다.

말레이시아는 97년 아시아 외환금융위기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큰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IMF요구대로 모든 시장을 개방했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종의 쇄국정책을 고수해 지금도 여러 모로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고 있는 나라다.

천 대표는 이번 여행에서 말레이시아가 앞으로 '먹고 살' 리딩 인더스트리(선도산업)을 건설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에 감명을 받아 글을 남겼다 했다. 천 대표는 "아직 말레이시아의 디지털이나 생명산업의 기술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낮으나 이들 산업을 주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정부와 국민의 열의는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연 지금 우리는 서 있는 현주소는 어디쯤인가를 생각하며 천 대표의 글을 읽어보도록 하자. 편집자

***이번에 본 말레이시아**

지난 주에는 일이 있어 말레이사아와 싱가포르를 다녀 왔다.
나는 이번 출장 중 말레이시아가 옛날의 말레이시아가 아니라는 것을 곳곳에서 느꼈다.

나는 90년대초에서 중반까지 싱가포르에 근무하면서 말레이시아 여러 곳을 많이 다녀 보았으며, 그 후 90년대 말에도 몇 번인가 말레이시아에 가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본 말레이시아는 옛날의 그 말레이시아가 아니었다.

우선 나라 전체가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최근 7~8년간 마하티르수상이 집념을 갖고 추진했던 국가적인 여러 프로젝트들이 하나씩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인천공항에 뒤지지 않는 세계적인 규모와 시설을 갖춘 신공항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건설되어 가동되고 있었으며, 우리는 언제 건설될지도 모르는 공항과 연결되는 고속전철이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공항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편도 3차선 고속도로 역시 멋지게 건설되어 있었다.

쌍둥이 빌딩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페트로나스빌딩이 시내 한 복판에 그 위용을 뽐내고 있는가 하면, 시내 곳곳에는 예전에는 없던 고가도로망이 건설되어 교통 혼잡이 거의 없었다.

또한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30여분 거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이버 자야(Cyber Jaya)라는 최첨단 디지털도시가 건설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IT(정보통신)기업과 디지털 관련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하기도 하고, 또한 이와 관련된 말레이시아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이버 자야 바로 근처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행정타운인 푸트라 자야(Putra Jaya)가 건설되어 있는데 그 규모나 시설이 정말 으리으리하고 대단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렇게 변해 있었다.

***수상이 직접 챙기는 '말레이시아 바이오 2002'**

작년부터 마하티르 총리는 또 하나의 국가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것이 바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푸트라 자야와 사이버 자야에 인접한 곳에 바이오밸리를 건설하여 말레이시아를 동남아 내지는 아시아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만드는 이 프로젝트는 마하티르 총리가 선두에 서서 직접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 여러 곳에서 느껴졌다.

중앙정부 고위층을 만나도, 대학교수를 만나도, 대학교에 있는 벤처타운을 방문해도, 정부 연구소를 방문해도 그리고 주정부 최고위층을 만나도 모두가 한결같이 바이오산업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말레이시아는 지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모든 조직을 총동원하여 우리나라로서는 깜짝 놀랄 특혜적인 지원을 제공하면서 세계적인 바이오관련 회사들을 유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년 10월초에는 '말레이시아 바이오 2002'라는 바이오산업 관련 국제적인 전시회와 심포지움을 개최하기로 되어 있는데 총리가 직접 그 진행사항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중앙정부에서 '말레이시아 바이오 2002'를 주관하는 책임자 중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러시아대사를 역임한 국제화된 인물로서 그 열의도 대단했으며, 바이오산업에 대한 깊은 지식도 갖추고 있었다.

바이오산업으로 말레이시아는 또 한번 크게 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열심인 말레이시아 공무원**

이번 출장을 가기 전에 우리는 말레이시아 13개 주정부 중 하나인 어떤 주의 최고위층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주정부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관련기관의 과장급 한 사람이 기사가 딸린 외빈용 볼보자동차를 갖고 공항에 나와 있었다.

우리는 그 차를 타고 멋진 고속도로를 한 시간 40여분 정도 달려 밤 8시경 호텔에 도착했다. 다음 날부터 이 과장과 이 자동차는 완전히 우리를 위해서 배치되어 있었다.

방문 이틀째 되는 날 오전에 우리는 주정부 관련기관 몇 곳과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가졌으며, 관련 업체들과도 만났다. 오후에는 쿠알라룸푸르 근처에 있는 대학과 연구소 및 대학 내 있는 바이오 벤처타운을 방문하여 여러 사람을 만나 현장도 보고 회의도 했었으며, 그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는 밤 10시경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주정부 최고위층을 만나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오전 9시 그 곳을 떠나 다시 쿠알라룸푸르 근처에 있는 푸트라 자야에 있는 중앙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회의를 가졌으며, 오후에는 또 다른 정부기관을 방문,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후 오후 5시경 싱가포르로 가기 위해서 공항으로 갔다.

이런 일련의 회의와 방문이 진행되는 동안 맨처음 공항에 나왔던 주정부의 과장은 정말 열심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밤 늦게 쿠알라룸푸르에서 돌아오는 차 중에서도 피로해 하거나 귀찮아 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바이오산업에 대해서 좀 더 알려고 했으며, 좀 더 말레이시아와 자기 주를 잘 보이게 하려고 애썼으며,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중앙정부 공무원과 지방정부 공무원 간에 서로 잘 협조하고 도와주고 하면서 총리가 선두에 서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산업 육성에 한 몸이 되어 멋진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것이 참 보기 좋았으며 그 열의들이 정말 대단했다.

또 하나, 중앙정부의 고위층들은 말할 것 없고, 주정부의 지사와 부지사가 미국이나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라 상당한 실력과 국제적인 감각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행정부와 함께 있는 말레이시아 총리 집무실**

원래 말레이시아 총리 집무실과 관저는 쿠알라룸푸르 시내 한 가운데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모든 정부 기관들이 모여 있는 새로운 행정타운인 푸트라 자야에 총리 집무실과 관저가 옮겨져 있었다. 즉 우리나라로 치면 청와대가 과천에 가 있는 것이었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게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좁은 나라, 그것도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그렇게도 높은 서울에서 청와대 때문에 청와대 뒤 그 넓은 산 몇 개까지를 청와대 지역으로 하여 통제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우리 청와대만큼 넓은 땅을 국가 원수를 위한 집무실과 관저로 쓰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청와대, 광화문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로 정부 청사가 여러 곳에 나누어져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말레이시아 이야기하다 핀트가 엉뚱한 곳으로 간 것 같지만 업무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번에 가 보니 말레이시아는 생동감이 느껴졌으며, 국민과 공무원 모두가 활기와 자신감에 가득찬 새로운 말레이시아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귀국하는 날,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 신문을 펼치니 이 나라 국가경영의 비전은 무엇이며, 이를 위한 국가 경영전략은 뭐며, 그리고 지도자들은 지금 이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기사는 없고 다음과 같은 기사들만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공적자금 국민 부담 250조'
'여야 극한 대립양상'
'특검 거부땐 대통령부터 조사 받아야'
'장상 서리, 외부활동 논란'
'민주, 이회창후보 의원직 사퇴 요구'
'다국적제약사 로비 거셌다'
'마늘이 어쩌고 저쩌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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