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나는 일이 있어서 경부고속도로로 대전 부근에 갔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올 때는 국도를 타고 오면서
청주의 오송 국제바이오엑스포 행사장 바로 옆을 지나 왔다.
행사장에 한 번 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시간도 없었으며,
또한 며칠 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이번 엑스포의 대략적인 내용을 보았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에서부터 경부 고속도로 여러 곳에 설치된 대형 광고탑,
고속도로를 가로 지르는 육교 마다 설치된 플래카드,
청주 부근 톨게이트 입구마다 서 있는 입간판,
청주시 외곽의 그 수많은 간판과 대형 광고탑과 장식 등등......
바이오 엑스포를 알리는 이런 것에만도
수억, 수십억원의 돈이 들어 갔을 것 같았다.
이뿐이 아니었다.
새로 도로를 넓히고, 포장을 하고, 산을 깎아 행사장을 만들고,
국내외 저명인사들을 초청하고 하면서
수십,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 같았다.
그런데 솔직히 충청북도가 바이오산업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나마 우리 나라에서 유명한 바이오연구소라도 하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충북에 있는 어떤 대학이 바이오 관련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든지,
국내에서라도 바이오기술 하면 알아주는 뭐라도 하나
충북에 있다는 것인가,
수십, 수백억원의 돈을 들어 붓는다고 바이오산업이 육성된다면
이 세상에 바이오산업을 육성하지 못 할 곳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 회사 일로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최고 수준에
가있는 바이오회사들을 자주 만나기도 하고 방문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바이오산업과 관련하여 여러 나라 출장도 다녀 보았다.
그 결과 내가 느끼는 바로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수준은
아직 초보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능한 젊은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자들과 바이오관련 벤처회사들이
지금 자금 부족으로 한계를 겪고 있는 경우가 참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수십, 수백억원을 들여 엑스포를 개최하는 것보다는
외국에서 바이오관련 첨단학문을 연구하고 돌아온 석박사급 고급 두뇌들이
세계적인 바이오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는 느낌이다.
즉, 오송 바이오 엑스포처럼 부산을 떠는 것보다는
바이오 전문가들이 차분히 연구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국내외 유명 바이오회사나 연구소들을 충북으로 유치하여
상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바이오 클러스트를 조성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 충청북도가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핵심산업으로 유치하여 집중 육성하고 싶다면
이번에 든 수십, 수백억원의 돈을 차라리
다음과 같이 쓰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 발효나 합성기술에 의한 새로운 식품첨가제 및 사료첨가제 개발,
인간 및 동물 지놈 연구, 새로운 단백질 합성 기술개발,
바이오 의약 개발, DNA칩 연구 등 몇 개 특정 첨단 바이오기술 분야를
명확하게 설정하여
그 분야의 신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및 이미 개발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오송바이오단지에 건설하는 경우,
5억원의 무상자금 지원 및 이자율 5%의 장기자금 제공.
2.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첨단 고가의 연구설비가 갖추어진
바이오 연구소 건물을 미루 만들어 놓고
국내외 여러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최소의 경비로 바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함.
3. 국내 대기업의 바이오연구소 및 연구소형 공장을 유치하기 위하여
이런 연구소나 공장이 충북에 건설되면 모든 지방세를 5년간 50~1백% 감면해주며,
인허가 관계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신속하게 처리해줌.
아니 모든 인허가에 관련된 업무는 공무원들이
연구소나 공장을 직접 방문하여
그 자리에서 즉결로 처리해줌을 원칙으로 할 정도로
입주사 최우선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오단지를 만듬.
4. 미국이나 영국, 불란서, 독일 등 최선진국의 아시아지역 연구소 분소(分所) 및
연구소형 공장 2 - 3개를 초기에 의도적으로 유치하기 위하여
초기 4년간 각 업체별로 50~1백억원 정도씩을
충북도 명의로 지분 참여를 하도록 함.
즉, 충북도가 바이오벤처투자를 하도록 하는 것임.
5. 국내외 한국인으로서 바이오기술 분야의 박사 학위 소지자 중 한 사람을
부지사 정도의 권한을 갖는 바이오산업 담당관으로 영입하여
상기 1 - 4항에 관련된 모든 권한을 위임함.
이 정도 되어야 충북에 바이오산업이 발전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작년 하반기 싱가포르 정부 경제개발청 고위 간부 몇 사람이
싱가포르에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하여
우리나라 모 바이오회사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싱가포르에는 변변한 바이오회사 하나 없었다.
그런데 최근 싱가포르에 갔을 때 경제개발청을 방문하여
바이오산업 최고 책임자를 만나보고
또 싱가포르 바이오단지를 방문해 보고는
나는 깜짝 놀랐다.
나와 동행한 우리 나라 바이오회사 CEO는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의
그 최고위 간부만큼 똑똑하고 바이오 분야에 밝은 박사를
지금까지 만나본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 유명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30대 후반의 그는
정말 대단한 실력자였으며,
그는 바이오산업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을 바로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싱가포르 정부가 조성해놓은 바이오단지를 방문해 보았는데,
벌써 미국 및 유럽의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와 연구소들이 입주해 있었다.
바이오산업에 관한 지식이 다소 부족한 행정관료들이
단기에 홍보성 업적을 나타내려는 무리한 의도로
바이오 엑스포를 개최하는 것 보다는
장기적인 바이오산업 육성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편집자 주> '2002 오송 국제바이오 엑스포'는 지난 9월25일부터 한달간 예정으로 청주시 주중동 야산 9만2천5백여평의 부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의 조직위 이사장은 이원종 충북도지사가 맡아, 충북 청원군 강외면 오송새명과학단지에 국내외 우수 바이오 관련기업과 연구소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엑스포는 개관후 1주일사이에 10만명이 찾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천주욱 대표는 이번 대회 자체의 의미를 폄하하는 것보다 과거 대전 엑스포때처럼 이번 엑스포가 일회성 전시행정으로 그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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