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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유로 시대' 초읽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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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유로 시대' 초읽기 돌입

<속보> 시장, 백악관도 불신-'유동성 함정' 우려

달러화 폭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G8 정상회담에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하던 중 "환율은 시장세력과 경제여건에 의해 결정된다"며 "달러화가 시장의 힘에 의해 적정 환율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고 언급, 달러 매도를 부추겼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대폭락**

부시의 발언 이후 '강한 달러'에 대한 제동장치가 풀린 것으로 외환시장에서 받아들여지면서 1유로는 한때 0.98달러까지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26일 미국에서 2번째로 큰 장거리통신회사 월드콤의 사상최대의 부정회계사건이 터지자, 런던 외환시장에서는 유로의 대미달러 환율이 한때 0.9983달러까지 치솟아 '1유로= 1달러 시대'의 임박을 알렸다. 유로화는 그후 0.98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엔화 또한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20엔선이 붕괴됐다. 26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8개월래 최저치인 달러당 118.94엔을 기록했다가 119.63엔으로 조금 반등한 상태로 거래를 마감했다. 일본은행이 무려 3조엔을 쏟아붓는 전폭적 시장개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강세를 막는 데 실패했다.

우리나라 원화도 26일 달러당 1203.90원까지 떨어졌다가 27일 오전에는 1204원 전후에서 국제외환시장의 동향을 보며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엔화 환율의 120엔선이 깨진 만큼 원화 환율의 1200원선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주가ㆍ채권ㆍ달러화 폭락하는 '트리플 약세' 예상돼**

부시 발언후 달러가 폭락하자 27일 미 백악관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은 부랴부랴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HSBC 증권 미국 지사의 수석 외환전략가인 마크 챈들러는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많은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부시 행정부가 겉으로는 강한 달러 정책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 참여자들의 이런 의심을 재확인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금융시장에서 백악관의 해명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JP모건 증권은 26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월드콤 사태는 미국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무너뜨렸다"며 "달러화 매도와 유로화 및 영국 파운드화 매수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월가의 비관론자인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는 "미국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면서, 달러 매도가 일어나는 트리플 약세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이미 40년래 최저 수준인 1.75%이며 26일 열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공개시장조작위원회 (FOMC)회의에서 "연말까지 금리인상은 없다"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달 110.3에서 106.4로 낮아지는 등 경제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스티븐 로치는 "이제는 미국의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돈을 아무리 풀고 금리를 낮춰도 돈이 돌지 않으면서 경기가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유동성 함정'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이다.

***우리는 외환보유고 1천1백억달러로 국제금융시장의 '큰 손'**

우리나라는 이같은 달러화 폭락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1천1백억달러대로 세계 4위에 달하고 있다. 97년 외환보유고가 거의 바닥나 IMF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을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견실하다. 미국경제를 진앙으로 세계경제가 크게 흔들리더라도 최소한 97년과 같은 국가파산 위기에 직면할 위험은 거의 없다 해도 될 정도로 튼실한 외환보유고는 지금같은 위기국면에 큰 방패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같은 막대한 외환보유고는 현재 한국은행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은 대부분 미 재무부채권(TB)에 투자해왔으나 달러화 약세를 예감하고 지난해부터 유로화 투자 비중을 높이는 등 여러 각도로 리스크 헤징(위험회피)을 해 놓은 상태여서 달러 급락에 따른 직접적 피해는 적을 것이라고 한은측은 말하고 있다. 한은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하고 있으며, 해마다 수조원대의 운용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은 외자운영 관계자들은 외국 금융기관들의 주된 스카웃대상이나, 외자운영 노하우는 '국가 1급비밀'인만큼 스카웃 제의에 철저히 'NO'로 일관하고 있다.

한은은 가능한한 시장에는 직접적 개입을 피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에 잘못 개입할 경우 국고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기축통화의 향배는 외자운영의 수익성 및 국가경제 방어력 력에 직결되는 만큼 국내외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그 흐름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달러화 폭락 사태가 진행되더라도 최소한 97년도와 같은 위기상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한은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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