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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최대위기에 빠진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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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최대위기에 빠진 월가

회계기준 강화하자 적자기업 속출

월스트리트가 9.11테러에 맞먹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 6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가 10000대 아래로 추락하고 나스닥 지수도 심리적 지지선으로 알려진 1600선 밑으로 급락했다. 9.11테러를 연상시키는 충격파는 바로 지난 1분기 기업 실적 발표다. 엔론 사태 이후 미국의 회계기준이 엄격해지자 미국 기업들의 본색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회계기준 바꾸자 적자기업 속출**

바뀐 회계 규정을 적용해보니 미국의 기업실적은 사실상 10년래 최악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이 거품이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과 모회사인 다우존스(DJ)는 다우존스 글로벌 마켓 인덱스(DJGMI) 편입 1천1백46개 기업의 올 1~3월 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무려 32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는 1992년 1.4분기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한 것이며, 지난해 2백67억 달러 흑자와 비교해보면 충격적이다.

DJ 발표에 따르면 금융, 음ㆍ식료 부문은 현상을 유지했으나 미디어, 통신, 항공사, 무선통신, 생명과학 부문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이는 영업권상각을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회계 규정이 바뀐 탓이라고 해명했다. 영업권상각(Write-down)이란 피합병 회사의 가치 감소분만큼을 해당 분기에 일괄 처리토록 하는 새로운 회계 규정이다.
대표적으로 AOL타임워너와 JDS유니페이스 등은 영업권 상각비용을 회계처리 하면서 각각 5백42억 달러, 43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권 상각을 해당 분기에 비용으로 반영한다는 회계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DJGMI 편입 기업의 실적은 5백70억 달러 흑자가 된다는 점에서 회계 규정 강화가 월스트리트에는 9.11테러와 같은 충격을 준 것으로 비유된다.
앞서 발표된 S&P500 편입 4백17개 기업의 1~3월 분기 손익 총합도 영업권상각 등 특별비용을 제외할 경우 1천30억 달러 흑자로 나타났었다.

AWSJ는 "과거에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특별 비용을 제외하고 기업들의 순익을 평가하곤 했지만 최근에는 투자자조차 기업의 회계 처리 방식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입맛에 맞는 회계방식이 아니라 투자자들도 새로운 회계방식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프루덴셜 증권의 이코노미스트인 에드워드 야데니는 "1.4분기 실적 집계는 올 나머지 분기에도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웰즈 캐피탈 매지니먼트의 수석투자고문 짐 폴슨은 "S&P 500 기업 중 60%가 매출 감소를 기록했는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올해 기업의 수익구조가 향상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스스로도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경기 침체가 시작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도이체 방크 PB담당이사인 벤 페이스는 "첨단기술주와 통신 부문의 경기 회복이 언제 일어나느냐에 시장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통신등 IT분야에서 투매현상 발발**

통신 분야에서는 투매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주로 미국 2위의 장거리전화사업자인 월드콤의 경영부실에 따른 것이다. 아직은 투자적격 등급에 속하지만 월드콤의 채권은 부실채권 취급을 받고 있다. 월드콤의 공동창업자인 버니 에버스는 이 회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사퇴했다. 월드콤의 주가는 99년 61달러까지 올랐지만 이번주 들어 2달러선으로 폭락했다.

월드콤이 불성실공시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주주들은 지난 3일 뉴욕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월드콤 주주들은 월드콤이 합병기업들의 재무상태와 가치를 호도함으로써 증권거래위원회(SEC) 법규를 위반했으며 "자산재평가 결과 월드콤의 영업권과 무형자산의 가치가 2백억달러 하락하고, 그동안 숨겨왔던 불성실공시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며 이로 인한 손실보상을 요구했다.

통신산업이 한창 각광을 받던 1999년 당시 월드콤의 주식은 월가의 최고추천종목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회계절차와 내부대출에 관련해 SEC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무리한 합병과 실적 부진으로 인해 발생한 2백80억달러 규모의 부채, 전임 CEO인 버나드 에버스에게 지급한 3억7천5백만달러의 불법대출 등으로 인해 시련을 겪고 있다.

분식회계로 인한 월드콤 에버스 회장의 몰락은 엔론의 케네스 레이의 퇴진과 비교될 만큼 월가에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신주의 부실은 월드콤만이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일 AT&T, 월드콤, 스프린트 등 미국 3대 장거리 전화 회사들의 회사채가 '정크본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AT&T, 월드콤, 스프린트는 그 동안 네트워크 건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매 등을 통해 약 8백5억 달러를 조달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최근 장기 불황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회사채를 투매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장거리 요금이 대폭 인하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선마이크로 시스템도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을 맡고 있는 에드 잰더가 오는 6월 사임할 것이라고 밝힌 뒤 주가가 급락했다. 그가 사퇴할 경우 최근 몇주새에 선마이크로시스템 경영진 4명이 이 회사를 잇따라 떠나는 셈이다. 경악한 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서 6.45달러로 주가가 떨어졌다. 이 회사의 주가는 2000년9월에는 64달러대였다. 페이스는 "통신부문 실적 악화와 경기 회복에 대한 어두운 전망 등으로 투자할 자금은 있으나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시장신뢰 상실이 미 경제의 최대위기 요인**

6일 다우존스 지수는 약세장의 전형적인 징조인 막판 급락세를 보였다. IBM과 엑손 모빌 등 이른바 블루칩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 주원인이었다. IBM은 심리적 지지선인 80달러선이 무너지면서 공황적 투매가 일어나 7% 이상 급락했고 엑손 모빌은 이라크의 수출 재개 소식으로 유가가 떨어지면서 하락하기 시작해 3.3% 미끄러졌다.

문제는 이같은 하락장이 돌발적인 악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낙타 등에 짚이 하나씩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 짚을 하나 더 얹었더니 낙타가 짐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게 됐다"고 경기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시사했다.

FT도 "경기회복이 불투명해지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단기금리 인상 계획을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빨라야 6월이고 지금으로 볼 때 9월경이 될 것이 유력하다. 만일 금리 인상을 연기하지 않으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라고 전했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고 주식시장이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올해 금리인상은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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