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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곧 유로화보다 값어치 떨어질 것"

월가의 "괜찮다" 주장 믿는 사람 없어, 세계경제 크게 요동

달러화 시대가 지나가고 유로화 시대가 열리는가.

최근 미국의 경상수지 악화 및 증시 침체로 국제 외환시장의 무게 중심이 유로화로 기울면서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권위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주 미국의 기록적인 무역적자가 공표된 뒤 유로화는 0.98달러를 돌파한 뒤 0.97대에 머물고 있다.

뉴욕 소시에테 제네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갤러거는 "지난 24일 유로화가 2개월만에 0.88달러에서 0.98달러까지 치솟았다"면서 "달러화의 평가절하가 이같은 속도로 진행될 경우 미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유럽, "유로화 상승은 당연한 결과"**

유럽연합(EU)의 페드로 솔베스 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유로화의 상승속도는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그러나 유로화 상승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난 해의 경우 유로화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유로권 지역의 경제 펀더멘탈과도 부합하지 않았던 만큼 유로화의 상승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5일 유로화가 달러화에 강세를 보이는 것도 미국의 경상수지 악화 및 주식시장 침체로 국제투자자들이 미 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축소하는 반면, 유로화 자산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릴린치 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백82개 글로벌 펀드매니저 가운데 반수 이상이 미 달러화 자산 투자를 줄이고 유로화 자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4분기 중 미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투자액은 6백6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5억달러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지난 1·4분기에 미국 주식매수는 1백76억달러로 과거 2년간 분기평균 3백64억달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이는 유럽과 아시아지역으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곧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보다 높아질 것**

환율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유로화가 조만간 달러화와 1대1로 같은 가격대를 유지하다 달러화를 추월할 것 같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뉴욕 소시에테 제네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갤러거는 "내년초 1유로 당 1.15~1.20달러로까지 치솟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UBS워버그 증권도 "내년말에 달러는 1유로에 대해 1.05달러, 엔화에 대해 1백15엔까지 평가절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초에 비해서 6분의 1 가량 하락되는 것이다.

이처럼 달러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계 자금 유출이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경상적자가 GDP의 5%에 이르면 통화가치는 급속히 하락한다. 그런데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었다.

미국편으로 분류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최근 대미경제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안에 5% 수준인 5천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달러 폭락하면 세계 GDP성장률 0.5~1% 하락 전망**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으로 흘러드는 자본으로 메워졌으나 최근에는 자금이 미국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다.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CSFB)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지난 1999년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91%를 메워줬으나 지난해 이 비율이 43%로 급락했고 올해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FDI가 줄어들수록 주식과 채권시장이 자금 조달 창구로서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지금 미국의 주식과 채권시장은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준(準)공황 상태다.

현재 미국의 주가 폭락은 유럽과 아시아 각국으로 파급돼 전세계 경제에 위협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알려진 모간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는 최근 달러 가치가 6개월 내에 20%까지 떨어질 경우 전세계 경제성장률(GDP기준)이 최소 0.5%에서 1%포인트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미국에서 빠져나간 금융자본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 퇴장' 현상으로 전세계적인 공황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월가의 "괜찮다" 논리를 믿는 사람 거의 없어**

미국의 증권사들은 이같은 비관적 전망에 대해 강한 방어자세를 보이고 있다. 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 제럴드 코헨은 "미국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달러화가 단기적으로 계속 약세를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시티뱅크의 환율전문가 로버트 신치도 "최근의 상황으로 보아 달러화가 현재의 수준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월스트리트의 소위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미국의 유명기업들의 CEO들이 부정회계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고 있으며 증권 분석가들의 보고서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한 '쓰레기 같은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것이 속속 들어나면서 월스트리트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달러 약세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 세계 경제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하락 속도가 급격할 경우 전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가 급락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들의 자금 회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국제투자가들은 이미 미국 국채의 40%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사채의 24%, 미국 주식의 13%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자산평가액은 8조4천억달러로 미 GDP의 80%에 해당한다. 만일 이들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금융자산의 일부만이라도 다른 통화로 바꿀 경우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메울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고 달러의 급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미국발 위기설에 초긴장**

달러 급락은 무엇보다 미국 기업들과 달러표시 자산들에 대한 매력을 감소시켜, 해외 투자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일 경우 '역자산 효과'도 우려된다. 역자산 효과란 금융시장 약세로 소비자들의 부가 줄어들어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신규 투자도 줄어드는 악순환을 말한다.

아울러 달러 급락은 미국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가중시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미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 금리인상은 자칫 회복세에 찬물 끼얹는 결과를 초래,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때문에 미 정부당국도 달러 약세를 무조건 방치할 수는 없는 처지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미 외국인투자 감소는 '주식 등 자산가치 하락→소비감소→생산위축→수입감소'로 이어져 우리 수출 및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6일 국내 주가가 공황적 폭락세를 보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로 예전부터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한국에서 중간재를 구입해 미국시장에 완제품을 파는 동남아 국가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하면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대유럽 수출이 늘더라도 그 비중이 13.3%로 낮아 미국시장에서 줄어드는 수출액을 만회하기 어렵다.

다만 20%를 넘는 대중화권 수출이 호조를 띤다면 미국 경제의 침체로 인한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동반침몰할 경우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국도 동반침체의 늪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 이 또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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