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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은 지금 분수 넘치게 살고 있다"

<NEF 보고서> 미국發 세계금융위기의 원인 심층분석

'미국발 금융위기' 우려가 세계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은 한마디로 '빚더미에 앉은 부자나라'다. 이 표현은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올봄 HIPC(Heavily Indebted Prosperous Country)라며 사용한 용어다.

NEF가 발표했던 <가난한 나라들이 어떻게 미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요즘 국제금융계의 재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의 위기 메커니즘, 더 나아가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메커니즘을 설득력있게 규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의 불안정한 국제금융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보고서의 요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미국서 매일 20억달러씩 유출**

미국은 지난 10년간 경제학자들조차 원인을 모르겠다고 할 정도의 '이상 호황'을 누려왔다. 경제활황에 따르기 마련인 인플레이션도 거의 없고 경기순환 곡선이라는 고전경제학도 무시한 채 성장일변도의 '신경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이상 호황은 '금융자유화'라는 세계화의 음흉한 덫으로 가난한 나라들의 돈을 빨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몰려드는 자본으로 미국의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수출보다 훨씬 많은 수입품을 사들이는 데 달러를 흥청망청 써댔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매년 수천억 달러가 넘는 빚을 계속 끌어들인다는 것은 분명 한계점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무수히 나왔다. 단지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인지를 단정짓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자본의 흐름이 역전되고 있다. 매일 20억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20억 달러의 금융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의 금융자본 저축분 중 40억 달러를 끌어들어야 현상유지가 가능한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 서구 등의 개도국의 저축은 GDP의 10% 내외인 반면, 미국은 GDP의 1.3%에 불과하다.

***미국인 3억명의 부채가 다른 나라 50억명의 부채와 맞먹어**

미국의 대외부채는 2조2천억달러에 달한다. 이것은 인도, 중국, 브라질 등 전세계 개발도상국들의 대외부채를 모두 합한 것과 거의 비슷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인 3억명이 2조2천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 이는 개도국 50억명의 대외부채와 맞먹는 규모이다.

미국이 이처럼 막대한 빚을 질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축통화 발행국이라는 점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NEF의 주장이다.

가난한 나라들은 외환보유고를 채우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18%의 이자를 물며 달러를 들여오는 한편, 3% 이자에 불과한 미국 재무부 채권을 사들이는 데 달러를 쓰고 있다. 지난 10년간 개발도상국이 높은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기 위해 들인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24%에 해당한다. 이는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감소시킨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자본시장의 자유화, 또는 세계화라는 것은 미국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쓸 수 있는 통로다. 또한 해외로부터의 자본 유입으로 달러는 20% 정도 고평가되어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20%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들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등 몇몇 강대국으로의 자본이탈만 아니라면 적어도 아프리카의 25개 국가는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달러를 모아두면 곧바로 미국의 월 스트리트 등으로 빠져나간다. 아르헨티나의 가난한 사람들은 막대한 공공채무를 떠안게 되었다. 아르헨티나의 전체 대외부채가 1천5백억 달러인데 이것은 아르헨티나에서 이탈하고 있는 자본이 1천3백억 달러에 이른다는 비공식적인 통계와 거의 비슷하다.

이것은 아르헨티나의 금융자본가들이 자신들의 돈을 외국으로 빼돌리기 위해 비싼 달러를 들여왔다는 결과가 된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는 끊임없이 달러 부족을 겪으며 대외부채가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때에도 이 지역에서 안전한 자금 도피처를 찾아 미국으로 자본이 이동하는 바람에 달러가치가 급상승하고 풍부한 달러 유입 덕분에 미국의 금리는 1997년 7%에서 99년 5%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 경제가 자본비용을 줄이고 예산적자로 인한 비용을 줄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환율에 대한 교과서적 이론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가 수출보다 수입을 많이 하게 되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고통을 받게 되지만 얼마 후에는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덕택으로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은 줄게 되면서 균형을 찾아간다.

그러나 금융자유화 세계에서는 환율이 상품과 서비스의 물리적 움직임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자본의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문에 달러화는 실질적인 가치보다 20% 이상 고평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대국이 세계저축고를 소진시키고 있다**

이른바 경제대국의 과도한 채무야말로 금융세계화의 동인이다. 금융자유화로 미국 등 몇몇 경제대국으로 외국의 자본이동이 쉽도록 국제체체를 바꾸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를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의 발전에 주로 기인한다는 주장과 다르다. 또한 이들 대국의 과소비를 위해 빈국들의 저축을 빨아들이는 것을 가능케 하는 국제금융시스템은 불공정하고 사악하기까지 하다.

과거에 가난한 나라에서의 자본이탈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금융자유화로 가난한 나라의 금융자본가들은 합법적으로 외국으로 돈을 빼돌릴 수 있게 되었다. 소수의 대국이 대부분의 세계 저축고를 소진시키는 불균형으로 인해 세계 곳곳의 긴장과 금융위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분수 넘치게 살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인데 왜 그렇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분수에 넘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소비자들은 수출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수입품을 사들였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아사아로부터 값싼 공산품들로 풍족한 소비생활을 누렸다. 한국으로부터 카메라를, 일본으로부터 자동차를 사들였다.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들을 만들지 못해 지난해의 경우 미국은 수입의 절반밖에 수출하지 못했다.

미국이 세계의 저축고를 소진시키는 주범이기는 하지만 유일한 국가는 아니다. 2000년 현재 경우 영국은 2백50억 달러, 오스트레일리아는 1백50억 달러, 독일은 1백90억 달러, 스페인은 1백70억 달러를 끌어들여 썼다.

남미의 몇몇 국가들 즉 브라질은 2백50억 달러, 아르헨티나는 90억 달러, 멕시코는 1백80억 달러를 소진시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박사는 "부자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로 자본이 흘러가야 하는데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균형잡힌 체제와는 정반대"라며 개탄했다.

미국이 돈을 어디에서 꿔오는가. 동아시아의 저축심 강한 나라들 특히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이 자금줄이다. 프랑스와 스위스 같은 부국들도 자금원이 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이같은 '혐의'를 부인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쏟아지는 물건들을 사줄 마지막 구매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미국의 상무부 부장관 그랜트 앨도너스는 "다른 나라의 실업을 미국으로 수출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야 하는지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마치 햄버거를 탐식하는 뚱뚱보가 맥도날드 상점을 찾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미국경제, 부동산 거품으로 간신히 현상 유지**

이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무한정 유지될 수는 없다. 미국으로 흘러온 자본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자산에 투입돼 가격만 올리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수익향상에 대한 압박감으로 잇따른 부실회계문제가 터져나오면서 미국의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이를 미래의 소득으로 믿고 소비자들이 더욱 소비를 증진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불황이 그리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행위 덕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제조업계들도 생산성이 악화되면서 고평가된 달러로 인한 부담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미국의 철강업계를 위해 수입철강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긴 미국 행정부의 조치는 바로 이같은 위기 의식을 반영하는 한 사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경제자문위원인 케네스 로고프는 "미국이 막대한 부채를 갚기 시작하려먼 달러 가치를 지금보다 40% 가량 떨어뜨려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존 손힐 기자는 "아시아인들의 저축률이 떨어지고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아시아의 중산층들은 과거 수출과 저축에 의존하면서 근검절약하며 살았던 과거와는 달리 향후 10년간 보다 많이 대출받고 보다 많이 소비하는 선진국 모델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투자가들이 지난 4년간 2백40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채권 순매각을 단행한 것은 이같은 자금 이탈 조짐을 가시화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달러가 이러한 변화로 인해 급격하게 하락하건 점진적으로 하락하건 개도국의 경제성장률은 0.5% 정도 감소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별 것 아닌 수치 같지만 198~99년 아프리카 남부의 경제성장률이 2% 정도였고 중남미 국가들이 0%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것이다.

***거품 낀 부동산에 돈 묻어두는 것은 바보짓**

월 스트리트의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최근 달러가치의 하락 가능성을 최근 5%에서 15%로 상향조정했다.

모건 스탠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의 달러는 생산성, 무역거래조건, 재정 정책 등 세가지 기준에서 14% 가량 고평가 되어있으며 내년까지 무역거래에 사용되는 달러가 7%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순차적으로 달러가 하락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내년말에는 상당히 균형잡힌 달러환율이 형성된다는 주장이다.

외환전문가로 저명한 모건 스탠리의 수석 분석가 스티븐 로치는 "달러가치가 순차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모든 나라들에게 좋은 것임은 다 알고 있다"면서 "다만 미국의 전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3배이자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5배에 달하는 1조9천억 달러의 전세계 외환보유고에서 76%가 달러로 채워져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가들에게도 "달러가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도 고평가된 부동산 등에 자금을 묻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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