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내년 초 회복되리라는 기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미국 기업의 수익률이 1930년대 이후 최저라면서 주식시장의 반등기미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투자와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주식시장에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잇따른 경고가 나오는 것과 맥을 같이해 주목된다. 미 증시는 곧 발표될 4/4분기 실적 전망은 상당히 어둡지만 내년과 후년의 순익 호전을 예상하며 다우와 나스닥, S&P 500 등 3대 지수가 테러 사태 이후 20%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의 리처드 버너 등 이코노미스트들 일부에서 "경제가 회복되면 기업 수익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가"라는 기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코노미스트지는 19세기의 저명한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고수익만큼 국가의 번영과 행복에 기여하는 것은 없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 말에 따른다면 미국은 현재 불행에 처해있다고 단정했다. 미국기업의 수익률이 1930년대 이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금융회사 세전 수익이 지난 3분기에 작년 대비 26%나 감소했는데, 이는 비금융산업 부문 GDP의 7.5% 수준이다. 1997년만 해도 이 수치는 12.5%였다.
수익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JP모건은 4분기에 평균수익이 연20%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60여년간 최저치의 이윤을 의미한다.
불경기 때 수익률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불경기의 경우는 특히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기업들이 생산설비과잉으로 가격결정력이 거의 없다는 것 때문이다.
반면에 노동비용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임금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크게 능가하고 있지만 생산성 증가율은 떨어지고 있다.
미국은 불경기에 들어서면서 유례없는 낮은 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명목 GDP 증가율은 향후 2분기 동안 0%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윤을 확보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생산비용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임금은 하방경직성을 보이기에 기업으로서는 수익 증대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
지난 10월 미국의 소비지출이 2.9%라는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였지만 경기회복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 주로 자동차 메이커와 유통업자들의 공격적 할인에 힘입은 것이기 때문이다.
할인공세로 매출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이윤 대비 비용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수익률 증가와는 거리가 멀다.
주식시장도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12월 들어 한동안 랠리를 했다. 그러나 내년초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도 기업의 생산설비과잉 문제를 안고 있는 한 성장에 강한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명목 GDP가 성장하지 않는 한 수익 증가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주식투자자들이 결국 실망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기업들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투자와 일자리를 더욱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경기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 전망을 밝게 보는 사람들은 생산성 증가율이 불경기에 들어선 이후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어 앞으로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생산성증가율과 수익은 그렇게 단순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
지난 3년간의 예를 보면 생산성이 급격하게 오르자 수익률은 오히려 줄었다. IT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혜택은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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