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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스스로 짓밟는 부시 행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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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스스로 짓밟는 부시 행정부

증간선거 승리 위해 농업보조금 대폭 증액

미국이 금과옥조처럼 강조해 오던 자유무역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앞으로 10년간 자그마치 1천9백억달러의 농업보조금을 지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는 현행 농업보조금 규모에 새로 8백30억달러 이상을 추가한 것으로 가난한 개도국 농민들을 압살하는 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이번 조치는 지난 1996년 공화당 주도의 이른바 ‘농장자유법’ 제정을 통해 향후 농업보조금의 완전 철폐를 천명했던 것과 정면으로 상반되는 것이다. 나아가 지난 3월 수입철강에 대해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결정에 이어 부시 행정부 이후 두 번째로 자유무역 원칙을 위배한 조치이다.

부시 행정부가 유럽 등 무역 상대국들과 개도국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순전히 국내정치적 목적 때문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의석 탈환 등 부시 대통령의 재선 고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이번 농업보조금 확대 조치는 사우스다코타, 몬타나, 미네소타, 미주리, 아이오와, 조지아 주 등의 농민 표를 겨냥한 것이다. 또 지난 3월 수입철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는 외국산 철강으로 고전하고 있는 웨스트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주 등의 철강산업 및 노동자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 대한 국내외의 반발을 피하려는 듯 이례적으로 이날 아침 7시45분 법안에 서명한 뒤 곧바로 시카고로 떠나버렸다. 이는 또한 이른 아침에 방송되는 농업 관련 뉴스를 통해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인 농민들에게 이 소식을 널리 알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법안 서명 직후 러시아와의 핵감축 사실을 발표, 이번 조치에 대한 국내외의 시선을 돌리려는 언론플레이도 펼쳤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언론은 물론 공화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이번 조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재정적자가 1천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건전재정을 강조해 왔던 부시 대통령이 유독 농업보조금만은 대폭 증액한 것은 농업이 주 산업인 일부 주에서 상원 의석을 탈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무역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이번 조치로 미국은 아시아나 유럽의 무역경쟁국들에 대해 보조금 삭감을 요구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연방정부의 농업보조금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30년대 초반에는 미국인구의 25%가 농민이었던 반면 이제는 2%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조치는 국가재정으로 소수의 농업부호를 배불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현재 미 농민의 상위 8%가 전체 농산물판매액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상원 농업위원회의 리처드 루가 의원(공화. 인디애나주)은 이번 조치에 대해 “대다수 미 국민의 호주머니로부터 돈을 짜내 극소수를 도와주는 격”이라며 “커다란 고통과 슬픔을 불러올 처방”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공화당 소속의 돈 니클스 상원의원(오클라호마 주)는 부시 대통령의 법안 서명 전인 지난 주말 TV 인터뷰에서 “농업보조금 대폭 증액은 국가재정을 망치는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한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자유무역 원칙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이번 조치로 미국의 개별농가당 보조금 규모는 유럽의 3-4배 수준이 됐으며 이 막대한 농업보조금 중 약 4분의 3은 상위 10%의 부유한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법안이 발효되기 전인 지난 6일, 세계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미국과 유럽들의 연간 농가보조금 규모는 3천5백억 달러로 이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 있는 모든 국가들의 GDP를 합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이어 미국, 유럽 등 부자 나라들이 농업보조금을 축소시켜 면화의 국제가격 인하를 저지할 경우 6년내에 부르키나파소의 빈민층 절반을 줄일 수 있을 것이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 면화 농가의 경우 연간 소득 3만5천 달러의 약 3분의 1을 정부보조금에 의해 확보하고 있는 반면 부르키나파소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하루 1달러(연간 3백65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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