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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살인자들, 여론 재판대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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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살인자들, 여론 재판대 위에 서다

여상규, 황우여 등 후안무치 태도에 후폭풍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과거 조작 간첩 사건 피해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 반성 없는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공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인 고문 조작의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이들의 거취를 추적해 방송했고, 사법 가해자 그룹 가운데 여 의원이 있었다.

여 의원은 지난 1981년 진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석달윤 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였다.

진도 간첩단 사건은 진도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던 김정인 씨 일가족이 간첩 박영민에게 포섭됐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으로, 김 씨는 결국 사형을 당했다. 당시 서울시경 정보과에서 근무하며 대공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던 석 씨는 박영민의 간첩 포섭 행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함께 끌려갔다.

석 씨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47일간 고문을 받고 18년 동안 형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은 "남자 성기에 볼펜 심지를 끼우는 고문이라든가 양쪽 종아리 무릎 뒤에 각목을 끼워 매달아 놓는다든가 했다"며 "검사 앞에 얘기하면 되겠지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검사가 공소사실을 내리치면서 다시 데려가서 다시 해오라고 했다더라"라고 증언했다.

제작진은 석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여 의원을 찾아갔다. 여 의원은 "고문을 당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다. 지금 물어서 뭐하냐"고 말했다. "당시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진 데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 정말"이라고 말했다.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3선 국회의원이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정형근 전 의원, 5선 의원을 지냈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도 사법 가해자로서 방송에 등장했다. 재일동포 간첩 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정 전 의원은 고문 혐의를 받았음에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는 현재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같은 사건의 1심 판사였던 황우여 전 장관은 자신을 찾아온 제작진들을 물리친 뒤, "지난 판결 내용이나 과정에 대해 언급 안 하는 게 불문율"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만을 보냈다.

여상규, 정형근, 황우여. 이들은 억울한 사법 피해자들을 양산한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전혀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이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의 SNS에는 비난 댓글이 폭주하는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간첩 조작 사건 관계자들을 처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사법 가해자였음에도 '후안무치' 모습을 보인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최병국 전 새누리당 의원 또한 "사과할 생각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전 의원은 검사 재임 시절 재일 동포 간첩 사건을 맡기도 했다. 재일 동포 간첩 사건 피해자 이종수 씨는 보안사 직원들에게서 고문을 당한 뒤 검사에게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했다고 밝혔으나 검사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했다. 이때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검사가 바로 최 전 의원이다.(☞관련 기사 : "30년 걸려 벗은 간첩 누명, 유우성은 운 좋다")

과거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들에게서 듣는 사법부의 행태는 참혹한 수준이다. 사형 두 명, 무기징역 두 명, 5년 이상 실형 8명의 사법 피해자를 낳은 삼척 고정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 진창식의 증언이다.

"재판은 정말 엉망 그 자체였죠. 조카(김태룡 씨)네 삼촌(김달회 씨)한테 '노동당에 어떻게 가입했느냐'고 물으니까 '반장하고 리장이 하라고 해서 가입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공화당을 생각하고 말한 건데, 한글도 못 읽는 분이 노동당이나 공화당이 뭔지 구분이나 할 수 있었겠어요. 노동당을 반장이나 리장이 시켰다는 게 말이 됩니까. 판사들이 그 얘길 듣더니 웃더라고요. 그렇게 웃어놓고, 어떻게 징역을 줍니까. 아마 그 사람들은 우리가 간첩이 아닌 걸 다 알았을 겁니다."

이 사건 1심부터 3심까지 각급 법원의 판결 내용은 검찰이 쓴 공소장과 똑같았다. 심지어 공소장에 있었던 오탈자까지도 그대로 옮겨졌다.(☞관련 기사 : 아들은 무기수, 아버지는 형장의 이슬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문을 받은 뒤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들은 세월이 흘러 다시 사법부를 통해 누명을 벗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이미 망가졌고, 일부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 생존한 피해자들과 가족이 바라는 것은 사법 가해자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다. 이미 오래전 부끄러움을 잊은 사법 가해자들에게서 사과를 받아낼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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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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