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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만에 '조작 간첩' 누명 벗다…쏟아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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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만에 '조작 간첩' 누명 벗다…쏟아진 눈물

'삼척 고정 간첩단 사건' 피해자 8명, 재심 최종심서 무죄

"피고 망 진항식, 망 김성회, 망 진윤식, 망 김건회, 망 김달회, 김태룡, 진창식, 진형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고문으로 망가진 왼쪽 귀 대신 오른쪽 귀에 손을 모으고 있던 김태룡(70) 씨가 벌떡 일어섰다. 법정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삼척 고정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일가족 12명이 37년 만에 완전히 누명을 벗는 순간이었다.

대법원은 23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태룡 씨 등 8명에 대한 재심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김태룡 씨(꽃다발 든 이)를 비롯한 '삼척 고정 간첩단 사건' 피해자 일가족이 23일 재심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프레시안(최형락)

앞서 지난 2013년 다른 가족 3명은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이 사건으로 기소된 12명 가운데 11명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게 됐다.

'삼척 고정 간첩단 사건'은 1979년 치안본부가 대대적으로 발표한 사건으로, 한국전쟁 때 월북했던 남파 간첩인 친족과 접촉해 지하당을 조직하고,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동해안 경비 상황과 군사기밀을 탐지했다는 이유로 일가족 12명이 줄줄이 기소됐다.

당시 사형을 선고받은 진항식 씨와 김상회 씨 등 두 명은 1983년 형이 집행됐고, 김상회 씨의 아들 김태룡 씨와 진항식 씨의 동생 진창식 씨 등 두 명은 무기징역, 나머지 가족들은 징역 5년~10년의 실형을 받았다.

이들의 혐의는 대부분 수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을 근거로 구성됐으나, 그러한 진술은 고문, 가혹행위 등에 의한 거짓 자백이었음이 최근 <프레시안> 지면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30년, '조작 간첩' 인생의 기록

지난 5월 재심 항소심 재판부는 "가혹 행위, 협박, 회유 등으로 인해 경찰 진술뿐만 아니라 검찰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까지도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추단된다고 할 것인데, 그러한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없애는 검사의 적극적인 입증이 없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 재판부는 이같은 원심의 내용을 확정하면서, 이 사건 연루자들의 결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삼척 고정 간첩단 사건 피해자 김순자 씨. ⓒ프레시안(최형락)

37년 만에야 비로소 누명을 벗은 일가족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김태룡 씨는 재판이 끝난 뒤 "엄청난 간첩 사건으로 가족들이 고문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두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다"며 "과거의 대한민국은 참혹했지만 사법부가 지금이라도 억울함을 밝혀주고 무죄 판결을 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사형을 당해 하늘에 계신 두 분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쓰라리다"고 밝혔다.

진창식 씨는 "오늘을 오랫동안 기다렸는데도 막상 이렇게 무죄가 나오니 기쁜 마음보다도 두 가족이 겪은 고통 때문에 슬픈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김태룡 씨는 항소심 패소 후 새로운 증거가 없음에도 상고를 한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법원은 이미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는데 검찰은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이라며 "오늘 결과를 보고 검사들이 자성해서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자신이 조작 간첩 사건 '피해자'임을 확인한 김태룡 씨 등 일가족은 곧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삼척 고정 간첩단 사건 피해자 김태룡 씨. ⓒ프레시안(최형락)
▲삼척 고정 간첩단 피해자 진창식 씨(왼쪽)와 김순자 씨.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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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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