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직권상정'과 관련해 입을 맞추면서, 오는 6일 '160석 새누리당'의 '실력 행사'가 가시화됐다.
정 의장은 4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여야 입장이 있겠지만 더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사실상 '직권상정'을 시사했다. 직권상정에 반대하는 새정치연합을 향해 정 의장은 "청문회가 끝난 시점이다. 경과보고서 문제는 (반대) 의견을 첨부할 수 있고 의견 없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그 결과를 듣고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양심상 찍으면 되는 것인데, 그 노력에 있어서 여러분(야당)들이 미진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정 의장은 "야당은 (임명동의안 표결) 절차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하기 보다는 여당 의원들을 더 많이 설득해서 여당 의원들이 표결하면서 부결할 수 있도록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상옥 대법관 인준안은 국회의장께서 직권상정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6일 본회의에 직권상정해서 처리 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국회의장께 건의 드리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법 9조에 따라 3일 내에 경과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국회의장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자동부의할 수 있다. 부의된 임명동의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하면 본회의 표결이 가능해진다. 새누리당은 지난 4.29재보선 승리를 거치며 몸집을 160석까지 불린 거대 여당이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박 후보자는 대법관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은 박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규정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밀어붙일 경우 '반쪽 대법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대법관직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직권상정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다수의 현직 법관과 수백명의 법조 인사들이 박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 당의 입장도 그와 같다. 박 후보자의 임명 반대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민주적 가치와 질서에 관한 문제"라며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하라"고 말했다.
논란에 휘말린 검사 출신이 해야 할만큼, 대법관 할 사람이 그리 없는가?
박상옥 후보자는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당시 수사 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후보자는 당시 본인이 말석 검사였고, 결과적으로 "잘 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데 일조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국 현대사의 핵심 장면에서 부적절한 처신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대법관에 오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들이 많다.
현대사의 그늘에서 한자리 했던 검사 출신 인물이 대법관 자리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박 후보자의 성향 자체도 보수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과거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의 소행으로) 그랬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등,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는 이유로 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낙마시킨 전례가 있다. 당시 조 후보자가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새누리당은 몇몇 표현을 문제삼아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공세를 폈다.
박상옥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물고문은 (고문 경찰)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등 궤변을 내놓았으나, 새누리당은 박 후보자의 경력을 '사소한 흠결' 정도로 치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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