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AI 최우선 대한민국, 기후위기·불평등은 질식 상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AI 최우선 대한민국, 기후위기·불평등은 질식 상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AI, 기후, 불평등의 기울어진 삼각관계

조용한 살인자 폭염, 이래도 기후위기를 무시해?

여름이 무서워졌다. 지난 2일 42.5도까지 올라간 경남 양산은 5일 연속 40도를 돌파하는 극한 날씨에 신음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자 예년과 달리 강원도 동해안 해수욕장이 한산해지고, 서늘한 빙상장이나 동굴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늘어날 정도로 피서지 풍경까지 변하고 있다. 5일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20곳에는 최상위 폭염특보인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이미 6월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유럽에서는 약 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북미는 더위와 산불이 교차하며 위험한 여름을 통과하고 있다. 미국 저술가 레베카 솔닛은 <가디언> 기고를 통해, 여름이 '위험과 더위, 화재와 고통의 계절'이 되었다며 이렇게 탄식했다. "한때 전 세계 온대 지역 대부분에서 우리는 여름을 기쁨의 계절로 고대했습니다. 풍성한 과일, 긴 낮, 따스한 날씨, 학교 방학, 캠핑이나 수영 같은 활동, 여행과 모험 등 여름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여름을 두려워합니다."

그의 표현대로 기후 재난이 여름철의 '조용한 살인자'로 등장한 상황에서, 더 이상 눈 앞에 현실이 된 기후위기를 부인하기는 어려우며, 한해 한해 강도가 다르게 심각해지는 기후 재난을 외면할 수도 없게 되었다. 기후 대응은 이제 식자들의 고상한 미래 대비 캠페인이 아니라, 당장 시민들의 생존 문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새로운 복병 AI

기후 악화를 향해 폭주하는 상황을 멈춰 세우려면, 산업과 도시, 시민 삶에서 문자 그대로 파격적으로 화석연료를 제거하기 시작해야 한다. 과도한 에너지와 물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올해의 살인적 더위가 반복적으로 이 단순한 사실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에너지와 자원을 정반대로 늘리는 대규모 프로젝트 열풍이 일어나는 중이다. 미국과 중국, 영국과 한국 등 전 세계 선진국들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그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10억 명의 사용자를 넘어간 생성형 AI의 폭발적 확장이 말해주듯, AI는 정부 정책 공간은 물론이고 증권시장과 경제성장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르몽드 드플로마티크>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투자자들은 인공지능만 바라본다. 인공지능을 설계한 거물들은 국가 정상들마저 내려다본다. 인공지능은 들불처럼 확산하고 사람들은 그것이 인류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인류는 그것을 원하는가?"

문제는 지금의 생성형 AI가 그 이전의 어떤 AI나 디지털 서비스보다 내재적으로 에너지와 자원을 대규모로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성능 개선의 비법 그 자체가 바로 연산 자원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인데, 이른바 '규모의 법칙'이다. 매일 모니터 앞에서 이용하는 생성형 AI 서비스는, 눈에는 가볍게 느껴지는 것과 달리 그 뒤에 거대한 물리적 장치가 자리 잡고 있다. 최첨단 AI 모델을 훈련하려면 방대한 양의 병렬 컴퓨팅, 고속 데이터 전송, 고밀도 특수 칩 클러스터, 산업 규모의 냉각 시스템, 그리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막대한 전력이 요구된다. 엄청난 자본 동원 능력이 있는 극소수 AI 거물 기업이 피 터지는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최종 승자가 되려고 기꺼이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하여 초현실적 데이터센터 증설을 강행하는 중이다.

▲<그림 > AI 서비스를 위한 5가지 계층(출처: 엔비디아)

그 결과 최근 100만 인구 규모 도시 하나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기가와트 데이터센터'가 여기저기에 건설되기 시작했고, 고용 효과는 미미하지만, 대량의 전력과 물 소비는 물론 지역의 열섬효과와 소음공해까지 환경피해를 발생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중이다. AI가 엄청나게 성장세를 얻고 있다면, 그보다 더 빨리 성장하는 건 AI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할 정도다.

한국의 기가와트 데이터센터가 몰고 올 기후 충격

이 와중에 한국 정부도 지난 6월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라는 초대형 계획을 발표하면서 거대한 '기가와트 데이터센터' 신설 계획을 포함했다. 내용은 이렇다. "정부는 SK, GS, 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로 8.4GW (SK 5GW, GS 2.4GW, 네이버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3개 기업은 투자 유치를 포함해 약 550조 원을 투자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의 데이터센터 총 전력 용량이 고작 2.5GW 남짓한 상황에서, 3년 안에 초고속으로 그 3배가 넘는 규모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영향평가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건너뛰고 전력과 물 공급 등도 정부가 앞장서 보장하며, 당장 올해 첫 삽을 뜨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해안에 짓겠다고 하는 '세계 5위급, 아시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는, 이용률이 20~30%로 저조한 동해안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 쓸 예정이다. 이미 있는 석탄화력만 해도 문제가 많아 주민들의 조기 폐쇄 의견이 높다. 그런데 자본투자 규모가 석탄화력의 수십 배가 되고 전력과 물, 토지 요구량도 훨씬 많은 데이터센터를 초대형, 초고속으로 건설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제대로 점검했는지 의문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지난 4일 "인공지능으로 인한 추가 전력 수요가 얼마나 될지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리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재 정부의 AI 정책이 기후의 희생 아래 강행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그렇지 않아도 점점 더 살인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여름이 AI로 인해 더욱 심각해질 모양이다.

AI는 기후와 불평등 정책을 돕도록 재조정해야

AI는 기후에만 나쁜 영향을 주고 말지 않는다. 불평등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지난 5월,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애리조나 대학교 졸업생들에게 거친 야유와 조롱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로켓에 탈 자리를 제안한다면, 어느 자리냐고 질문할 필요 없이 그냥 타야 합니다. 졸업생 여러분, 그 로켓은 이미 여기 있습니다." 밀려오는 AI 흐름에 망설임 없이 합류하라는 조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고액 등록금 탓에 3만 5천 달러 이상의 빚을 짊어진 청년들 앞에, AI가 일자리마저 빼앗아 간 냉엄한 현실을 외면한 그에게 졸업생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했다.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현재의 AI 진화 방향이, 그 경제적 이익을 극소수 기업과 그 주주들에게 점점 더 집중하고 일자리 감소부터 에너지 가격 상승에 이르는 비용은 나머지 모든 시민이 떠안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OECD조차 교육 및 노동 시장에서 AI 혜택이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음을 밝혀냈다. 그런데 이 대목 역시 한국 정부의 AI 정책에서는 거의 고려가 안 되고 있다.

확실히 국가 기술 경쟁력을 이유로 한국은 AI 최우선 정책을 밀고 나갈 뿐 기후 대응과 불평등 해소 정책이 서서히 질식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AI라는 기술적 수단과 이를 뒷받침할 산업은 어디까지나 불평등을 줄이고 더 많은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도구로 쓰여야 한다. AI를 포함해서 어떤 기술과 산업이라도 기후 위험 한계선을 넘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AI 밑에 기후와 불평등 해소 정책이 오는 것이 아니라, 기후 대응과 불평등 해소를 돕도록 AI 기술 방향과 응용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AI에 과도하게 몰입해 온 정부가 기후와 불평등을 외면하는 사이, 민간에서는 조용하지만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중장년 기후 단체인 '60 플러스 기후 행동'과 '아름다운 재단'이 주도하여 세대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사회적 상속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부의 세습은 구조가 되었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약해졌다"면서, 권력을 쥔 정부와 기업이 이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법과 제도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가능한 실천을 시민 스스로 시작"하기로 했단다. 이를 위해 자발적 시민들의 뜻을 모아 '사회적 상속 기금'을 모으기로 했고, 8월 13일 기금 출범식을 하기로 했다. AI와 기후, 불평등 사이의 무너진 균형을 시민들이 나서서 바로 잡으려는 시도에 나선 걸 보면 아직 우리 사회에 희망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문체부·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