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공개한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구상'을 바라보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의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이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기업들에게 '특혜'를 몰아준 것이라는 비판이 크다. 또한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도대체 장기 정책 과제를 내놓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규제완화와 균형발전이 무슨 관계?
과거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이기도 했던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이번 정책 구상에 대해 "기업 규제 완화가 2단계 정책의 핵심인 것 같은데 그것과 균형발전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2단계 정책 구상의 핵심 내용인 '지방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을 두고 한 말이다. 정부는 기업의 지방 이전과 지방 기업의 육성을 위해 획기적으로 법인세 부담을 경감하고, 나아가 지역발전에 기여한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지역에 따라 세금 감면 등의 유인책을 통해 기업을 끌어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또다른 지역에서는 굳이 그런 혜택을 주지 않아도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도 많다"면서 "획일적으로 지방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균형발전은 무엇보다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리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기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이번 2단계 정책 구상은 정책 목표와 실제 정책 방향 간의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즉 기업들에게 특혜만 주면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정부의 발상이 기본부터 틀려먹었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의 최한수 연구팀장도 조 교수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정책 구상을 비판했다. 최 팀장은 "누구도 내놓고 반대를 못할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이와는 별로 상관없는 기업 규제 완화 방안이 포함돼 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적용 예외를 들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날 대기업이 지방의 고용창출을 위해 출자하는 경우 출총제의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출총제와 균형발전정책은 정책 취지와 달성 목표가 전혀 다르다"며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두 정책(제도)를 섞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출총제를 피할 목적으로 지방에 투자하는 기업도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섞연치 않은 일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 신뢰할 수 없다
이번 정책 구상에 대해 비우호적인 반응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 등을 주요 골자로 한 1단계 균형발전정책의 부작용을 충분히 봤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수도권과밀반대 전국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염형철 환경연합 활동처장은 "1단계 균형발전 정책은 결국 지역을 개발하겠다고 해 놓고는 전국을 투기장화 하고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다"며 "참여정부 식의 균형발전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못 박았다.
경실련의 윤순철 시민감시국장도 "균형발전 명목으로 정부가 추진한 기업도시도 대부분 골프장 도시 건설로 귀결됐다"며 "2단계 정책을 성급히 내놓기 보다는 1단계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부터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꼬집었다.
임기 1년 남은 정부가 무슨? … "벌여놓은 일이나 잘 마무리해라"
한편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정부가 장기 정책 과제를 내놓는 것 부터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조명래 교수는 "1단계 정책의 성과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인데,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현 정부가 지금 시기에 2단계 정책을 내놓으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지역 혁신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장기 과제"라며 "정부가 서둘러 또다른 추가 정책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한수 연구팀장도 "임기가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또다른 장기 과제를 내놓으면 어떻게 하냐"면서 "정말 필요한 정책이었다면 집권 초반부에 내놓아야 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순철 국장도 "지금까지 벌여놓은 사업이나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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