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대선패배, 昌 이야기 안할 수 없어"

"경선 1등은 대통령 후보, 2등은 국무총리 후보에 합의해야"

2002년 대선 당시 당권을 맡았던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는 19일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은 우선 나에게 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한나라당, 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나'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서 전 대표는 최근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 여부를 둘러싼 당 안팎의 파문과 관련해 "최근 미묘한 파장이 일어 괴로웠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서 전 대표는 △후보와 가족의 도덕성 문제 △여당의 조직적 음해공작 △선거에서의 정치력 부재 △지역구도 극복 실패 △돌발변수 돌출 등을 패인으로 제시했다. 이회창 전 총재 개인의 문제를 패인의 1순위로 거론한 셈이다.

▲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토론회에서 "대선 후보가 아닌 당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연합

서 전 대표는 2002년 대선의 경험을 돌이키며 "후보가 결정되면 모든 사람이 후보에게 눈도장 찍고 자리 하나 얻으려고 몰린다. 이런 사람들이 후보에게 붙어 호도하고 이상한 여론조사 결과를 갖다 주며 당의 여론은 무시한다"며 "이래서는 당이 정상적인 선거를 치를 수 없다. 나는 (이회창) 후보에게 인사권까지 다 드렸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대선 후보를 선출한 뒤 후보와 그 주변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대선캠프만 있었지, 당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다가 정작 상대방(노무현 당시 후보)이 기타를 치고, 눈물을 흘리고, 철저한 포퓰리즘으로 나오니까 '한나라당이냐, 나라를 망친 민주당이냐'라는 정당의 대결구도는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고 덧붙였다.

"朴·李·孫, '경선 1위는 대통령, 2위는 총리'에 합의하라"

한편 서청원 전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는 대통령 후보, 2등은 국무총리 후보로 나서는 데 합의하길 제안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과 역할분담을 공개 선언하라는 의미이다.

서 전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대단히 능력 있는 사람들이 국정에 참여할 길은 바로 그것이다. 그랬을 때 줄서기나 지나친 과열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야합이 아니다. 야합은 국민을 속이고 권력을 밀실에서 흥정하는 것"이라며 "여론조사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된다"고 말했다.

"강재섭, 후보가 안 따르면 보따리 싸라"

서 전 대표는 이어 "지난 4년 간 나를 옥죄어 오던 대선 패배의 책임감으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다"며 "내년 대선은 한나라당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한나라당만의 과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역사적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해 서 전 대표는 "강재섭 대표는 단순한 '심판'이 아니라 '선장'이나 '장수'의 입장으로 선거에 나서야 한다"며 "(후보가) 당의 전략에 따르지 않으면 '혼자 다 해먹어라' 하면서 보따리를 싸겠다는 배짱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 "당이 나서서 청문회 등을 통해 지금부터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치열하게 검증하라"면서 "그렇게 되면 온 국민이 지켜보게 돼 자연스러운 정책 캠페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공천제도를 혁신해 줄서기를 방지해야 한다"며 "가혹한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각 지역별 득표 할당제를 실시해 일정한 표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