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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대선자금'의 3대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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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회창 대선자금'의 3대 미스테리

전체규모는? 누구까지 알고 있었을까? 사용내역은?

지난해 11월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이 SK비자금 1백억원을 수수, 이 돈을 한나라당에 입금한 사실이 검찰조사 결과 밝혀지면서 정치권에 미증유의 거대한 정치개혁 해일이 밀려드는 분위기다.

이번 비자금 수사를 일선지휘하고 있는 안대희 대검 중수부 검사장은 23일 "사실 관계 등에 대해 일체의 예단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나오는대로 수사를 벌일 것"이라며 반드시 진상을 밝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의 이같은 단호한 의지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일회성 비리 조사' 차원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 한나라당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거대한 변혁의 파고를 몰고올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검찰에 거는 여론의 기대는 전례없이 크며, 따라서 일반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한 전면적 수사와 의혹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검찰이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미스테리는 무엇인가.

이번 사태를 접한 국민들이 '상식선'에서 알고 싶어하는 궁금증은 많으나,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 세가지이다.

첫번째, 과연 한나라당이 거둔 불법 대선자금이 SK로부터 받은 1백억원뿐이냐는 점이다.
두번째, 한나라당으로 들어온 이 돈의 입금 및 사용 내역을 알고 있는 이가 어느 선까지냐는 점이다.
세번째, 과연 이 돈이 대선과정에 어떻게 쓰였느냐는 것이다.

***궁금증 1: 한나라당이 실제로 거둬들인 자금은 얼마인가**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던 최돈웅 의원은 먼저 SK에 1백억원을 자금을 요구, 이를 지난해 11월12~26일 사이에 다섯 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1백억원을 받아 이를 대부분 당에 전달했다. 한나라당을 이를 영수증 처리하지 않고 사용했으며, 대선후 당연히 선관위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세간의 가장 큰 궁금증은 과연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때 이처럼 거액을 거둔 기업이 과연 SK 한곳뿐이겠냐는 것이다. 우리당의 김원기 주비위원장은 "SK자금은 빙산의 일각일뿐"이라며 한나라당이 지난해 거둬들인 돈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최돈웅 의원도 "당 후원회 등의 경우 1백개 기업에 협조를 부탁했다"고 말해, 한나라당이 돈을 거둬들인 곳은 결코 SK 한곳만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선 최의원이 지난해 SK로부터 1백억원을 받을 당시의 상황이다. 최의원이 SK에 1백억원을 달라고 요청한 지난해 11월초는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40%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던 반면에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은 10%대까지 곤두박질쳤던 시기로 '극적 전환'이 없이는 이회창 당선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시점이었다. 극적 전환이 이뤄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가 성사된 것은 그 뒤인 지난해 11월25일의 일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세론'을 고착시키기 위해 당의 외연을 대폭 확대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른바 '정치 철새'로 불리는 인사들을 닥치는대로 영입하던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지지율에서 앞서 가고 있으면서도 왜 세간의 이미지가 좋지않은 인사들을 무차별 영입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는 중국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펴기도 했다.

"흰 고양이냐 검은 고양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쥐를 잡느냐가 중요하다는 덩샤오핑의 말처럼, 대선에서는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영입대상이 이미지가 깨끗한 정치인이냐 그렇지 않은 정치인이냐는 중요치 않다. 이미지가 좋지 않은 정치인 한명만 데려와도 최소한 수천표의 고정표가 함께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세를 굳혀야 할 시기이다."

이같은 '외연 확장'은 당연히 이에 비례해 엄청난 자금을 필요로 했다. 구정치권의 선거 법칙상 '조직=자금'이었기 때문이다.

최돈웅 의원이 SK라는 한 기업에 1백억원의 간단치 않은 자금을 요구했던 것도 이같은 당의 외연 확대 작업과 무관치 않았으며, 당시 한나라당의 무차별적 외연 확대를 고려할 때 다른 기업들에게도 손을 벌렸을 것이리라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특히 지난해 11월25일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후 '단일화 태풍'이 강타하면서 모든 여론조사에서 노무현후보가 이회창후보를 앞지르자, 당황한 한나라당은 이를 역전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고 그만큼 많은 총알(자금)이 필요했었을 것이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한나라당이 요구했을 경우 SK외 다른 대기업들도 SK 못지않은 거금을 내지 않았겠느냐는 궁금증에 대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한 대그룹 임원은 이와 관련, "몇 억원 수준이 아니라 1백억원이 넘는 단위의 거액의 정치자금 제공은 오너의 결정없이는 월급쟁이 임원 차원에서는 집행하기 힘든 게 기업 현실"이라며 "한나라당에 얼마를 냈는가를 아는 이는 그룹의 극소수 인사들뿐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최돈웅 의원이 직접 입을 열기 전에는 그 전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검찰이 과연 앞으로 수사과정에 얼마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궁금증 2: 당 지도부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을까**

세간의 두번째 궁금증은 이같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 모집 및 사용 내역을 과연 당의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을까이다.

최돈웅 의원은 대선당시 재정위원장으로서 활약했다. 하지만 그가 모은 돈은 대부분 한나라당으로 들어와 공적으로 사용됐음을 한나라당 자신이 시인하고 있어,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 돈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23일 최의원을 네번째로 소환한 검찰도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대선당시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를 정점으로, 서청원 대표가 선대위원장, 김영일 사무총장이 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을 치렀다. 이밖에 하순봉 의원은 이회창 후보 비서실장으로, 이 후보를 대신해 선거와 관련한 구체적 실무를 처리했다.

따라서 SK자금의 실체를 최소한 김영일 사무총장은 알고 있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사무총장 겸 선대본부장이란 자리가 자금과 조직을 관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김영일 의원은 이와 관련,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다. 때가 되면 밝히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음 의문은 과연 서청원 대표, 더 나아가 이회창 후보가 이를 알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 당사자들은 "몰랐다"고 강력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돈웅의원의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의 심규철 의원은 22일 "지난 대선때 이회창 후보가 최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기업에 전화하는 등 돈 문제에 지나치게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었다"는 최의원의 증언을 공개했다.

최의원의 이같은 증언은 기업을 상대로 한 최의원의 대선자금 모집 행위를 이회창 후보가 어떤 라인을 통해서든 파악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대선때 선거운동에 관여했던 의원들은 "그렇게 액수가 큰 돈에 대해선 사전이든 사후든 간에 이회창 후보나 서청원 대표에게 보고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과연 어느 선까지 기업을 상대로 한 대선자금 모집행위를 알고 있었느냐는 앞으로 검찰의 사법처리 대상이 어느 선까지 될 것인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리라는 점에서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서청원 전대표가 22일밤 최병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검찰과 청와대가 한나라당을 부패집단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깔린 게 분명하다"며 최대표에게 '야당다운 투쟁'을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대응으로 해석된다.

***궁금증 3. 어디에 쓰였나**

또하나의 큰 궁금증은 이렇게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이 과연 어떻게 쓰였나이다. 이는 '돈 먹는 하마'에 비유되는 구태 정치의 실체를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큰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며, 향후 정치개혁의 방향이 어떤 쪽으로 진행돼야 하는가를 제시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대선에 관여한 적이 있는 정치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위에서 1백만원을 뿌릴 때 실제로 유권자 손에 떨어지는 돈은 채 20만원도 안된다. 20만원만 돌아가도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돈이 전달되는 과정이 워낙 다단계인 까닭에 그만큼 '누수'가 많다는 얘기다.

아울러 "공조직 못지않게 많은 돈을 무한대로 빨아먹는 곳이 사조직"이라고 말들 한다. 공조직외에 작동되는 후보 또는 후보 배우자 등의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연결된 사조직들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밖에 여론을 자신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언론 관리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이 이같은 대선자금의 사용처를 밝히는 것은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쐐기를 박고 근원적 처방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 의미가 크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경제단체 고위책임자는 이와 관련, "검찰의 단호한 의지를 볼 때 이번 SK비자금 사태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파괴력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며 "아마도 과거의 선거행태가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대대적 정치개혁 드라이브가 걸리고 그 결과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규모의 정치권 물갈이가 단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같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원적으로 선거공영제 도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며 "선거는 철저히 국가 돈으로 치루되 그외의 부당한 돈을 받거나 거두는 정치인은 정치권에서 부단히 솎아내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병행되면서 한국에서 '정치자금'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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