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일대 혁명'으로까지 평가받던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4주년이 되는 날이자 2007년 대선을 1년 앞둔 날이다. 지난 4년 동안 '만신창이'가 된 열린우리당과 '절치부심'해 온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대선에 이용만 당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민주당의 표정도 독특하다.
우리당, "10년은 더 집권해야 한다"더니…
정작 대통령을 배출한 '승자'인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별다른 행사 없이 일상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지지율이 반토막 났다"는 평가 속에서도 당·정·청이 함께 당선 3주년을 맞아 서울 세종로 외교 청사에서 워크숍을 열고 '단합'을 강조했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당시 우리당 의장은 "미래세력, 평화세력, 민주개혁세력 등 3대 세력이 연대해 적어도 10년은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결국 청와대와 우리당은 1년 만에 단합은 고사하고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의 당선기념일마저 '기념'할 수 없는 우울한 처지로 내몰린 셈.
노웅래 우리당 공보부대표는 "지금처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축하행사 같은 것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당 차원에서는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다만 노 대통령 친위부대인 '노사모'는 각 지역별로 '1219'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천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집회보다는 토론회 등 차분한 행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벌이는 '참여포럼 열린마당'이 메인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참정연 대표인 김형주 의원이 '새로운 전진을 위한 성찰'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대표적인 친노인사로 알려진 안희정 씨도 '1219 정신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당초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여정부의 과제와 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18일 돌연 계획을 취소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인 경남 노사모에서는 천호선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초청강연이 열린다. 김해와 고양·파주, 울산 노사모 등 각 지역조직에서도 촛불집회, 강연회, 송년회 등의 행사를 준비했다.
한나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나라당은 참정치운동본부 주최로 '한나라당, 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토론회는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 임헌조 뉴라이트 전국연합 사무처장이 토론자로 나선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실패의 원인을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내부의 원인으로부터 찾으려 한다"며 "당원들과 더불어 2007년 대선의 교훈을 찾는 장으로 삼고자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 발제를 맡을 예정인 서청원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한나라당의 이름으로 집권해야 한다'는 주제로 미리 발표된 발제문에서 "과거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시는 이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한나라당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서 전 대표는 또 "(지난 대선에서는) 후보와 후보 주변의 몇몇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대선캠프만 있었지, 당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것이 패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 촛불집회 "한화갑을 지키자"
지난 대선 이후 분당과정을 겪으면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속내는 한층 더 복잡하다. 불법 정치자금 협의로 기소된 한화갑 대표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22일 나올 예정이기 때문. 민주당은 특별당보를 배포하는 한편 18일부터 중앙당사 앞에서 릴레이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상렬 대변인은 "2002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함께 출마했던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고 한화갑 대표만 표적 수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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